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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렁 Jun 09. 2024

업무의 Gray Zone에 놓인 직장인의 소회

대체 불가능한 비규격품이 되기 위한 Generalist의 고민

Role & Responsibility와 Gray Zone


하나의 사업시장에 나오기까지는 기획, 설계, 검증, 마케팅 등 실로 다양한 영역의 업무 협업이 필수적이다. 비교적 사업의 규모가 작은 시점에는 한 사람이 다양한 업무 영역을 담당할 수 있지만, 점차 사업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각 담당자와 업무 사이의 분업화가 필연적으로 진행된다. 몇몇 업무는 명확하게 그 영역을 구분할 수 있지만, 개중에는 그렇지 못한 분야 또한 어쩔 수 없이 존재한다. 후자의 사례로는 태생부터 여러 유관부서와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적인 부서, 그 중요도와 업무 강도가 높지 않아 유관부서들 사이에서 적당히 분배하여 처리하던 업무의 중요도가 상승하여 새로이 담당 부서가 조직되는 경우 등이 있다.


Career Path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되면서


학사 졸업 후 이제 막 부서를 발령받은 시점에 장래의 Career Path까지 고민할 수 있는 식견을 가진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학교를 벗어나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초보 직장인은 당장 맡은 일을 해내고 회사에 적응하기만도 벅차기 때문이다. 그 후 숱한 시행착오를 겪고 겨우 한숨 돌릴 수 있게 된 시점에서야 어렴풋이 직장인들은 본인의 장기적 Career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된다. 그렇게 본인과 주변 부서를 돌아보다 보면 각 부서와 업무 별로 성장할 수 있는 방식에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되는데, 어느 부서는 특정 업무 영역을 좁고 깊게 파고들어야 하고, 또 어떤 부서는 얇더라도 최대한 넓게 사업과 사회 전반을 파악하는 것을 필요로 한다. (통상 전자를 Specialist, 후자를 Generalist라고 분류한다.)


그 후에 진행되는 것은 자신의 업무에 대한 고민이다. 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업무가 어느 쪽에 더 가까운지, 그렇다면 나는 어떤 방향으로 역량을 쌓아나가야 하는지, 지금 내가 나아가고 있는 방향이 나의 이상이나 능력에 적합하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직무를 변경해야 하는지 등 한번 물꼬를 튼 고민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는다. 이 고민이 어려운 이유는 두 방향의 전문가 모두 사업에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Generalist의 고민


업무의 Gray Zone에 놓인 Generalist의 Career Pat

h는 난해하다. 근원적으로 왕도가 존재할 수 없는 구조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특히 실무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 난해함이 배가된다. 의욕을 가지고 무언가 해보려고 해도 명확한 Main Job이 없는 경우도 있고, 경계에 놓인 업무를 실무자 입장에서 의욕적으로 진행하려고 하면 본인은 괜찮을지라도 팀 전체의 입장에서 보면 업무를 떠맡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런 중간 위치의 부서 담당자는 그때그때 주어진 일들을 대중없이 반복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자신을 마주하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 직시는 과연 이 업무들이 나의 장기적 Career를 위해 축적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수반고, 이는 더 나아가 지금이라도 직무 변경이 필요할지에 대한 또 다른 고민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리고 이 고민을 배가시키는 것은 생각보다 이 경계영역을 맡고 있는 담당자를 다른 사람으로 대체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성장 경로와 방식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은 본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동일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단어는 역설적이지만 'Generalist의 전문성'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게 된다. 이런 생각이 뇌리에 한번 오르고 나면, 애매함과 대체불가함이라는 두 특성이 머릿속에서 충돌하며 진로에 대한 고민을 더 복잡하게 한다.


결국은 선택이 필요하다


위와 같은 고민에 처한 사람에겐 선택이 필요하다. 혹자는 지금이라도 직무를 변경하여 한 분야로 파고드는 Specialist의 길을 택할 수도, 또 다른 누군가는 '전문적 Generalist'의 길을 향해 나아가고자 결심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는 이 중 후자의 선택에 대해 추가적으로 풀어내보고자 한다. 실제로 현재 필자의 선택은 후자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후자의 성장 방향성을 크게 두 단계로 생각해 보았다. 첫 단계는 '대체불가능성'이다. 이른바 빼어난 비규격품이 돼 보자는 것이다. 각 유관부서와 소통하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최소한의 능력만 배양하고 유지할 수 있다면 각 부서 사이를 연결하는 딱 맞는 부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여기에서 본인의 주전공 분야를 하나 만들어내는 것이다. 같은 기획자라고 하더라도 고객 인사이트에 특화된 사람과 제품 도메인 지식이 뛰어난 사람, 고객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능한 사람이 잘 해낼 수 있는 분야에는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기우를 신봉하는 편은 아니지만, 준비하고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온다는 말에는 이견이 없다. 앞으로는 한 영역에 대해서만큼이라도 대체 불가능한 비규격품이 될 수 있도록 노력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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