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일의 수련? 언니들 앞에서는 원점입니다

by 사랑주니


가족이란 무엇일까?

형제란 어떤 걸까?

내 속내를 다 보여도 되는 사이?

숨겨두려 했던 나를 다 아는 사이?


언니 둘이 있다.

작년부터 블로그를 하라고 했었다.

독촉, 권유, 읍소, 구애...

여러 가지 버전으로 설득했다.


끄덕도 안 하던 어느 날.

엉겁결에 시작하게 됐다.


"그래, 블로그에 글을 써 보자.

네가 그렇게 말하는데

좋은지 어떤지는 해봐야 알겠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그날은 두 언니가 흔쾌히 대답하는 거다.


'1년 동안 들은 척도 안 하더니...'


어쨌든,

언니들은 블로그에 글을 쓴 지

두 달이 지났다.

아직은 매일 쓰는 건 아니다.

내가 가끔 경고를 준다.


"글을 쓰라고."


글을 쓰라고 유혹했다는 이유 하나로

언니들에게 블로그 기초 강의를 하고 있다.

2년간 내가 터득한 모든 노하우를

세세하게, 아주 사소한 것까지

가르쳐 준다.


왕초보인 언니들은 편하게 질문하고

난 언니들에게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 한다.

시작은 그랬다.


서로 부담 없이 수업을 진행하면

배움의 효과는 몇 배 나타나리라는 기대로.






뭐, 내 맘대로 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새삼 깨닫는 중이다.


언니들은 동생이라고

강의 중간에 말을 끊으며 치고 들어온다.


"말 잘라서 미안한데, 질문해도 돼?"

(미안하면 흐지믈르그)


수업을 하다 보면 어느새 나도

강사가 아닌 여동생이 된다.


언니 말에 끼어들고,

내 말이 맞다고 목소리 높이고,

잘못된 부분을 서슴지 않고 말한다.

돌려 말하거나 눈치 보는 게 없다.

언니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다.


내 언니니까.

그래야 빨리 배우고 성장하지.

언니들을 위한다는 마음이 가득하다고

나 혼자 자화자찬이다.


"나니까 이 정도 말해주는 거야.

이런 건 어디 가서도 못 배워.

내가 수업하니까 다 말해주잖아.

아, 쫌! 내 말 다 들어주시렵니까.

내가 강사냐? 동생이냐?

나를 강사로 대해주....."


"넌 너지.

네가 편하니까 우리도 너에게 수업받지.

고마워. 울 동생 고생이 많다."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입막음 작전

펼치시는 그녀들.


수다를 위해 모였는지,

배움을 위한 자리인지 경계가 사라진다.


난장판이다.

시끄럽다.

여자 셋이 모이면 그릇이 깨진다고 했던가.

분위기는 그렇게 흘러가 버린다.


하하하. 푸하하.

뭐지.

마무리는 항상 이렇다.

늘 웃고, 늘 좋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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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클 모닝을 하고, 책을 읽으며

성찰을 한다고 여겼다.

사유를 통해 깨달음이 깊어졌다.

진지해지고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경청이 우선이고

상대의 입장을 살펴야 한다.

나를 내려놓고

서로의 소통을 우선으로 한다.

타인의 욕구를 찾아 해결해 준다.

한 번 더 생각하고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인다.


요즘 내가 만들어가는 코칭의 방향이다.


새벽에 일어나 매일 수련했다.

성숙해진다고 느꼈다.


언니들을 만나면

난 말괄량이 셋째 딸.

고집불통 그녀가 된다.

그 순간은 다 도루묵이다.


이 강의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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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들을 만나면

제가 추구하던 모든 성찰과 배움이

말 한마디에 풀려버립니다.


그런데요.

이게 또 웃겨요.


그 순간의 저는

진지하고 성숙한

'미라클 주니 코치'가 아니라

그냥 언니들 앞에 앉아 있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셋째 딸이에요.

언니들 앞에만 앉으면 아무 소용 없어요.


언니들 입장도 안 살피고,

말도 끊고,

목소리는 커지고,

이겨먹으려고 하고,

설명하다가 흥분해서

결국 "아, 쫌!"

이러고 있죠. ㅋㅋ


그 순간엔

제가 쌓아온 성벽이

언니들 한마디에 와르르 무너지는데

신기하게도 불편하지 않아요.


가족 앞에서만 나올 수 있는 모습.

내가 살아온 시간의 또 다른 모습.


성찰을 하고

책을 읽고

코칭을 공부하며

더 나은 쪽으로 가고 있다고 여겼죠.

가족 앞에서 서툴러지는 나,

언니들과 있으면 고집불통이 되는 나,

그 모습도 결국 나였네요.


뭐 어때요.

그게 제 모습이겠죠.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중입니다.


이 강의 어쩌냐고요?


계속합니다.

언니들과 난장판이 되더라도.

말이 끊기고 웃음이 터져도.

언니가 "잠깐만!" 하고 치고 들어와도.


이게 가족이고,

이게 우리가 배우는 방식이고,

이게 우리가 사랑하는 방식이니까요.


무엇보다

이런 난장판 속에서 배우는 사람이

우리 언니들이잖아요.


그럼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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