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조국 일식 과학 유람기 #15 - 양키스타디움 관람기
요즘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활약이 대단합니다. 오늘(2025년 4월 14일) 뉴욕 양키스와의 원정 3연전에서 연타석 홈런 포함 3방의 홈런을 날리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간판스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물 들어온 김에 노 젓는다고(^^) 너무 오래 중단했던 <2024 천조국 일식 과학 유람기>의 연재를 양키스타디움 관람기로 다시 시작합니다.
뉴욕 자유여행 첫째 날의 가장 중요한 일정이 시작됐습니다. 바로 뉴욕 양키스 경기 관람!!!
다른 자유여행과 마찬가지로 여행 출발 전에 단톡방을 통해 4월 10일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경기로 정했습니다. 티켓은 각자 구입하고 좌석 정보를 공유했습니다.
미국 야구장은 매 경기마다 좌석 구역별로 가격이 달라집니다. 1층은 너무 비싸고 2층도 내야 중간 정도 구역의 정가가 $100이었습니다. 주중이고 상대팀이 상대적으로 비인기팀인데도 이 정도이니 한국야구 입장료가 정말 싼 겁니다.
저는 과거 출장 때 경험이 있어 StubHub에서 3루 쪽 1열 한자리를 $50.95에 구입했습니다.
제가 단톡방에 알려드렸지만 나중에 들으니 대부분의 분들은 정가에 구입하셨더라고요 ㅠㅠ
단톡방에 이야기하지 않으신 분들과 이정모 관장님, 이강환 박사님 가족까지 합류해서 제법 많은 인원이 호텔에서 같이 출발했습니다. 미국 야구장 좀 가봤다고 제가 인솔자 비슷하게 돼 버렸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지하철을 탔습니다. 뉴욕 출장 중에도 이동은 차로 해서 뉴욕 지하철 자체가 처음이었습니다. 솔직히 영화나 드라마, 뉴스 등에서 접한 뉴욕 지하철의 악명에 조금 겁이 났지만 인솔자(?)로서 티를 안 내고 야구장까지 안내하기로 했습니다.
맨해튼의 타임 스퀘어 부근에서 브롱스에 있는 양키스타디움으로 가는 방법은 지하철을 타고 3가지 정도 됩니다. 그중에서 호텔에서 대각선으로 3블록 떨어진 Times Sq–42 Street역에서 S-line을 타고 두 정거장을 간 뒤 Grand Central - 42역에서 4번 라인을 타고 6 정거장을 가서 양키스타디움 역에서 내리는 코스를 선택했습니다.
지하철 무인 티켓 판매기에서 신용카드로 $2.9를 지불하고 마그네틱 선이 인쇄된 고색창연한 종이티켓을 샀습니다. 다른 분들도 저를 따라 구매하고 제가 도와드리고 했습니다.
몇몇 분은 신용카드가 잘 안 돼서 헤매기도 하고 현금으로 결제하려니 지폐가 안 들어가는 등 좀 힘들었지만 결국 모두 구매했습니다. 서울 지하철역에서 티켓 구입을 못해서 헤매는 외국인들의 모습이 바로 우리들이었습니다.
경기 끝나고 돌아올 때 알고 보니 아이폰이 있고 애플페이에 카드 등록을 해뒀다면 티켓 구입 없이 그냥 아이폰을 개찰구에 갖다 대면 되더군요.
한국 지하철을 타다가 뉴욕 지하철을 타니 역시 좁은 승강장과 스크린도어가 없어서 가까이 다가가기 조금 겁나는 분위기였습니다. 차량도 좀 좁았지만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역 이름도 직관적인 양키스타디움 역에서 나오자 거리엔 전설적인 양키스 영구결번 선수들의 벽화가 보였습니다. 조 디마지오, 서먼 먼슨, 화이티 포드, 필 리주토의 얼굴과 등번호가 담장에 그려져 있었기습니다. 베이브 루스, 루 게릭, 요가 베라, 데릭 지터, 마리아노 리베라 등은 어딘가에 또 있겠죠?
지하철역을 나와 또 다른 노선의 고가철로 너머로 웅장한 양키 스타디움의 외벽이 보였습니다. 거대한 규모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야구를 보려고 모여들고 있었습니다. 저절로 흥분이 고조되고 있었습니다.
NC 다이노스 점퍼를 입고 있었지만 안에는 2015년 출장 때 신 양키스 가을야구 기념 후드티를 입고 왔으니 모자만 사면 그럭저럭 완성이었습니다.
인파 속에 모자 등을 파는 가판대가 보였는데 노점상처럼 생긴 가판대도 정식 매장이더군요. 전날 맨해튼 기념품 가게에서와 똑같은 가격으로 하나 샀습니다. 카드 단말기로 간단하게 결제했습니다.
9년 전 방문 때와 마찬가지로 금속탐지기를 통과해야 합니다. 사람이 너무 많으니 랜덤으로 집은 사람의 가방을 X레이 검색대에 넣으라 합니다. 전 가방이 없어 무사통과(?)했습니다.
뉴욕은 물가가 비싼 미국에서도 가장 비싼 도시입니다. 양키스타디움은 어쩌면 뉴욕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곳이 아닐까 싶습니다.
