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늘 나중에 도착하는 것처럼 보인다. 무언가를 이루고, 어디쯤 닿고, 조금 더 가져야 만날 수 있을 것처럼 말이다. 가만히 돌아보면, 정작 행복은 길 끝보다 길 위에 더 많이 놓여 있었다.
행복이란 어쩌면 지금 여기서 발견하는 반짝임인지도 모르겠다. 귀한 것은 길 끝에 하나만 숨겨져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지나가는 자리마다 조금씩 흩어져 있다. 그리고 그 길 끝은 없다. 우리는 늘 길을 가는 중이니까.
인생은 눈을 감는 순간까지, 나만의 길을 어떻게 걸어가느냐의 차이일 뿐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삶은 마지막에 닿을 하나의 보물을 찾는 일이 아니라는 걸 이제 조금씩 알아간다. 가는 동안 숨어 있는 기쁨을 하나씩 발견해가는 여정이라는 걸 말이다.
어릴 적 소풍날 보물찾기 하듯 신나고 두근거리게 걸어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 보란 듯이 크게 놓여 있었는데도 미처 못 봤던 것들, 바로 옆에 있었지만 서둘러 지나치느라 놓쳤던 것들, 그런 것을 하나씩 알아보는 재미가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멀리 있는 큰 목표를 향해 오래 항해하는 일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 과정 중에 곳곳에서 만나는 작은 발견들을 알아보는 일이, 어쩌면 인생을 더 오래 환하게 만든. 내가 찾고 바라보려 애쓰면 그것들은 손에 들어오고, 무심히 지나가면 옆에 있어도 그냥 스쳐 지나가게 되겠지.
필요한 건 더 많은 것을 가지는 삶이라기보다, 이미 와 있는 것을 알아보는 눈일 것이다. 책을 읽으며 밑줄을 긋고, 글을 쓰며 내 마음의 움직임을 붙잡고, 목표를 적어보며 내가 어디를 향하는지 확인하고, 하루를 기록하며 그냥 지나친 장면에 이름을 붙이는 일. 그런 시간이 쌓이면 삶은 같은 자리에서도 전보다 훨씬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그 끝은 눈을 감는 그날이겠지. 그날까지 누가누가 더 많이 발견하나, 그렇게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크고 대단한 것만 귀하다고 우기지 않고, 오늘 내 앞에 놓인 작고 사소한 것까지도 놓치지 않는 사람으로.
행복은 어디 멀리 묻혀 있는 최종 목적지가 아니다. 내가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에서 건져 올리는 현재의 감각이다. 오늘도 난, 멀리만 보는 눈을 거두려 한다. 아침에 마신 차 한 잔, 창밖으로 들어온 빛, 무사히 끝낸 일 하나, 마음을 가만히 붙들어 준 문장 한 줄. 그런 것들을 지나치지 않고 챙겨보는 것, 그게 행복에 더 가까운 태도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