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고전 읽기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의 사이에서

멋진 신세계 - 올더스 헉슬리

by 지렁이


나는 불행해질 권리를 주장하겠어요



유토피아.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상의 나라를 뜻하는 말입니다. 그 유토피아가 여기 '멋진 신세계'에 있습니다. 모두가 사회적으로 필요하고, 모두가 평등하며, 모두가 행복합니다. 영원히 젊고 아름다우며 건강합니다. 질병, 장애, 노화가 존재하지 않죠. 원하는 물건은 스위치만 누르면 얻을 수 있습니다. 전쟁은 사라지고 항상 평화롭습니다.



여러분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을 아시는지요. 그는 이상적인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각자 타고난 적성과 성향에 따라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그 목적에 따라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대통령이란 직업은 대통령을 하기에 적합한 적성과 성향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하고, 대통령이 된 사람은 국민을 행복하게 해야 하는 대통령의 목적에 따라 행동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사회적으로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첫째. 신이 아닌 이상 본인의 적성과 성향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기가 힘듭니다. 내가 피아노에 재능이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골프가 더 좋을 수 있습니다.


둘째. 재능과 선호가 충돌할 수 있습니다. 안다고 해도 본인의 적성과 성향에 맞지 않는 일이 더 좋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음악에 재능이 있으나 공부를 하는 것을 좋아할 수 있습니다. 즉 사회적인 좋음과 개인적인 좋음은 다를 수 있습니다.


셋째. 재능과 현실의 충돌입니다. 미술에 재능이 있지만 미술가로 돈을 버는 것이 어렵다는 현실을 감안하여 돈을 벌기 위해 창업가가 되기를 원할 수 있습니다. 선택은 개인의 자유입니다.


넷째. 특정 분야에 재능이 있더라도 사회적으로 수요가 적을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리더에 대한 재능을 가지고 있어도, 그들이 모두 리더가 되기는 불가능합니다. 그러기에 플라톤의 이상국가는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멋진 신세계'에서 플라톤의 이상국가가 현실화됩니다. 도대체 어떻게 현실화시켰을까요?



'멋진 신세계'에서는 사람은 총 5가지 계급(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이 있고 계급별로 하는 일은 정해져 있습니다. 상위계급의 사람은 적고, 하위 계급의 사람은 많습니다. 여기까지는 역사적으로 흔한 일입니다. 하지만 학문에 재능이 있지만 노비일 수 있는 것처럼, 신분과 그릇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멋진 신세계'에서는 그 문제를 해결합니다. 멋진 신세계에서는 사람이 여자의 몸에서 태어나지 않고 인공적으로 배양됩니다. 인위적인 조작을 통해 그들이 사회적으로 수행할 일에 적합하게 선천적으로 만들어지고, 교육됩니다.


예를 들면 엡실론은 지적 능력, 신체적 능력이 가장 떨어지게 태어납니다. 그리고 각 계급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즉 숙명을 사랑하게 사회화됩니다. 그렇기에 개인은 후천적으로 목적을 가질 수 없습니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사랑한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행복과 미덕의 비결이다. 불가피한 사회적인 숙명을 사람들이 좋아하도록 만드는 훈련, 모든 습성 훈련이 목표하는 바가 바로 그것이다. 48쪽


모든 인간은 물리-화학적으로 평등하기 때문이죠. 그뿐 아니라 엡실론들까지도 없어서는 안 될 존재들입니다. 만일 당신이 엡실론이라면 당신이 받은 조건반사 습성 훈련 때문에 자신이 베타나 알파가 아니라는 대해서 마찬가지로 감사하게 생각했을 거예요. 119~120쪽


사람들이 목적의식을 갖지 못하도록 내버려두면 안 됩니다. 사람들이 저마다 마음대로 행동하기 시작했다가는 사회 질서 전체가 무너질 테니까요. 357쪽



주인공 '존'은 총통에게 다음과 같이 묻습니다. 왜 모든 사람들을 알파로 만들지 않았나? 당연한 물음입니다. 사람을 인위적으로 열등하게 만든 것이니까요. 총통은 질문에 답합니다.



