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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구의 엄마 Oct 25. 2023

어른들은 몰라요

병설유치원에 대한 진심 어린 글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이 참 좋은데... 사람들이 잘 모르는 건지 이 동네에 아이들이 많지 않은 건지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미달이었다. 주변 사립 유치원과 영어 유치원에는 애들이 꽤 많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동네에 아이들이 턱없이 부족하다기보다는 선호되지 않는 느낌이 더 강하다. 혹은 나처럼 정보가 없어서 그냥 대세를 따라 사람들이 많이 보내는 곳에 지원을 하거나. 나는 학습을 좀 많이 시키는 사립 유치원에 3일 보냈다가 아니다 싶어서 바로 옮겼지만 말이다.


그래서 얼마 전에 동네 엄마들이 볼 가능성이 있는 공간에 글을 하나 남겼다. 다른 곳에 거주 중인 유치원을 고민 중인 다른 분께도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한 내용을 적은 글이라 그대로 옮겨 적어보고자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해서 적자면 모두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하고, 지역에 따라 상황도 다를 것이며, 그냥 나 같은 사람이 유치원을 고민하다가 실수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적은 것뿐이다.




얼마 전에 아이 유치원에서 가족 운동회를 했습니다. 코로나 이후에 처음 많은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졌던 것 같아요. 엄마, 아빠 게임도 많았는데, 다들 진심으로 열심히 하시더라고요.

마지막 즈음 ‘어른들은 몰라요’ 노래에 맞춰서 아이들이 율동하는 시간이 있었어요. 저도 초등학교 2학년 학예회 때 이 노래에 맞춰 율동을 했었던 기억이 나서 열심히 따라 했어요.

그러면서 문득 든 생각이... 제가 보내고 있는 병설 유치원이 참 아이들이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유치원인데 원아 모집으로 고민을 하셔야 할까 싶더라고요. 아이가 많이 태어나지 않고 있는 것도 이유 중 하나이지만, 주변을 살펴보면 학습을 강조한 유치원이나 영어 유치원에 아이들이 더 몰리더라고요.

전 사실 공부를 정말 좋아해서 열심히 했고 지금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이런 저도 유치원생에게 굳이 무리한 학습을 시켜야 하나 싶고. 저러면 나중에 정말 공부에 힘줘야 할 때 공부에 질릴 텐데 싶고 그래요.

병설유치원에서도 매주 과학 놀이 하면서 빛의 반사, 부력 등에 대한 개념은 자연스럽게 노출이 되고, 다양한 교구, 블록놀이도 제공되고, 수개념도 알려주시고, 책도 보고, 동시 짓기, 스스로 만드는 이야기 등으로 글자에 대한 노출도 이루어집니다. 자유로운 미술 놀이는 일상이고, 다양한 체육활동도 꾸준히 하고요.

사실 저희 아이는 이럼에도 불구하고 자유놀이 시간을 제일 좋아해요. 쉬지 않고 뭘 하는 아이거든요. 아이들이 다들 그렇지만. 그러면서 창의성도 키워지고 사고력도 증가하니까요.

그리고 나름대로는 사회생활도 하죠. 줄 서서 밥도 기다려야 하고, 친구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려주고. 놀이하면서 조율하고 배려하는 것도 배우고요. 타이트한 학습이 주 목적인 유치원에 다니면 이런 것들을 경험을 통해 배울 시간이 있을까 싶어요.

‘어른들은 몰라요.’라는 노래 생각나시면 한 번 들어보세요. 울컥하실 수도 있습니다.

저희 아이가 다니는 병설 유치원 엄마들이 진심을 담아 쓴 후기인데... 제 생각에 병설 유치원이라면 유사한 교과과정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비슷한 환경일 것 같아요.



이렇게 좋은 교육 기회를 무료로 누릴 수 있는데, 안타까운 마음에 글 남겨봤어요.

다들 이유가 있으시겠지만요.

공격적인 댓글은 남겨주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전 진심으로 아이들 편에 서있는 엄마라

상처 많이 받아요.

동네 아이들이랑 뛰어노는 것 좋아하는

엄마거든요.

언젠가 운동장에서 어떤 아줌마가 애들이랑

술래잡기하고 놀고 있으면 그 사람이 저입니다.

제 생각에 조금이라도 동의하시고,

무언가 궁금한 게 있으시면

편하게 질문은 주셔도 됩니다.




이렇게 글을 남겼는데, 내가 온라인에 쓴 글 중에 사람들의 반응을 가장 많이 끌어낸 글이 되었다. 다행히 나와 의견이 다른 분은 조용히 지나가 주신 듯하다. 비슷한 의견을 가진 분들만 응원해 주시거나 유치원에 대한 궁금증을 남겨주셨다. 어떤 지역은 여전히 보내고 싶어도 자리가 없어서 못 보낸다고 하시기도 했다.


아무래도 아이들이 적당히 있어야 공간이 더 활기차질 것 같아서 진심을 담아 적은 글이다. 내년에 아이 유치원에 아이들이 좀 더 많이 오면 좋겠다.




끝으로 ‘어른들은 몰라요’ 가사 공유 합니다.


우리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른들은 몰라요

우리가 무엇을 갖고싶어 하는지 어른들은 몰라요

장난감만 사주면 그만인가요

예쁜옷만 입혀주면 그만인가요


어른들은 몰라요 아무것도 몰라요

마음이 아파서 그러는건데

어른들은 몰라요 아무것도 몰라요

알약이랑 물약이 소용있나요


언제나 혼자이고 외로운 우리들을

따뜻하게 감싸주세요 사랑해 주세요


우리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른들은 몰라요

우리가 무엇을 갖고싶어 하는지 어른들은 몰라요

장난감만 사주면 그만인가요

예쁜옷만 입혀주면 그만인가요


어른들은 몰라요 아무것도 몰라요

마음이 아파서 그러는건데

어른들은 몰라요 아무것도 몰라요

알약이랑 물약이 소용있나요


언제나 혼자이고 외로운 우리들을

따뜻하게 감싸주세요 사랑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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