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km만 하자고 했는데, 어느새 3km

by 사랑주니

내 몸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걸, 요즘 더 자주 배운다. 개운하게 일어났다고 하루 종일 괜찮은 것도 아니고, 지쳐서 주저앉을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 다시 살아나기도 한다. 내 것인데도 이렇게 헷갈리게 한다.



어제까지 기운은 자꾸만 지하로 떨어졌다. 정신을 차리고 끌어올리려고 할수록, 지하에서 더 깊은 지하로 곤두박질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웃음도 자연스럽지 않았고, 누워 있어도 자꾸 꺼지는 것만 같았다. 급기야 병원을 다녀오고 나서야 조금 살아났다.


오십이 지나니, 이상한 신호를 오래 미뤄둘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참는다고 지나가는 것도 아니고, 버틴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었다. 오십 평생 운동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늘 채찍부터 먼저 들고 살았으니 남아 있는 체력이 넉넉할 리도 없다.



오늘은 개운했다. 약발인지, 어제 밤잠을 잘 잔 덕인지 모르겠지만 몸이 가볍고 움직임도 부드러웠다. 새삼스럽게 몸에 감사했다. 이런 날은 더 달리고 싶어진다. 날아갈 것 같은 체력이 돌아왔으니, 괜히 티를 내고 싶어지기도 한다.




900%EF%BC%BF2026%EF%BC%8D03%EF%BC%8D26T06%EF%BC%BF08%EF%BC%BF10.287.jpg?type=w1
900%EF%BC%BF2026%EF%BC%8D03%EF%BC%8D26T06%EF%BC%BF08%EF%BC%BF20.390.jpg?type=w1




학교 운동장에 도착해 저 멀리 보이는 한라산을 바라보며 기를 받고 인증을 했다. 발걸음을 힘차게 박차고 출발했다. 이상했다. 분명 몸은 새털 같았는데, 허벅지가 풀리지 않고 점점 더 굳어가는 느낌이었다. 속도를 늦추고 천천히 뛰었다. 이런 날도 무리하면 안 된다. 일어날 때 좋았다고, 계속 그런 상태인 건 아니니까.



할 수 있는 만큼, 몸이 말하는 만큼 달리기로 했다. 조심스럽게 1km만 달려보자고 마음을 바꿨다. 툭툭. 무리다 싶으면 걷고, 괜찮아지면 다시 뛰었다. 그렇게 달리기와 걷기를 반복했다. 고등학생 딸의 아침 식사를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자, 미련을 버리고 집으로 향했다.




900%EF%BC%BFScreenshot%EF%BC%BF20260326%EF%BC%BF112216%EF%BC%BFSamsung_Health.jpg?type=w1





운동 앱을 열고 오늘의 기록을 확인했다. 엥, 이건 또 뭔가. 많이 달리지도 않았고, 달렸다기보다 산책에 더 가까웠고, 금방 집으로 돌아온 것 같은데 3km가 찍혀 있었다. 괜히 으쓱해졌다.



빠르든 느리든 중요하지 않았다. 몸이 말하는 만큼 달렸을 뿐인데 생각보다 더 멀리 있었다. 학교 운동회 날마다 늘 꼴찌 하던 내가 이제는 이 거리를 그냥 달린다. 꾸준함은 대단한 사람이 되는 일이 아니다. 어제의 나와 조금 다른 몸으로 살아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생각보다 멀리 와 있었다는 건, 무리하지 않고도 계속 왔다는 뜻이니까.


몸의 속도를 받아들이는 일은 주저앉는 게 아니라, 오래 가기 위해 나를 데리고 가는 방식이었다. 오늘도 무리보다 꾸준함을 택한다. 그 길이 나를 가장 멀리 데려간다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오십 년 방치한 몸, 이제는 긴 호흡으로 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