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마지막 단추는 끼울 구멍이 없어진다' - 괴테 -
통계청의 '2019년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청소년이 가장 고민하는 문제가 공부(학업)보다 직업이었다. 그동안 늘 공부가 1위였으나 최초로 직업이 앞섰다는 분석이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전문대 지원자가 작년 대비 10만 명 이상 증가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전문대 신입생 중 25세 이상이 만 명이 넘었으며 그중 절반이 40세 이상이었다.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대졸자가 재취업을 목적으로 전문대에 진학하고 있다. 정부, 지방자치단체, 대학, 기업들은 취업 역량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들을 마련하고 있다. JTBC에서는 연예인들이 취업에 도전하고 다양한 채용과정을 보여주는 '해볼라고' 예능 프로그램을 방영했고, Mnet에서는 '슈퍼인턴'이라는 인턴의 채용과정과 경쟁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취업은 이제 20대 졸업예정자만의 고민이 아닌 것이 분명해 보인다. 수 백대 일, 수 천대 일의 경쟁을 뚫어야 하는 취업 전쟁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서류 전형은 취업 과정에서 시작이자 첫 단추를 끼우는 단계다. 첫 단계를 잘 통과해야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일이 없을 것이다. 취업의 첫 단추를 잘 끼우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 서류 전형에는 보통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제출한다. 이력서는 학력, 전공, 자격증, 활동 경험, 근무 경력을 해당 시기, 내용, 기간 정보와 함께 단답형으로 작성하고, 자기소개서는 장점, 지원동기, 포부, 경력 등을 서술형으로 작성한다.
진지하고 무겁게 속 얘기를 꺼내야 한다
연인이나 가족에게 편지를 쓸 때 한 단어, 한 문장 선택에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사랑하고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에 편지라는 그릇의 크기는 채워도 부족한 기분이다. 자기소개서는 나에게 쓰는 일기이자 편지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를 스스로에게 묻고 그 답을 찾아서 기록하는 것이므로 당신이 주인공이다.
살다가 힘들었던 시기, 감정이 벅찼던 순간 등 인생 얘기는 쉽게 잘 꺼내지지 않는다. 흔들리는 촛불이나 캠프 파이어 불멍 할 때 평소와 다른 낯선 나를 마주하게 된다. 향수를 자극하는 오래전 음악을 들을 때 옛 추억이 떠올라 그 순간을 회상하게 된다. 달콤한 열매는 기나 긴 시간을 거쳐 노력의 땀방울이 있어야 맛볼 수 있다. 자소서 작성은 고생했던 지난 삶의 흔적을 기억 저편에서 찾는 일이다. 자신의 숨겨 온 이야기보따리를 깊은 곳에서 꺼내는 일이기도 하다. 진지하지 않고서야 전달할 수 없는 무거운 얘기이다. 가볍게 농담하는 게 편하고 스몰 토크하는 것도 환영이지만 자신의 리얼한 얘기를 할 때는 진지하게 임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부터 스스로를 존중하는 것이 자신감이다. 그래야 서류 검토에서 당신의 소중한 경험이 분명히 존중받을 수 있을 것이다.
꿈을 꾸는 사람은 그 꿈을 닮아간다
원하는 길을 가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했던 과정을 담는 것이 좋다. 혹여나 다른 길로 갔다가 다시 돌아왔더라도 괜찮다. 그 또한 그 길을 가기 위한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꿈이 없거나 하고 싶은 일을 정하기 어려울 수 있으나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와 무엇을 잘하는지 고민은 자체로 의미가 있다. 그것을 찾는 과정의 경험과 성장이 삶의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비록 10년 후 모습이 그려지지 않더라도 상상만 해도 행복한 내일을 그릴 수 있다면 충분하다. 꿈을 꾸는 사람은 그 꿈을 닮아갈 것이므로 꿈을 꾸지 않는 사람보다 경쟁력이 있다. 지원한 회사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아르바이트처럼 당장의 빈자리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면 성장 가능성과 잠재력을 보고 선발하는 것을 기억하자. 즉 현재 보다 앞으로 신뢰가 우선이다. 그래서 당신의 꿈,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갖춘 지식과 경험 간 일관성은 서류전형에서 중요한 잣대가 된다.
