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의 냥냥이 식구들
마당을 집 삼아 함께 살아온 냥이 식구들이에요.
먼저 이름부터 알려 드릴게요. 고등어 태비 막내는 까만 오디 같아서 ‘오디’. 그리고 삼색이는 중전마마 ’산들’, 치즈 태비 두 녀석은 산들이의 아들과 추정 남편인 ‘봄들’, ‘버들’이에요.
네 녀석 모두 길냥이인데 아내가 밥을 주기 시작하면서 우리 마당을 주 거처로 삼고 있답니다. 산들이만 암컷인데 시청에서 지원을 받아 모두 TNR을 마쳤으니 번식할까 염려하지는 마세요.
산들이가 아기 봄들이를 데리고 먼저 입주를 했고, 몇 달 후 남편으로 추정되는 버들이가 갑자기 나타났어요. 버들이는 소심한 성격이라 아내의 밥그릇에 잘못 다가가 머리를 쥐어 박히거나 하악질을 당하기도 해요. 제 눈에 봄들이는 버들이랑 똑같이 생겨서 누가 누군지 모르겠어요. 아내랑 아이들은 귀신같이 알아보는데 저는 도무지 알 수가 없네요.
산들이 세 식구 입주한 지 일 년쯤 후에 오디가 손바닥만한 아기 고양이로 당당하게 마당에 진입을 했어요. 영역 다툼이 치열한 고양이의 세계에서, 놀랍게도 산들이 식구들은 오디를 내쫓지 못하고 다른 집으로 피신을 해버리더군요.
아침 저녁 식사시간에만 꼬박꼬박 오디와 조우하던 산들이 식구들이 오디를 인정하고 마당에 같이 머무르기로 마음먹는 데 일 년이 넘게 걸린 듯 해요. 오디가 워낙 개구쟁이여서 근엄한 산들이는 여전히 오디를 끔찍하게 싫어하지만, 봄들이랑 친해진 오디는 날이 추워지면 둘이 딱 붙어서 잠을 청할만큼 가까운 사이가 되었어요.
동네에 냥이들 챙겨주신 분들이 많아 따로 밥을 안주셔도 알아서 챙겨 먹겠지만, 냥이들과 친해지고 싶다면 아침저녁으로 계량컵 하나 정도씩 사료를 챙겨 주세요. 깔끔한 녀석들이라 대소변은 알아서 볼 일 보고 흙으로 덮어 놓아 거름이 되니 염려안하셔도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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