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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렁 Oct 11. 2024

대중성과 예술성의 간극 사이에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접하며

빅데이터의 한계

오늘날 데이터의 중요성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고, 그중 빅데이터는 비교적 명확한 식견을 조사자에게 제공한다. 다만 다수의 의견이 항상 옳다고는 할 수 없고, 이는 종종 너무 당연한 사실만을 제공해주기도 한다. 빅데이터는 이미 결정된 사실의 당위성에 대한 증빙으로서는 효과적이나, 날카로운 시사점을 발굴해 내기엔 태생적 한계가 존재한다.


대중성과 예술성의 관계

대중성 또한 위의 빅데이터와 유사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대중적인 매체는 통계적으로 다수의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지만, 새롭고 날카로운 시각은 비교적 부족하다. 다수의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보수적인 선택을 내리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대중매체의 부족함이 아니라 태생적 특성로 바라보아야 한다.


예술에도 일종의 캐즘(Chasm)이 있기 마련이다. 선구자의 선택은 대중이 받아들이기엔 송곳과 도끼처럼 아직 날카롭다. 특정 작품에 대해 우리가 종종 난해하다는 감정을 느끼는 것은 아직 그 작품이 캐즘을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물론 이에 관계없이 작품 자체가 졸작인 경우도 존재한다.)


예술성이 대중성의 선행이나 상위 개념이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인류가 특정 대상을 받아들이는 여정 중 앞단에 위치한 것이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새로운 자극을 줄 수 있는 예술성을 지닌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물론 모든 예술성을 지닌 존재가 대중에게까지 파급되지는 않으며, 일부는 꾸준히 소수의 충실하고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그 명맥을 이어나가기도 한다.)


각자 원하는 위치에서

정답은 없다. 개인의 선호에 따라 혹자는 다양한 송곳을 찾아 새로운 자극을 갈망하기도 할 것이며, 또 다른 이는 자극은 적더라도 실패할 확률이 낮은 대중적 매체를 소비하고자 할 것이다. 어느 한쪽이 옳고 그르다는 판정보다는 개인의 성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취사선택이 보다 합리적인 방향성이 될 것이다.


나의 성향은?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이 화제다. 평소 책을 많이 읽지 않던 사람들의 화두에까지 오른 것이 이례적이었다. 대학 무렵에 읽었던 <채식주의자>는 담담한 문체로 날카로운 감정을 담아냈던 작품이었는데, 대중적으로 파급되기엔 꽤나 날 선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렇기에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있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작년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욘 포세의 <아침 그리고 저녁> 또한 쉽게 읽히는 이야기는 아니었으나 감정의 여운이 깊었던 작품이었다.


https://brunch.co.kr/@jooreong/124


필자는 개인적으로 캐즘 전후의 작품을 모두 좋아하는 편이다. 강렬한 날것의 자극도, 안정적이고 탄탄한 자극도 각기 다른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한 곳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관점에서 세상 속 작품들과 마하는 여정을 떠나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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