도자기를 빚듯이 정성을 담아야 한다
서류를 작성하는 일은 마치 소개팅을 나갈 때 머리를 만지거나 화장하는 것과 비슷하다. 대충 모자를 쓰고 나가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기본 예의가 아니다.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속담이 있다. 기본 양식을 지키지 않거나 빈칸을 많이 남겨두는 것은 질문을 거부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오타는 글이 성의 없는 것처럼 느껴지니 주의하고 제공된 양식의 주어진 칸은 가급적 가득히 채우도록 하자. 문항에 너무 짧고 간단하게 답변하는 것은 예, 아니오로만 답하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쉽게 보이지만 지켜야 할 기본이다. 지원한 목적이 서류 넣는 경험 쌓기가 아니라면 꼭 합격을 바라며 정성껏 작성하자. 한번 넣어보자는 마음가짐은 자소서에서 티가 난다. 길게 작성하더라도 자신을 쏙 뺀 답변은 의미가 떨어진다. 자기를 소개하는 글인데 지원한 회사에 대해 조사한 결과나 업계 동향을 분석한 내용들을 적어 놓았다면 딱 동문서답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할 기회가 주어졌으니 집중해서 스스로를 표현하자. 장점만 쓰기에도 공간은 부족하다.
자소서를 작성하는 순간, 명탐정이 되어보자. 다시 말해 지원한 회사가 찾고 있는 인재가 여기에 있다고 추리해 보는 것이다. 검토자 입장에서 읽었을 때 궁금한 것 투성이라면 선발에 확신이 서지 않을 것이다. 의심 가는 서류가 통과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최대한 투명하고 구체적으로 작성하는 것이 유리하다. 자신이 다른 지원자보다 이 포지션에 더 적합하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수치, 수상 이력, 성적 등 눈에 보이는 결과물들이 증거가 되어 외쳐 줄 것이다. 합격자는 이 안에 있다!
당신의 경쟁자는 단 한 명, 바로 자신이다
합격의 비법과 노하우는 주변에 널려 있다. 중요한 것은 그런 것들은 기본이지 꼭 합격시켜 주는 방법은 아니다. 경쟁자가 어마어마하게 많으므로 기본을 지키는 경쟁자 또한 꽤나 많겠다. 특히 선발 인원이 소수일 때 경쟁에서 밀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그래서 떨어지더라도 낙심하지 말자. 세상은 넓고 해당 포지션에 가장 잘 맞는 사람은 어디나 있기 마련이다. 결국 자신만의 이력서와 자소서를 계속해서 다듬어 나가면 분명히 면접의 기회가 올 것이다.
합격은 최종 Goal이 아니다. 합격이 최종 목표인 자 보다 합격을 과정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최종 합격할 가능성이 높다. 합격을 비전에 다가가는 일련의 과정으로 삼으면 보다 방심하지 않고 여유 있게 채용 전형에 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가타카' 주인공은 우월한 유전자의 복제인간과 바다에서 수영 매치를 벌인다. 누가 더 멀리까지 수영하는지 내기하는 것으로 중간에 먼저 포기하는 사람이 지는 경기였다. 상대는 신체적인 조건이 훨씬 유리했으나 결국 먼저 포기하고 돌아갔다. 주인공이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되돌아갈 힘을 남기지 않고 나아갔기 때문이다. 과연 주인공은 누구와 싸움을 했던 것일까. 열명, 스무 명, 백 명.. 상대의 수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자기소개서 역시 자신과 하는 대화이자 대결임을 강조하고 싶다.
자소서 인사이트
누구나 서류접수 후 합격이나 불합격을 경험한다. 왜 떨어졌는지, 왜 합격했는지를 들은 적이 있던가. 인사전문가가 실제 자소서를 함께 리뷰하며 스스로 깨닫게 도와준다면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글을 시작했다. 지원자가 자소서를 쓰는 것은 한 시간이 넘게 걸리는 일이고 회사가 서류를 리뷰하는 시간 또한 오래 걸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서류 리뷰 결과, 잘한 점과 못한 점을 피드백하는 시간은 5분이면 충분하다.
