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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부엉이 J Jul 30. 2023

요리하지 않는 세상이 온다. 요리를 안하는 3가지 이유

마케팅, 트렌드, 인사이트


여러분은 집에서 요리를 하시나요? 


물론 요리를 하시는 분들도 있고, 요리를 안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한 번 가만히 자리에 앉아 '내가 어렸을 때'를 생각해 보시면, 아마 요리를 안하는 경우는 없었을 것입니다. 숨 쉬는 것처럼 '당연히' 하는 것이었죠.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습니다. 점차 요리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여러 데이터가 사회의 변화를 말하고 있습니다.


특정 단어를 네이버에서 얼마나 검색했는지 알 수 있는 '네이버 데이터랩'에 의하면 '요리'에 대한 검색량은 매해 반비례 그래표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그래표를 좀 더 상세하게 분석하면 정말 흥미로운 결과가 나옵니다.


네이버 데이터랩은 성별과 나이를 기준으로 검색결과를 세분화하여 볼 수 있습니다. 전체적인 추세뿐만 아니라 특정 나이대가 어떻게 검색하고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죠.


나이대를 나눠서 살펴보면 정말 뚜렷한 차이가 나타납니다. 요리에 대한 검색량이 '감소'한 나이대는 '13~39세'였습니다. 그리고 '45세 이상'의 나이대에서는 요리에 대한 관심이 '일정'했습니다. 

아래와 같은 그래표를 보였죠.





40~44세는 두 가지 유형의 그래표를 섞은 과도기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결과는 무엇을 반영할까요?

X세대 이상의 기성세대는 여전히 요리를 하고 있지만, MZ세대는 시간이 갈수록 요리를 안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네이버 검색뿐만 아니라 소셜데이터도 이 사실을 증명합니다. 바이브컴퍼니 생활변화관측소에 따르면 소셜데이터 상 가족 연관 단어에 집의 비중은 줄어들고, 식당의 비중은 갈수록 늘어납니다.


이 결과를 생활변화관측소 연구원님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따로 살아도 가족은 더더욱 중요해진다. 모여서 누군가는 요리하고 설거지하는 노동을 하기보다, 나가서 모두가 함께 맛있는 것을 먹는다."



출처 : 바이브컴퍼니 생활변화관측소



각종 SNS를 일상적으로 많이 활용하는 세대는 기성세대보다는 당연히 MZ세대입니다. 그러므로 소셜데이터 상 변화는 당연히 MZ세대의 변화를 나타냅니다. 


그러면 왜 MZ세대는 요리를 하지 않게 된 것일까요? 



1) 1~2인 가구의 증가


'정상가족'이라는 말에 대해 아시나요?


산업화 시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같은 생애주기를 살았습니다. 모두가 학교에서 가고, 비슷한 시기에 취업을 해서 당연히 결혼을 하고 또 당연히 아이를 2명 정도 낳았습니다. 


누구나 비슷한 삶을 살았기에, 부부와 아이 2명 정도로 구성된 가족을 '정상가족'이라고 표현했죠. 


이 시절에 남자는 돈을 벌어오고, 여자는 육아를 담당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었습니다. 경제가 빠르게 성장했기에 남성의 외벌이로 충분히 가족을 책임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달라졌습니다. 고도성장기는 끝났고, 양극화가 심화되었습니다.





경쟁이 심해지며 첫 직장을 잡는 나이는 점점 늦어졌습니다. 자동적으로 결혼을 하는 나이가 늦어지거나, 아예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아졌습니다. 1인 가구가 증가한 이유입니다. 


만약에 결혼을 하더라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부부간의 맞벌이는 필수가 되었습니다. 늦은 결혼은 늦은 출산(노산)을 불렀고, 당연히 아이를 1명 낳거나 아예 안 낳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4인 가구 시절에는 요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습니다. 하지만 1인 가구의 입장에서는 '선택'이 됩니다. 혼자 살기 때문에 누군가를 위해 의무적으로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맞벌이하는 2인 가구도 요리를 안 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성별을 가리지 않고 힘들게 일하고 왔는데, 누군가에게 맡길 수는 없기 때문이죠. 



