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ce
방배역보다는 내방역에 가까운 소바집이다. 요새 정해진 이름인지는 모르겠으나 방배사잇길의 시작 또는 끝에 위치한다. 이 거리는 기묘한 기분이 있어서, 어딘지 굉장히 전형적이면서도 특이하고- 평범하면서도 부유하다. 강남3구로 통칭되는 그네들의 주말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어딘지 에드워드 호퍼의 공허함이 담겨있고, 언제쯤인가의 부녀회가 생각난다. 익숙한듯 멀리있고 새로운듯 멈춰버린 기이한 기분.
소바와 우동면은 훌륭하고 쯔유도 제대로이지만, 단무지는 동네 중국집의 그것이고- 깎두기는 맛이 없다. 적당한 타협을 보고 있으면 여기가 한국이 맞긴 한 것 같다. 면수도 재대로 내오는 것을 봐서는 약간 아쉬운 타협점이다.
새우튀김 2미를 심심할까봐 따로 시켰는데 맛이 꽤 훌륭하다. 집에서 튀긴것 같은 신선한 기름의 흔적과 약간은 투박한 솜씨가 그런대로 어울린다.
식사가 마무리될 즈음 생각보다 빈 자리의 손님들에게 일일이 나와서 가식적이지 않은 인사를 하는 주방장 아저씨의 모습은 본받을 만큼 멋있었다. 사용자 경험은 역시나 변수가 많다.
하지만 나는 역시 모밀의 첫맛을 한국식 특유의 탱탱함에 길들여진 터라, 처음 어색했던 평양랭면처럼 익숙해지고 그 맛을 음미하려면 그만큼이나 많이 먹어보아야 할 것 같다. 그러나 그렇기엔 이런 집은 생활권에서 너무 멀고 희소하니, 역시 나는 자루우동이나 곱씹을 운명인가보다.
특별함이 평범함이 되어버린 생활속의 또 다른 사례로 기억하겠다. 격랑의 서울살이속에서 자리에 남아 다양성을 지켜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