알파들로 이루어진 사회는 틀림없이 불안정하고 비참해집니다. 알파들이 근무하는 공장을 상상해봐요. 그것은 훌륭한 자질을 물려받아, 자유로운 선택을 하고 책임을 지도록 훈련을 받아 길이 든 개인들이 저마다 분리되고 상관이 없는 집단을 이루는 셈이죠. 그건 부조리한 짓입니다. 상급 대용 샴페인을 하급 병에다 부어 넣을 수는 없어요. 336~337쪽


한심하다니요?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그들은 그런 일을 좋아해요. 그것은 부담이 없고, 유치할 만큼 단순하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아무런 부담을 주지 않으니까요. 쉽고 피곤하지 않은 일을 7시간 반 동안 하고 난 다음에는 소마 배급과 놀이와 자유분방한 성교와 촉감 영화를 누립니다. 그들이 더 이상 무엇을 요구하겠어요? 339쪽


그야 물론 그들이 근무 시간을 줄여달라고 요구할지도 모르죠. 결과는 어땠을까요? 불안정과 소마 소비량의 급격한 증가 그것이 전부였습니다. 3시간 반이라는 잉여 여가는 행복의 원천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사람들은 그렇게 남는 시간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낄 따름이었어요. 339쪽


원한다면 우리들은 모든 필요한 양식을 합성시켜 생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린 그러지 않아요. 우리들은 인구의 3분의 1이 흙과 더불어 일하게 하고 싶습니다. 우린 변화를 원치 않아요. 모든 변화는 안정에 위협이 되니까요. 우리들이 새로운 발명들을 실생활에 적용하기를 그토록 삼가는 또 다른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340쪽


마지막 말은 앞으로의 미래사회의 모습이 연상됩니다. 과학과 기술이 고도로 발전하면 인간은 더 이상 일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하지만 그러면 사회적으로 '불안정'해집니다. 그러므로 '안정'을 위해서라면, 설사 생산성이 로봇에 비해 떨어진다고 해도, 인간에게 일을 시킬 수 있습니다.



위에서 소마는 어떤 불쾌감이 들어도 행복하게 해주는 마약입니다. 생각할 수 있는 힘을 없애고, 항상 사람을 만족하게 하는 것이죠. 사람들이 배양되는 멋진 신세계의 사회는 말초적인 쾌락을 자유롭게 추구하게 합니다.


굉장히 어릴 때부터 사람들은 여러 사람들과 자유로운 성관계를 맺기 시작합니다. 모두가 모두에게 공유됩니다. 쾌락추구는 절제되어야 하는 것이고, 순결을 중시하며, 사랑 즉 한 사람에 의한 한 사람의 독점하는 결혼 시스템에서 자란 주인공 '존'이 보기에는 너무나 더러운 행동이었지만요.



헌데 이곳에서는 말이에요,. 어느 누구도 한 사람 이상의 소유가 되어서는 안 돼요. 그리고 일반적인 방식으로 사람들을 소유했다가는 다른 사람들에게 반사회적이고 사악하다는 소리를 들어요. 사람들이 경멸하고 미워하죠. 194쪽



왜 자유로운 쾌락이 추구되고, 모든 사람은 모든 사람에게 공유될까요? 그것은 사회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서입니다. 다음의 인용을 보면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것을 두고 내 것이라 일컫게 됨으로써 사사로운 즐거움과 고통도 나라에 생기게 함으로써 분열하게 하는 일이 없도록 말일세'라고 지도자의 사적 소유를 경계한 플라톤이 연상됩니다.



가족, 일부일처제, 낭만 그로 인해서 어디를 가나 배타성이 존재했고, 어디를 가나 관심은 한 곳으로만 쏠렸고, 충동과 정력은 좁다란 분출구를 통해서만 발산되었다. 82쪽


순결을 지켜야 할 이유는 어쩌고요!(존)/ 하지만 순결은 욕정과 신경 쇠약증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욕정과 신경 쇠약증은 불안정을 의미하고, 불안정은 문명의 종말을 의미합니다.(총통) 358쪽


이렇게 멋진 신세계의 사회는 지독히 '안정'적이고 '평화'로우며, 사람들은 '행복'합니다.


사람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은 전체적으로 볼 때 너무나 즐겁고, 너무나 많은 자연스러운 충동들을 자유롭게 실천하도록 용납되었으므로, 사실상 저항하고 싶은 유혹이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어떤 불운한 상황에 의해서 혹시 불쾌한 상황이 일어나는 경우라면 소마가 언제라도 현실로부터 휴식을 마련해줍니다.

