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중희 Feb 23. 2017

#3.더없는 반전 매력  크레타의 팔라사나 비치

그리스 크레타섬 에서 세째날


크레타 에서의 세째 날 이 밝았다.

여전히 아침 부터 짱짱 하게 온도가 올라 가며 어째 더위를 피하러 피서를 온것이 아니라  

일부러 무더위를 찾아 들어 간것 같던 우리는

그 전날 불가마 같은 레팀논 시내를 전투적 으로 돌아 다니느라

식구대로 지쳐 있는 데 다가 바다가 지천인 크레타 섬으로 휴가를 왔으니

해수욕장으로 가서 이 무더위를 일단 식혀야 겠다 로 의견을 모으고

전날 킵 해둔 팸플렛을 꺼내  펼쳤다.

출처 welt-atlas 에서 발췌

그 팸플렛에 붙어 있던 작은 지도와 매우 비슷하게 생긴 위의 지도 처럼

유럽에서 다섯번째 크다는 그리스의 크레타 섬은 요렇게 동서남북을 길게 늘여 놓은것 처럼 생겼다.

그래서 길들이 매우 좁고 그에비해 오가는 차량이 많다 보니 생각 했던 것 보다 교통 소요 시간이

더 길게 걸렸다.

그래서,,,일단은

우리가 머물고 있었던 지역 Georgioupolis 죠르지오폴리스 에서

해수욕장을 가자면 그중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 했던 Falassarna 팔라사나 비치를 가기로 했다.

식구도 많은데 두당 내야 하는 버스비도 버스비 이지만, 지도상 거리가 까까워 보여도 해수욕장 까지 버스 타고 이동 하는 시간도 만만치 않고

버스 시간에 맞추어 식구 대로 움직이는 것 또한 쉽지 않고...꼭 나가 려면 누구 하나

화장실 간다 ,,, 뭐 두고 왔다 그래서 다시 돌아 가고 .... 그런다.

또, 수영 하고 젖은 상태에 모래 버석 거리는 신발 신고 다시 버스 타고 오는 것도 문제 인데다가  

무엇보다 식구가 많다 보니 짐이 많아...일단 작은 차를 빌리기로 했다.


그런데  

렌터비 는 길건너 줄지어 있던 렌터카 회사에서 함께 가격을 동결 했는지 모두 비슷 했고

8월은 휴가철 중에서도 클라이막스라 남아 있는 차가 없었다.

다행히 호텔측 에서 옆 동네로 파견 근무 까지 나오시고 옵션으로 독일어 까지

구사가 가능 하시다는 렌터카 회사를 소개 시켜 주어 차를 빌릴수 있었다.

차 상태는 깨끗 했고 에어컨, 네비게이션등의 기능도 나온지 얼마 안된 신형 으로

보였으며, 무엇보다 렌터비가 독일 보다 훨씬 착했다.

그것도 원래 길건너 렌터카 회사들 에서는 소형차는 일주일에 146 유로 라던데

여기선 125유로에 보험등 기타등등을 다 끼워서 빌릴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크레타에 있는 동안 요쪼만한 차를 열심히 타고 다니며 뽕을

빼기로 했다.

뭐...사실 평소 남편의 로망인 ㅋㅋㅋ

꽃다방 언니 입술색 같은 새빨간 스포츠 카에

쭉쭉 빵빵 키큰 애인 딱~옆에 태우고 팍~틔인 길을 쌩하니 폼나게 달려주시는

대신에

작고 야무진 하얀 차 에 축축뚱뚱 몽땅한 마누라 딱~ 옆에 싣고

뒷자리 에서 우걱우걱 간식 먹으며 쪼로미 앉은 아쉐이들 까지 끼워서

구비 구비 좁은 길을 내 복이 여기 까지 려니 하고 열쉼히 달려야 했지만 말이다 ㅎㅎㅎ


좁고 구불 구불한  해안 도로를 지나 도착한 팔라사나 비치는

위에서 볼때 양쪽으로 나뉘어 있었다.

내려다 보는 방향으로 오른쪽은 이렇게 옅은 파란색의 파도가 낮고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이 놀기 좋은 곳 이였고

왼쪽은 파도도 적당히 높고 서핑을 하거나 보드를 타는

워터 스포츠를 좋아 하는 젊은 사람들이 놀기에

안성 맞춤 인 곳 이였다.  


그런데 이 해변 에는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양쪽 해변 가를 사이에 두고 그 가운데 쯤에

이렇게 돌들이 마당을 가로 질러 빙 둘러 쳐져 있는 담장 처럼 바다를 가르고

오밀 조밀 울타리 쳐져 있어 마치 눈군가의 집 연못 처럼 파도 치는 바다 안에

따로이 맑은 바다 물들이 나즈막 하게 담겨있는 기가막힌 곳을 발견했다.

