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과일 드세요.
딸: 응.
나: 딸아, 맛있겠지.
딸: 응.
나: 한 입 먹어봐.
딸: 응.
나: 우와~~(공부하는 딸 보며)
딸: 하지마.
나: 서운해 해도 되지?
딸: 아니.
고등학샐 딸의 짧은 대답들은 늘 그렇다.
입에선 "응"만 오가는데,
그 안에 여러 마음이 숨어 있는 걸 안다.
조금 더 다가가 보려는 순간,
"하지마."
그 한마디가 나를 멈춰 세웠다.
순간 가볍게 흘려보낼 수도 있었지만,
내 마음 한쪽이 톡 하고 울렸다.
조심스럽게 물었다.
"서운해 해도 되지?"
아이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답했다.
이상하게 그 말이 나를 웃게 했다.
거절이 서운함을 덜어내는 방식도 있구나,
마음이 자라는 집에서는
이런 솔직함도 자연스럽구나,
그런 생각이 동시에 밀려왔다.
잠시 멈춰 딸의 등을 바라봤다.
책상 불빛 아래서 문제 하나를 붙잡고 있는
그 모습이 다른 어떤 말보다 깊게 전했다.
말은 짧아도 마음은 멀쩡히
나를 향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딸의 뒷모습에 살짝 미소를 얹어두고
속으로 혼잣말처럼 말했다.
'그래, 괜찮아.
넌 네 자리에서 충분히 예쁘다.'
이런 작은 일상을 나누는 게
하루에서 가장 고마운 시간이다.
비슷한 순간을 겪은 분들도
아마 있을 것이다.
아이가 내어준 마음이 크든 작든,
그걸 알아차리는 순간은
어른인 우리에게도 작은 선물이 된다.
우리 다 같이
오늘 아이들이 내어준 이만큼의 마음을
받아두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