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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핵추남 Apr 09. 2024

미셸 푸코로 살펴보는 직장 이야기

규율

프랑스 철학자 푸코의 저서 '감시와 처벌'을 보면

권력이 위계적 감시, 정상화 판단, 시험의 세 가지 방식을 통해 확립된다고 합니다.

위계적 감시란 감시 당한다는 사실만으로 인간의 행동이 얼마든지 통제된다는 겁니다.

파놉티콘이나 CCTV 를 이야기할 필요도 없습니다.

사무실 가면 팀장이 창가 쪽에 앉아있고 그 앞으로 직급 순으로 책상이 나열돼 있습니다.

상사가 일어서면 일어서서 팀을 내려 살펴보는 행위만으로도 팀원들로 하여금 감시당한다 느끼게 하고

그 느낌만으로도 통제가 됩니다.

보던 쇼핑 사이트를 닫고, 자세를 고쳐 앉고 갑자기 전화를 받는 척을 하지요.

 정상화 판단은 권력을 쥔 이들에게 '정상'의 범주가 어디까지인지 정의할 권리가 주어진다는 겁니다.

그 '정의'에서 벗어나면 또라이, 부적응자, 미친년, 비정상 이란 낙인이 찍히게 됩니다.

에티켓, 복장뿐 아니라 생각까지도 그 범주의 대상이 된다고 합니다.

팀장이 캐주얼을 싫어하는데 직장에 청바지를 입고 오는 순간 특이한 사람이란 소리를 듣게 되고

다음 날부터는 스스로 '정상' 범주의 복장을 착용하고 출근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시험은 위의 두 가지를 교묘하게 결합합니다. 평가받는 이들은 평가 기준에 맞추어 자신을 바꾸고 '합격'을 받도록 노력합니다. '합격'의 여부는 권력을 가진 이들이 판단합니다.

인사평가 제도가 엉망이어도 그걸 고치기보다는 거기에 맞추는 직장인이 대부분인 것이 거의 모든 회사의 상황일 겁니다. 그리고 퇴근 후 집에 가서 '오늘 회사에서의 나는 진짜 내가 아니야'라고 다짐하죠.

이렇게 직장 내에 '규율'이란 것이 자리 잡게 되는데 이를 푸코가 아주 잘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인사평가 결과가 좋지 않나요?

학창 시절과 다른 자신의 모습이 회사에서 계속 발견되나요?

혹시 지금의 조직에서 당신으로 하여금 규율을 따르게 하는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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