본 글은 취업 컨설턴트 피드백을 리얼하게 직접 보여줌으로써 지원자들이 어떻게 실수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자신이 작성하는 방식과 비교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인사이트를 직접 찾기를 바란다.
"H社에 지원했는데 서류 광탈했습니다. 왜 떨어졌을까요? 자소서를 보낼 테니 조언 좀 해주세요."
자소서의 예시를 함께 살펴보자.
질문 1) 당신의 성장 과정은 어떠했나요? 사건과 인물을 고려하여 작성하시오.
답변 1) ..우등생으로 인문계고에 입학했으나.. 공부보다는 자동차 시장이나 기술 트렌드 등 잡지나 서적을 주로 읽었습니다... 군대 시절 만난 중대장이 다른 부대에 비해 경쟁에 뒤지는 대원들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하는 모습을 통해 꿈을 다시 한번 달성하고 싶었습니다... 대학 시절 은사님의 조언이 특히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교수님은 교육자로서 학생들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집념을 갖는 연구를 강조하셨습니다. 교수님은 낮은 학벌이었으나 현재가 아닌 앞으로의 모습을 그리며 성공을 위한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는 끝에 꿈을 이뤘다고 했습니다. 이러한 마인드에 대한 조언을 듣고 제가 좋아했던 분야로 지원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 성장 과정을 물어보는 것은 당신의 과거를 묻는 것이다. 무엇을 전공했고 어떤 지식을 보유했는지, 살면서 어떤 경험을 쌓았고 가치관과 성향은 어떤지 등 '본인 소개 좀 해 주세요.'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의 의도를 착각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오늘 밤 주인공은 누구일까? 바로 '나야 나'가 정답이다. 자기소개서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자소서의 주인공은 자기 자신이므로 주변 사람들보다 자신의 행동, 태도 변화와 실천 같은 얘기를 중점으로 적는 게 중요하다. 마치 자신의 자서전의 축소판과 같이 자신의 얘기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자소서에는 자신의 깊은 속 얘기와 숨겨진 과거가 담겨 있기 때문에 친한 친구에게 보여주기도 어색하고 쑥스러울 수 있다.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다. 자기 자랑을 겸손하게 표현하는 게 핵심인 것이고 잘 포장하고 관리하는 것 또한 중요하겠다. 사람은 누구나 첫인상을 갖는다. 외모를 보고 대화를 나누고 친해지다 보면 시간이 지나면서 이 사람이 어떤 성향과 성격을 갖고 있고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 알 수 있다. 그것을 몇 장의 문서로 축약해서 자기를 표현한 것이 바로 자소서이다. 그래서 그 1,000자 안에 얼마나 자기를 잘 표현하는지가 중요하므로 다른 사람 얘기나 불필요한 얘기들로 칸을 낭비하는 것을 주의해야겠다.
질문 2) 이 회사를 지원한 동기가 무엇이며 앞으로 꿈이 무엇인가요?
답변 2) 신차 개발에 제 실력을 발휘하여 도움을 주는 인재가 되고 싶습니다. 경쟁사 대비 기술을 리드하는 회사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저는 전자전기공학 전공으로 배운 지식을 활용하여 전기 차 개발에 자신 있습니다. 신차 개발에 참여하여 개발자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 당신의 미래를 묻는 질문이다. 이에 대한 답변은 '나라를 구하겠습니다' 또는 'CEO 자리를 앉겠습니다' 등 막 거대하고 비장한 꿈이나 비전이 정답은 아니다. 그러나 꿈이란 단순 ‘입사해서 일하는 것' 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는 것이 자신을 표현하기에 효과적일 것이다. 예를 들어 '핵심기술과 역량을 보유하여 신제품 연구소장으로서 프로젝트를 리드하고 연구원들에게 비전과 방향을 제시하겠습니다.'라고 기재한다면 연구소장이 되겠다는 눈에 보이는 현실적인 비전을 서류 검토자에게 공유할 수 있다. 꿈은 지금 당장 확신까지는 못하더라도 되고 싶은 모습을 써도 된다. 어렸을 때 꿈이란 일반적으로 어릴 때 하겠다는 게 아니라 성인이 되었을 때 직업을 의미한다. 취준생과 경력직 지원자 역시 당장보다는 입사 후 10~20년 지난 자신의 모습을 그려야 당신의 성장 가능성을 어필할 수 있는 것이다. 작고 단기간의 목표보다 크고 멀리 바라보는 꿈을 쓰는 게 중요하다.
