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연재소설> 2040년 노동의 종말
네오는 중저음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목소리 탓인지 네오보다 모피어스 같아 보였고, 이야기를 듣는 내가 네오가 된 것 같았다. 용기를 내서 물었다.
"혹시 녹화를 해도 되나요?"
"우리가 원했던 바입니다. 우리 목소리를 직접 전할 통로가 당신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단, 추적이 가능한 옵션들은 모두 끄셔야 합니다."
스마트 글라스의 위치, 시간 등의 옵션을 모두 끄고 통신도 차단한 뒤 녹화를 시작했다.
"당신은 인류애에서 어떤 위치? 역할을 하고 계신 분이죠?"
네오는 내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거꾸로 질문을 했다.
"인류애라는 단체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어떤 단체라고 생각하세요?"
어떻게 말을 할까 고민했다. 침을 한 번 삼키고 대답을 했다.
"예. 들어는 봤지만 이 시대에 온 지 얼마 안 돼서 잘은 모릅니다. 다만 언론이나 SNS에선 당신들을 진보하는 문명을 파괴하려는 시대에 뒤떨어진 제2의 러다이트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라고도 하더군요."
"정치인들이 주로 그렇게들 이야기하죠. 2026년에서 온 당신 생각이 궁금하네요."
"그전에 조직에서 어떤 역할을 하시는지 물었는데 답을 주시지 않았는데요."
"그건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2026년에 살다 온 당신이 14년의 간극을 어떻게 느끼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살던 2026년에 AI와 휴머노이드가 본격화하기 시작했는데 그로 인해 사람들의 일자리 대부분이 사라질 거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설마 하기도 했지요. 그런데 2040년에 와 보니 정말 대부분의 일자리는 로봇이 대체하고 그때는 말도 안 된다고 비판받던 기본소득이 실현되어 있더군요. 인간의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이 되긴 하더라고요."
"바로 그것이 우리가 이 운동을 하는 이유죠."
"당신들의 입장을 백번 이해한다고 쳐도 로봇 몇 대 부순다고 다시 2026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가성비가 안 나오는 방법 아닌가요?"
"비슷한 이야기를 일제강점기 때 일제 앞잡이들이 독립운동가들에게 했다는 것 알고 있나요? 작은 힘이라도 AI와 로봇이 일자리뿐 아니라 인류를 퇴보시키고 있다는 걸 누군가는 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류를 퇴보시킨다고요?"
"여기서 사람들을 만나서 느끼시지 않나요? 요즘 사람들의 지적 수준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세요? 모든 곳에서 물으면 답이 나오는 시대에 누가 공부를 하고 사유를 합니까? 옛날이라면 상식이라 할만한 기본적인 지식조차 고급지식 취급을 받고 있다는 것 모르시나요?"
"하긴 제가 유튜브 촬영을 위해 인터뷰를 하며 느끼기는 했어요. 심지어 처음 도착했을 때 만난 과학자들과 엔지니어들조차 예전엔 기본적으로 알아야 했던 수학 공식도 모르더군요. 역사나 경제 지식도 마찬가지고요. 스마트 글라스든 월패드 든 어디서나 물으면 답을 해주니까요."
"어쩌면 과거에서 온 당신이 이 시대에 가장 똑똑한 사람일지 모릅니다."
"하긴 저희가 지구에 돌아왔을 때 NASA에서 큰 혼란이 있었어요. 갑자기 우주선이 나타났는데 14년 전에 화성으로 떠난 탐사선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문제는 지구 귀환을 어떻게 시킬지 등을 결정하는데 엔지니어들이 판단을 하지 않더군요. 그냥 우주선 관제 시스템에 물어보니 이렇게 하라던데요, 하더니 기계적으로 실행했습니다. 저희들 입장에선 엔지니어들이 이렇게 고민도 안 한다고? 하고 놀랐지요."
"그게 현실인 거죠. NASA에서 일하는 엔지니어도 그런 정도인데 일반인들은 어떻겠어요? 이미 학교는 지식을 가르치지 않은지 오래됐고 대학 진학률도 20% 정도로 떨어졌어요. 대학을 가도 딱히 더 좋은 것을 배울 수도 없고 결정적으로 취업도 안되니까요"
"역사를 좀 뒤져보니 기술직들의 일자리는 어느 정도 유지가 되어서 2030년 경부터 중등교육은 기술 위주 직업교육으로 바뀌었더군요."
"한동안 로봇을 도입하는 것보다 인건비가 싼 일자리는 남아있었습니다. 하지만 휴머노이드의 가격 하락과 비례해서 능력 향상의 속도는 생각보다 빨랐습니다. 한 5년 전부터는 작은 공장 노동자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어부들조차도 휴머노이드로 대체됐습니다. 사람보다 로봇이 싸고 유능해진 거죠. 이대로 가다가는 사람들은 중세 농노처럼 권력자들과 거대 자본의 눈치를 보면서 근근이 먹고살기만 하는 무가치한 삶을 살아갈지 모릅니다."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여전히 인류애의 행동에 동의하기는 쉽지 않았다. 고민 끝에 오전에 들었던 이야기를 거꾸로 묻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