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지 말고, 그냥 놀다 오자

by 사랑주니

당신 잘하고 싶나요?



'사랑주니' 말고 다른 닉네임 있었어요.

'잘하는 주니'였지요.

잘하고 싶었습니다.



작년, 퇴직을 고민하더 시기에 글쓰기를 시작했어요.

회사 밖의 나는 아무것도 잘하지 못했거든요.



이직에 유용한 자격증이 없고요.

영어도 못하고요.

체력도 약하고, 힘도 없고요.

오래된 불면증에 신경도 날카로웠어요.



"이제까지 못했으니, 앞으로는 잘해야 해."

내 안에 딱딱하게 굳은 말이 하나 있었지요.



글쓰기를 정말 잘하고 싶었습니다.



"조금만 더 잘하자."

어릴적 종종 듣곤 했지요.

그 '조금'을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요.



90점 받으면 91점 받으라던 부모님.

아쉽다고 말하던 선생님.

'더 잘해야함'이 당연한 분위기였고요.

그 안에서 당연한 말이었습니다.

그렇게 각인된 채 살아왔습니다.



"숙제야. 내일까지 제출해."

인생이 숙제 같았어요.

친구들과 대화를 하면서도요.

장난처럼 이 말을 툭 내뱉곤 했어요.



정답을 찾아 헤맸어요.

숙제를 잘하려고 늘 애썼습니다.

일하는 것도, 노는 것도 숙제였으니까요.



계획을 세우고 어그러지면 실망하고,

다음엔 더 완벽한 계획을 세우려 했죠.

그럴수록 마음은 엉뚱한 곳으로 흘러갔어요.



결혼도, 육아도 잘해야 했습니다.

누가 뭐라 하지 않았는데도 그랬어요.



"주니는 잘하는구나."

그 인정에 매달렸습니다.

그 한마디가 정답처럼 들렸으니까요.



재미있게 일하자.




회사에서 늘 외치던 말입니다.

그 끝에 항상하는 말.

즐겁게 일해야 잘할 수 있어.




이제야 알았습니다.

그 말에 숨어 있었던 뜻을요.

내가 나를 수렁으로 넣었다는 것을요.

잘함으로 몰아넣었고.

놀이도 잘하듯이 하려 했음을.



"재미있게 일하면서 (잘하자)"

사실은 숨어 있었던 거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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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유퀴즈' 재방송을 봤어요.

요즘 핫하다는 밴드.

'데이식스'가 나왔더라고요.



잘할 거 아닙니다.
놀다 옵시다.
- 데이식스 -




가슴 철렁했습니다.

밥 먹으며 무심코 TV를 보다 그 말을 듣고요.

한참을 멍하니 있었습니다.

진정 즐기는 자의 얼굴이었어요.

노는 게 뭔지 아는 사람들이었고요.



밴드 멤버 4명 중 3명은 데뷔 전까진 악기도 다룰 줄 몰랐대요.

하루 14시간, 일주일 100시간 넘게 연습하며 몸에 익혀갔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요.

그들이 택한 구호는 '잘하자'가 아니었어요.



"놀다 옵시다."

이 말이 그토록 깊게 와닿은 이유는요.

어쩌면 지금의 그 말을 간절히 기다려왔기 때문일 겁니다.



몸에 힘을 주고, 잘하려고만 했던 내게.

힘을 빼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끝끝내 놓지 못했던 나에게.

이제는 말해주고 싶어요.



"힘을 주면 될 것도 안돼.

잘하지 말고, 그냥 놀다 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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