질문 3) 자신과 지원 분야가 잘 맞는지와 그 사유를 기술하시오.
답변 3) 대학교 3학년 시절 전공과 매칭 되는 자동차 제작 동아리에 들어갔습니다.. 직접 자동차 부품을 공수하고 조립하면서 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기업 연구소에서 일하고 싶은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빠른 속도로 장기간 운행을 방해하는 전자 시스템 문제가 발생하였고 그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분석 역량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결국 그 문제를 발견한 것을 계기로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둘 수 있었고 매년 50위권 순위를 단숨에 8위까지 오르는 성과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경험과 전공을 살려 신차 개발을 하고 싶습니다..
→ 자신의 전자전기공학이 지원 직무와 일치하고 동아리에서 경험을 적어 일에 관심을 표현한 것은 좋은 예시라고 볼 수 있다. 어느 분야에 꾸준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면 그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찾는 실천 사례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경험들은 지속적으로 누적되게 된다. 즉, 앞으로 그게 더 쌓이게 될 거라는 차별화된 포인트가 되는 것이다. 구체적인 사례를 근거로 넣은 것 또한 잘한 점이다. 이를 바탕으로 조금 더 좋은 결과를 위해서는 지식과 경험 외에도 본인의 적성과 성격이 이 직무에 잘 맞는다는 점을 표현하는 것을 추천한다. 즉, 이 일에 대해 자신이 느끼는 재미, 보람, 가치에 대해 추가하면 더 좋다. 노력하는 사람보다 즐기는 사람만큼 동기부여가 잘 되는 게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동아리방에서 저 홀로 떡볶이와 순대를 시켜 먹으면서 문제점을 분석하는 시간이 흥미롭고 그 시간은 제게 취미생활이 되었습니다. 결과가 예상대로 나왔을 때 그 기쁨으로 인해 술을 마신 것처럼 기분이 좋아지고 새로운 실험을 도전할 수 있는 에너지가 되었습니다.'처럼 실제 느끼는 심정을 과감하게 표현하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 실제 이런 사람이 존재할까. 그렇다. 사람들은 다양한 개성들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티를 내지 않을 뿐이다. 자소서에 그 티를 내면 다른 지원자들과 분명히 차별화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소서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는 Tip을 주고 싶다. 자소서 질문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오해를 할 수 있다. 말과 글이란 게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제자가 의도하지 않은 답변들을 적어서 칸을 낭비하는 지원자들이 많아 안타깝다. 그래서 꼭 이 전제를 꼭 떠올리기 바란다. 질문자가 이 질문들을 왜 하는 걸까?
"내가 당신을 왜 뽑아야 하는지 이유를 어필해 보세요."
바로 근거를 수집하기 위해서이다. 당신을 선택할지 말지 결정하기 위한 근거를 말한다. 합격/불합격은 이유가 있어야 결정될 수 있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질문들을 바라본다면 답변란에 딴 소리 하지 않고 그 회사가 원하는 답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꿈에 대한 질문에는 최대한 크고 멀리 가정하고 쓰자.
성장과정을 묻는 질문에는 자소서의 주인공은 자신이니까 자신을 표현하는데 집중하자.
직무적합도를 묻는 질문에는 본인의 경험과 지식뿐 아니라 적성과 성격이 맞는 것도 함께 어필하자.
"인사이트는 주입이 아니라 스스로 깨닫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