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번 여름에 좀 웃긴 거 알지?
내 방 유리창 있잖아.
그 옛날식 불투명 유리창.
난 그게 진짜 싫었거든.
열고 닫을 때 드르륵드르륵 소리 나고,
투명하지도 않아서 답답하고.
햇살도 제대로 안 들어오는 느낌이라서.
괜히 방이 칙칙해 보인달까.
'이거 바꿔야 하나...'
회사 다닐 때 여유 있을 때 해둘 걸,
몇 번이나 생각했었지.
매번 미루고, 그러려니 하고 살았는데.
근데 이번 여름.
그 유리창 덕을 제대로 봤어.
책상 자리를 창문 옆으로 바꿨거든?
앉아보니까 햇빛이 잘 안 들어와.
그게 이렇게 고마운 일일 줄은 몰랐지.
한여름인데도 오전엔 시원하고,
햇볕도 그다지 세지 않아서
선풍기 약하게만 틀어도 괜찮았어.
심지어 11시쯤 돼야 "아, 좀 덥다." 싶고.
에어컨 생각도 잘 안 났어.
거실은 완전 반대거든.
큰 투명 베란다 유리창이라
햇볕이 그대로 쏟아지고 열기가 확 들어와.
같은 집인데 방과 거실의 온도 차가
몸으로 느껴지는 거야.
그제야 알았지.
아, 이 유리창... 은근히 일 잘하네?
난 그동안 소리만 신경 쓰고,
그 창이 불편하다고만 생각했거든.
알고 보니
내 공간을 잘 지켜주고 있었던 거였어.
구관이 명관이란 말,
괜히 있는 거 아니구나 싶었어.
책상 자리를 바꾼 것뿐인데
공간을 다르게 보게 되더라고.
그 안에서
예전엔 보이지 않던 고마움을 알게 됐어.
예전엔 불편했던 것들이,
지금은 다른 역할을 하기도 해.
오래된 것 속에,
지금 나를 위한 것이 숨어 있었던거야.
혹시 너도,
괜히 싫다고만 생각했던 무언가가
어느 날 갑자기
고맙게 느껴진 적, 있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