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의 덫

by 사랑주니


"그거 알지.

전에 나도 해봤어.

근데, 그거 별로야.

다시 안 할래.

지금은 달라졌다고?

달라져봤자 별다를 게 있겠어?

한 번 해봤으면 됐지.

다시 해서 뭐해.

시간만 아까워.

너 할 때 같이 해보자고?

굳이? 너 혼자 해.

난 해봤다니까.

한 숟갈 푹 먹어봐야 아나?

간만 봐도 맛있는지 맛없는지 알잖아.

그거 내겐 이미 맛없는 걸로 결론 난 거야.

더 안 해도 알아. 알아."




경험을 소중히 여기는 저이지만,

가끔은 그 경험이 발목을 잡기도 합니다.



아, 그거 해봤어.

예전에 안 됐던 거잖아.

다시 해도 어차피 또 안 될걸.



이렇게 지레짐작하게 만들죠.

스스로 너무도 확신에 차서,

그 다음을 아예 지워버리기도 해요.

저도 그런 날들이 많았습니다.

지금도 그럴지 모릅니다.



뭔가를 처음 할 땐 작고, 자신 없고,

좀처럼 용기가 나지 않지만

그 안엔 또 다른 기대와 설렘이

함께 있어요.



'이건 어떨까.'

'이건 좀 다르지 않을까.'

그 마음 하나로 우리는 또 걸음을 떼죠.

가본 적 없는 맛집을 찾아갈 때처럼요.



"처음이니까 괜찮아"

"어설퍼도 괜찮아."

이런 위로는 쉽게 건넬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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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예전에 한 번 해봤던 일,

특히 마음이 상했던 경험이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실패는 아니어도 아쉬웠던 일.

나 자신이 미워졌던 기억.

그 일을 다시 마주할 상황 앞에선,

몸이 먼저 반응하죠.

피하고 싶고, 고개를 돌리게 됩니다.



이번에도 분명 안 될 거야.

애써 해봐야 또 그럴 거잖아.

조금만 멈춰서 들여다보면

상황도, 사람도, 나도

그때와는 분명히 다릅니다.



그걸 무시한 채

"난 해봤어. 알아."

했던 날들이 있었죠.



"안 해봐도 알잖아요.

안 될 텐데 하라고 하니

답답해서 하는 소리죠."

그렇게 말하며

다 안다는 얼굴을 했어요.



그 말 안에 숨은 건 사실 두려움이었죠.

다시 실패할까 봐.

그때 느꼈던 마음을 또 마주할까 봐.

스스로를 지키려 했던 거였을 거예요.



이제야 알겠어요.

그때의 나는 어리석었습니다.

그때와 지금은 다릅니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도 다르듯이요.



지금, 예전에 했던 어떤 일을

다시 시작하려는 마음이 있다면요.

그 앞에서 주저하고 있는 분께

이 말을 조심스레 건네고 싶어요.



이번엔 다를 수도 있어요.

이번엔 그때 담지 못한 마음을

더 담아보기로 해요.



그렇게 다시 해보는 거예요.

망설이는 자신을 다그치기보다,

그 마음을 그냥 인정하면서요.



눈빛을 다시 밝혀보는 거죠.

예전과는 다르게,

이번엔 끝까지 걸어가보겠다는 마음으로.

이번엔 다르다는 걸,

스스로 증명해보는 겁니다.



망설임 너머엔

내가 아직 가보지 못한 길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그렇게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충분히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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