2) 요리를 대체하는 비요리 대안들의 질적 향상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요리에 대한 부담은 남성보다는 '여성'의 몫으로 남겨진 것이 현실입니다. 마치 남성이 여성보다 경제력에 대한 부담을 더 느끼는 것처럼 말이죠.


그래서 서울시 도시정책지표조사에 따르면, 가사노동에 있어서 나이를 불문하고 여성이 더 많은 가사노동을 분담하고 있었습니다.


연령대가 어려질수록 공평하게 나눠서 하는 경우가 많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전체적인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은 가사노동을 하는 경향성은 변하지 않았죠.





이런 상황에서 요리를 대체하는 비요리 대안들이 주목받게 됩니다. 바로 전자레인지에 데우거나, 끓이기만 하면 먹을 수 있는 가정간편식(HMR)과 버튼만 누르면 되는 배달음식이죠.


예전에 HMR을 사서 먹는 것은 뭔가 죄책감이 드는 일이었습니다. HMR은 직접 요리하는 것에 비해 맛과 건강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배달을 해 먹는 것은 건강에 안 좋을뿐더러, 아까운 돈을 낭비하는 행동이었죠.


하지만 식품 관련 기술이 갈수록 발달하면서 HMR의 질이 비교도 없을 정도로 높아졌습니다. 대표적으로 '비비고 만두'를 둘 수 있습니다. 기업에서 파는 만두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꾼 제품이죠.


또한 배달음식에 대한 생각도 바뀌었습니다. 배달음식이라고 무조건 달고 짠 것이 아니라 건강에 좋은 음식도 얼마든지 시킬 수 있습니다. 게다가 배달로 인한 금전적 비용보다 직접 요리하는데 들어가는 시간적·정신적 비용을 더 크게 생각하게 되었고요. 



3) 가치관의 변화


첫 번째, 두 번째 요인에 녹아있지만 기성세대와 다른 MZ세대의 개인주의 가치관도 큰 원인입니다.


개인주의 가치관의 소유자는 나의 행복이 중요한 가치입니다.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밀레니얼 세대 부모들이 자식들을 위해 무조건 희생하지 않는 것이죠.


내 시간이 소중하니, 내 시간을 줄여주는 '도구'들을 찾게 됩니다. 그래서 요즘 신혼부부들이 사는 필수 가전이 '건조기, 로봇청소기, 식기세척기'입니다. 





예전에는 몸으로 때웠지, 아깝게 돈을 주고 사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반대입니다. 돈으로 때우면 때웠지, 소중한 내 시간을 아깝게 집안일을 하는데 낭비하지 않는 것이죠.


요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맛있는 식사는 하고 싶지만, 요리를 하는 것은 내 시간을 빼앗는 행동입니다. 아무리 조리과정과 시간을 줄여준다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근본적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방법은 요리를 안 하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아무래도 1~2인 가구가 요리를 덜하긴 하지만, 아이가 있는 3~4인 가구 MZ세대도 기성세대보다 요리를 안 하게 된 것입니다. 가치관이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이죠.



Pixabay



<마무리하며>


기성세대나 MZ세대나 요리는 즐겁기보다는 대부분 '노동'입니다. 하지만 요리를 대하는 방식은 달랐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가치관' '환경'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신세대에 포함되었던 밀레니얼 세대가 기성세대가 되고 있습니다. 요리를 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가면 갈수록 요리를 하는 횟수는 줄어들 것이 분명합니다. 


결국 예전에는 모두가 했던 요리가 이제는 시간과 돈이 넉넉한 '부유층들의 고상한 취미'가 되거나, 아니면 시간과 돈이 없는 '빈곤층만의 노동'이 될 수도 있는 것이죠. 대부분이 '간편하게 식사를 즐기는 세상'이 오면 말입니다.


초고령화 사회로의 전환은 요리의 미래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스스로 요리하는 것이 힘들어지기 때문이죠. 어떤 미래가 오든, 사람들이 보다 행복할 수 있는 방향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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