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몰이꾼이 산티아고에게 말했다.“난 음식을 먹는 동안엔 먹는 일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소. 걸어야 할 땐 걷는 것. 그게 다지. 만일 내가 싸워야 하는 날이 온다면,, 그게 언제가 됐든 남들처럼 싸우다 미련 없이 죽을 거요. 난 지금 과거를 사는 것도 미래를 사는 것도 아니니까요. 내겐 오직 현재만이 있고, 현재만이 내 유일한 관심거리요. 만약 당신이 영원히 현재에 머무를 수만 있다면 당신은 진정 행복한 사람일게요. 그럼 당신은 사막에도 생명이 존재하며 하늘에는 무수한 별들이 있다는 사실을, 전사들이 전투를 벌이는 것은 그 전투 속에 바로 인간의 생명과 연관된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거요. 생명은 성대한 잔치며 크나큰 축제요. 생명은 우리가 살고 있는 오직 이 순간에만 영원하기 때문이오.”
<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마음이 멈췄다. '음식을 먹을 땐 오직 먹는 일에 집중하고, 걸을 땐 걷는 일만 한다.'는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은 굉장히 어려운 말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우리는 동시에 여러 가지를 한다.
밥을 먹는 순간에도 손은 핸드폰 위를 바쁘게 움직인다. 입은 움직이지만, 마음은 메시지에, 뉴스에, 타인의 일상에 흩어져 있다.
산책을 나가면서도 걷는 걸 걷는 게 아닐 때도 있다. 이어폰을 끼고 다음 회의 내용을 정리하거나,
아직 오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느라 자연도, 공기도, 내 발소리조차 느끼지 못한 채 지나쳐 버리기도 한다.
지금 이 순간을 살기보다는, 이미 지나간 일에 후회하거나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불안해하며 사는 경우가 많다. 현재는 그저 지나가는 통로처럼 여겨질 뿐이다.
"오늘 하루 내가 지금 여기에 머물렀던 순간이 얼마나 됐을까?"
문득, 그 질문을 떠올리면, 마음이 조금 허전하다.
여기서 묻는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고 있는가?"
나는 어떨까?
오늘 하루 동안 지금 여기에 머물렀던 시간이 얼마나 될까? 한참을 돌이켜보니, 내 마음은 다른 데 있었다. 해야 할 일, 해야 했던 일, 해야 할 것 같은 일들 사이에서 '지금'은 밀려났다. 그러니 당연히 불안도 따라오고, 피로도 쌓였다.
참 이상했다. 무엇 하나 하지 않아도 '그 순간'에 집중하고 있을 땐, 마음이 가볍고 편안했다. 누군가와 진심 어린 대화를 나눌 때, 책 한 권에 빠져들 때, 걷는 리듬에 맞춰 호흡이 일정해질 때. 그럴 때면 미래도 과거도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그게 좋았다.
"현재만이 내 유일한 관심거리요."라는 말은 단호하지만 아름답다. 그것은 무책임한 무관심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 깊은 관심이다. 지금 여기서 최선을 다하는 삶, 그것이 진짜 살아 있는 삶이라는 걸 낙타몰이꾼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여기, 이 삶이 잔치이고 축제라는 말이 좋다. 우리가 살아 있는 이 순간만이 생명을 품고 있다는 걸 기억하고 싶다. 불안한 예측 대신 명확한 현재에, 반복되는 후회 대신 또렷한 지금에 머물고 싶다.
오늘 하루, 나도 내 안의 낙타몰이꾼을 불러낸다. 음식을 먹을 땐 음식을 먹고, 걸을 땐 걷는다. 생각이 복잡할 땐 그냥 하늘을 바라본다. 지금, 이 순간을 살기 위해.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건, 아무 일도 없는 오늘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겠다는 결정이다. 과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기 위해, 나는 오늘을 살아야 한다.
지금을 살아가지 않으면, 우리는 매일을 살면서도 하루도 제대로 살아내지 못한 채 늙어간다.
당신도 잠시 멈춰, 지금 이 순간에 귀 기울여 보길. 무심코 지나쳤던 공기, 햇살, 마음의 소리에 생명이 깃들어 있다는 걸 느끼길. 우리는 비로소 살아 있는 삶을 시작하게 되는 걸 알게 될테니까.
오늘 하루, 오직 지금만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당신도 그 한 걸음을 내딛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