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미림 Jun 01. 2021

빈센트 반 고흐의 고향 네덜란드 준데르트

네덜란드 여행 _ 준데르트 (Zundert)

로센달(Roosendaal)에서 브레다(Breda)로 넘어가는 길 중간에 준데르트(Zundert)가 보여 잠시 들리기로 했다. 날이 좋아 말이며, 소, 양들이 들판에서 각자의 언어로 갖은소리를 내며 풀을 뜯어먹고 있는 N638 국도를 달리고 있는 중간 지점 즈음, 지도에 수도원이 찍혀 있었다. 인터넷에서 준데르트 근교 볼거리로 추천되어 있어 지도에 즐겨 찾기를 해놓은 것 같아, 한번 들러 보기로 했다.



마침 수도원 입구가 막혀 있어 다시 돌아가려던 찰나, 길이 너무 예뻐 차를 세우고 사진을 몇 장 찍었다. 나중에 준데르트에 도착해 인터넷을 검색할 때 알게 되었지만, 이 수도원에서 준데르트 맥주를 생산한단다! 아직 마셔보진 못했지만, 이런 핫 아이템 장소를 그냥 지나치다니! 다시 돌아가서 확인해 볼까 아주 잠시 망설였지만, 남은 일정이 빠듯하다. 마침 주변에 와인 농장도 있으니, 조만간 다시 한번 들려야겠다.


지도에서 미리 확인은 했지만, 준데르트는 작은 마을이었다. 걸어서 구글 맵에 표시된 번화가 정도만 맛보고 돌아가려 했다. 이상하게 차가운 커피가 너무 먹고 싶어 마트에 들렸으나, 세상에,, 캔커피가 없다. 원래 커피를 그다지 좋아하진 않았지만, 원래 네덜란드 마트에는 캔 커피를 팔지 않았던가? 마트를 한 바퀴 돌고 설마 설마 하며, 구석구석 뒤져 봤는데, 없다. 에너지 드링크만 손에 쥔 채, 마치 외계인이라도 본 듯한 표정을 짓는 점원에게 계산하고 마트를 빠져나와 성당 앞에 앉아 주변 상황을 살펴보았다. 



동네 할머니들이 카페에 앉아 수다 삼매경에 빠져 계셨고, 잔뜩 장을 보고 차에 타는 가족 무리, 멀리 감치 펍 앞에서 여유롭게 차와 식사를 하는 동네 사람들. 문화센터 앞에서 낮잠을 자는 노숙자와 굳이 내 뒤에서 담배를 피우고 계시는 오토바이 라이더분들 모두 여유로운 오후의 한때를 보내고 있었고, 오늘 꽤 걸었기에 잠시 내 양다리에 휴식을 취하게 한 뒤, 반 고흐 미술관에 갔다.



마을만큼이나 미술관의 크기도 작았다. 건물 두 개를 연결하여 가운데 계단과 큰 창이 있었고, 알록달록하게 빈센트 반 고흐 하우스라는 글자가 눈에 띈다. 현재 건물은 반 고흐가 살던 건물은 아니고, 그가 태어난 터에 새로운 건물을 지었다고 한다. 카운터에 계신 분께 이미 알고 들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여기가 반 고흐 하우스가 맞느냐는 바보 같은 질문을 하고, 표를 끊었다. 오디오 가이드를 손에 움켜쥔 채 계단을 오르자 한국인 가족과 외국인 가족이 첫 번째 전시장에 있었다.



개인적으로 구분을 하자면 미술관 내부는 세 개의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같은 층의 두 공간에는 그의 유년 시절과 자연에 대한 애착, 시적으로 나열된 인용 문구들이 벽에 전시되어 있고, 마지막 세 번째 방은 반 고흐의 두상과 선별된 현대 미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마음에 여유가 없어 오디오 가이드를 하나하나 자세히 음미하며 듣지는 못했지만, 벽에 걸려 있는 사진, 앨범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미술관 앞에서 나무 사이에 배치된 시청이 맘에 들어 사진을 몇 장 찍고는 그곳을 빠져나왔다. 근처에 있는 고흐와 테오의 흉상, 같은 이름을 가진 형 빈센트 반 고흐의 무덤(52번)은 보지 못한 체, 다음 일정인 브레다(Breda)로 이동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룩셈부르크, 중세 유럽의 강인한 혼을 찾아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