메이저리그 야구장 10곳 정도를 가봤지만 외관과 내부가 양키스만큼 럭셔리한 곳은 없었습니다. 땅값 비싸기로 유명한 뉴욕에 있으면서 보통 야구장보다 외곽에 넓은 통로가 하나 더 있는 만큼 넓고 유리천장으로 덮여 있습니다. 여긴 비싼 곳이다라고 야구장이 말해줍니다.
무릇 야구장이란 먹는 재미에 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미국 야구장은 먹던 생수병도 못 가지고 들어갑니다. 그런데 안에서 파는 모든 식음료는 굉장히 비쌉니다.
핫도그와 잭다니엘 펀치 캔을 하나 샀는데 자그마치 $16.49입니다. 요즘 환율로 하면 23,000원이 넘습니다. 1리터짜리 맥주캔과 비슷한 크기이니 진짜 비싸죠.
당시(현재도)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1위인 뉴욕 양키스는 동부지구 꼴찌인 플로리다 말린스를 맞아 경기 전부터 각종 영상과 음악으로 분위기를 띄웠습니다. 경기 전엔 양키스의 4번 타자 후안 소토의 2023년 실버 슬러거 시상식도 있었습니다. 2024 시즌에 MVP 애런 저리와 함께 양키스의 쌍포로 대활약하며 시즌이 끝난 뒤 뉴욕 메츠와 15년간 총 7억 6,500만 달러 계약을 맺으며 오타니의 계약 규모를 1년 만에 뛰어넘게 됩니다.
경기 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국가 연주를 합니다.
참고로 경기 전 국가를 부르는 전통은 1차 세계대전 도중인 1918년 월드시리즈에서 처음 시작했고 1942년 2차 세계대전 중에 모든 경기에서. 연주하는 것이 의무화 됐습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야구를 애국정신과 연결하는 것은 오래된 전통입니다.
제가 미국에서 야구 경기를 본 것이 이번으로 세 번째입니다. 2011년 다저스타디움에서 LA 다저스와 SF 자이언츠 경기가 첫 번째였고, 두 번째는 2020년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그라운드 관리 연수 때였습니다.
매번 가장 기대하는 순간은 극적인 홈런의 순간이 아니라 7회 초 끝나고 공수교대 시간입니다.
미국 야구장은 리틀리그부터 메이저리그까지 7회 초가 끝나면 모든 관중이 일어나서 'Take Me out to the Ballgame'이라는 노래를 부르는 전통이 있습니다.
홈팀과 원정팀이 격렬하게 싸우다가도 이 순간만은 모든 야구팬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나를 오래된 야구경기에 데려가 달라는 노래를 부릅니다. 이 순간만은 서로 경쟁자가 아니라 오래된 야구팬을 뿐이라는 걸 서로 인식하는 시간입니다. (아래 3번째 영상)
우리나라 야구는 이런 전통이 없고 5회 말 끝나고 클리닝 타임 때 이벤트를 하거나 7회 초나 8회 초가 끝나고 그 팀의 대표 응원가를 부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원정팬까지 하나가 되는 순간은 없지요. 그래서 저는 이 순간이 미국 야구문화에서 가장 좋습니다.
911 참사 이후 이 노래 전에 참전용사를 소개하면서 God Bless America를 제창하는 것이 추가됐습니다. 이날도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전직 해군장교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2번째 영상)
저는 같이 가는 사람들에게 당연히 양키스가 이길 거라고 이야기했었습니다. 순위도 그렇고 전력도 압도적인 데다 홈경기였으니까요. 그래서 저를 포함해서 모자 등을 산 분들이 있었는데요. 결과는 양키스가 경기 내내 말린스에게 끌려가다 패배했습니다.
수비 실책도 저지르고 무엇보다 리그 최고의 타자인 애런 저지가 4타수 무안타에 삼진만 3개를 당했으니 당연합니다. 특히 9회 말 마지막 역전 찬스에서마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는 허무한 결말이었습니다.
2024년 월드시리즈에서도 다저스의 오타니와 달리 애런 저지는 시리즈 내내 부진해서 월드시리즈 준우승의 주역(?)이 됐습니다.
경기결과는 아쉬웠지만(?) 너무나 오랜만에 미국 야구의 성지에서 느긋하게 야구를 즐긴 멋진 경험이었습니다. 경기 후 근처 구역에 있던 일행들과 기념사진을 찍은 뒤 숙소로 향했습니다.
중간에 재밌던 경험은 매점을 가려고 계단을 올라가는데 한 미국인 젊은이가 제가 입고 있던 NC 다이노스 점퍼를 알아봤던 일입니다. TV 중계로 봤다고 하더군요. 코로나로 2020년 메이저리그가 개막을 못했을 때 약 한 달간 KBO 경기를 ESPN에서 중계했을 때 NC 경기가 제일 많이 중계됐고 소소하게나마 미국에 팬들이 생겼다고 했는데 여기서 만날 줄이야!
전날에도 봤는데 우리가 묵은 호텔 1층에 셰이크 쉑 버거가 있습니다. 밖에서만 보다가 처음 들어갔는데 메뉴판 한가운데 한국식 프라이드치킨버거와 BBQ 버거가 유일하게 컬러로 한자리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유리창에도 'Get Your Gochujang'이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이젠 Hot chilly pepper source가 아니라 고유명사로 'Gochujang'이라고 불리고 있다는 것이 뿌듯했습니다.
자 이제 뉴욕 자유여행은 하루를 남겼습니다. 저는 엄청 바쁜 하루가 될 예정입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