바람에 파도 처럼 살랑이는 그 유리알 같은 물속에서 한걸음 한걸음 걷다 보면

발걸음을 옮기며 생겼다 사라지는 우리들의 발자국들과 발가락의 움직임 들이

선명하게 보였다. 그 주위를 자세히 들여다 보아야 보이는 아주 작은

물고기 들이 쉼없이 왔다 갔다 춤을 추듯 거닐고 있었다.

바윗돌 앞 평평한 모래위에 큰수건 하나 깔고 누워 하늘한번 책한번 쳐다 보며

누워서 딩굴 딩굴 하다가 강렬한 햇빛이 못이긴척 물속에 퐁당 들어가 몸을 식히면

아름다운 자연 스파가 따로 없었다.

그날 그시간 만큼은 우리만의 비밀 장소가 되어주었던 반전이 더없이 매력적이던

팔라사나 해변 이였다.


한편, 조개 껍데기를 모으고 싶어 하던 아이들은 바위 틈 사이 구석 구석을 누비며

다 살펴 보았지만 아쉽게도 바위 사이 그 어디에도 전복, 소라 는 커녕 조개 껍데기

하나 찾지 못했다.

단지 맑은 물 속에 놀고 있는 겁없는 작은 물고기 떼가 요리 조리 헤엄 치며 다녀서

먹지도 못하는 코딱지만한 물고기 들만 한참 쫓아 다니다가

배가 고파진 우리는

팔라사나 비치가훤히 내려다 보이는 주차장 앞 식당 에서

바다 에 왔으니

고소 한 회 한접시 앞에 두고 생선 살이 쌀아 있네~~!

를 외치며 날이 무쟈게 더우니 얼음 동동 띄운
물 냉면 시원하게 들이키고 싶은 마음 간절 했으나

안타깝게도 한국이 아닌 관계로 지중해식 채소 샐러드와 토마토 샐러드를

시켰다.  


지중해식 채소 샐러드는

독일 에서 먹던 것과

내용상 큰 차이는 없었으나

드레싱은 오로지 올리브 기름 에 허브가루

뿐이였고 대신에 그 위에 얹어진 짭쪼름한 그리스 치즈가 맛의 깊이를 한층 더해 줘서

간도 맞고 비교적 입에 맞았다. 뭐 완죤 건강식 이였다 말할수 있겠다.

그러나 아이들이 시킨 토마토 샐러드는 진짜 딱~토마토 만 나와서 우리를 당황케 했고

각자 한 바가지의 토마토를 배터지게 먹고 난 아이들은 며칠 동안 빨간색 채소는 입에 대지 않았다.ㅎㅎㅎ



실컷 놀다 먹다 놀다 를 반복 하다 ...숙소로 돌아 가는 길에

아이들은 피곤 했던지 차안 에서 골아 떨어 졌고 우리도 살짝 나른~해져 오고 있었다.

워낙 길 눈이 밝은 남편은 왔던길 다시 돌아 가는 것이고 멀지 않으니 네비는 필요 없다고

켜지도 않더니 나른해 져서 그랬는지 순간 길을 잘못 들어 버렸다.  

이거 아까 오던 길이 분.명 아니다

독일 처럼 도로 곳곳에 표지판이 세워져 있는 것도 아니요 여기나 저기나 돌산에 바다 보이는

풍경은 거기가 거긴것....같고 얼른 갓길로 차를 세우고 네비를 켰는데

허억~? 아까 호텔 에서 들고온 네임 카드에 적혀 있는 호텔 주소가 네비게이션 에 안 나온다

우리가 오늘 처음 차를 빌려 네비도 처음 쓰는 거라 뭘 몰라 그런가 싶어 호텔 이름 으로도 써 넣었는데

그래도 없다.~

아무리 해도 안나오는 주소에 황당해 하며 더 놀라운건 호텔 주소에 번지수도 없다는 거다.

뭔 주소가 달랑 kavros 하나 냐?

그건 예를 들자면 주소지가 서귀포 그거 하나인 거잖아?

어떻게 찾지? 당황해 하는 나를 달래며

남편은 일단 아직 어둡지 않으니

최대한 길 눈 밝은 동물적 감각을 발휘해

찾아 보겠단다.십년 전에 갔던 길도

기억 하는 남편인데 믿어 보갔어~~!


그.러.나 우리는

남편의 탁월한 감각 믿다가

졸지에 그리스의 양치기 아저씨가 양을 몰고 다니시는 시골 길로 접어 들었다

여긴 도대체 워디여~?

사방에 올리브 나무들이 심어져 있고 양들이 음메~~하며 울어 대는

넓다란 들판....

ㄴㄴ나..낯설다...생전 처음 보는 곳이다.

그럼, 오늘 우리 별 쏟아 지는 들판 에서 음메~하는 양들과 함께 캠핑 해야 하는 고야?

그런 고야? 어떻게 매일 숙소로 돌아 가는 길이 이렇게 버라이어티 한고야....으흑ㅠㅠ

나의 애절한 외침은 침묵 하지 않는 양들의 우렁찬 음메~~메~~소리에 흔적없이

묻혀가고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2.초콜릿 처럼 녹아 내릴것 같던크레타의 레팀논에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