과거에는 굉장히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여러 해 동안 힘든 도덕적인 훈련을 거쳐야만 이런 일들을 달성할 수가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반 그램짜리 정제 두세 알만 삼키면 다 해결됩니다. 359쪽


이런 사회의 모습에 치를 떨며, '존'은 다음과 같이 울부짖습니다.
나는 여러분에게 자유를 전해주려고 왔습니다. 여러분은 노예로서 살아가는 신세가 좋습니까? 여러분은 자유롭고 인간다운 사람이 되고 싶지 않습니까? 여러분은 인간성과 자유가 무엇인지조차 이해하지 못합니까? 321~323


그로 인해 가벼운 소요가 일어납니다. 그것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소마'가 사용되며 다음과 같은 '방송'이 틀어집니다.


왜 여러분은 모두 함께 행복하고 선량해지려고 하지 않나요? 행복하고 선량해집시다. 평화를, 평화를 찾읍시다. 326쪽



대충 파악하셨을 테지만, 멋진 신세계의 지도층이 위와 같은 사회를 만든 이유는 안정, 평화,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사회의 모든 시스템은 그에 맞춰져 있습니다. 왜 그들은 안정, 평화, 행복을 추구 아니 집착하는 것일까요?


'멋진 신세계'를 만든 사람들에게 한 때 지식은 가장 고귀한 선이었고, 진리는 가장 숭고한 가치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진실을 좋아하고 과학의 발전을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변화했습니다. 그들의 변화는 바로 전쟁 때문입니다.



멋진 신세계를 통치하는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그들은 미치광이가 아니다. 그들의 목표는 무정부 상태가 아니라 사회적인 안정이다. 과학적인 수단들을 동원하여 그들이 수행하는 궁극적이고 인간적이며 참된 혁명적인 혁명의 목적은 안정을 성취하는 것이다. 17쪽


전쟁을 그들의 인식을 바꾸어놓았지. 사방에서 탄저열 폭탄이 터지는 마당에 진리나 아름다움이나 지식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물론 그것은 진실을 위해서는 별로 좋은 일이 아니었지. 하지만 행복을 위해서는 아주 좋은 일이었어. 인간은 무엇인가를 얻으려면 필연적으로 대가를 치러야 해. 행복은 대가를 치러야만 성취할 수 있다고. 344~345



그들은 공유를 위해 사유를 포기했습니다. 행복을 위해 자유를 포기했습니다. 안정을 위해 변화를 포기했습니다. 전체를 위해 개인을 포기했습니다. 어떤 것을 극단적으로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그에 반대되는 것을 극단적으로 제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극도의 안정과 행복이 찾아오자 세상에 예술과 신이 사라졌습니다. 숭고함, 투쟁의 찬란함, 숙명적인 패배의 화려함, 영웅성도 사라졌습니다. 그건 그저, 문명화된 사회에는 필요 없는 정치적 비능률성일 뿐입니다.



‘하지만 절대로 그런 책을 쓰지는 못할 거예요 그건 우리들이 살아가는 세계가 오셀로의 세계와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강철이 없으면 자동차를 생산할 수가 없으며, 사회적인 불안정이 없으면 비극을 생산할 길이 없으니까요. 세계는 이제 안정이 되었어요. 사람들은 행복하고, 원하는 바를 얻으며, 얻지 못할 대상은 절대로 원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모두가 잘살고, 안전하고, 전혀 병을 앓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늙는다는 것과 욕정에 대해서 모르기 때문에 즐겁습니다. 어머니나 아버지 때문에 시달리지 않고, 아내나 아이들이나 연인 따위의 강한 감정을 느낄 대상도 없고, 마땅히 따르도록 길이 든 방법 이외에는 사실상 다른 행동은 하나도 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어요. 그리고 혹시 무엇이 잘못되는 경우에는 소마가 기다립니다. 333쪽


‘사람이란 젊음과 번영을 누릴 때만 신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으며, 독립은 끝까지 안전하게 이끌어주지는 못한다.’ 그런데 우린 지금 종말이 찾아오기 직전까지 젊음과 번영을 누릴 수가 있게 되었답니다. 그다음에는 어떻게 될까요?

분명히 우리는 신으로부터 독립하게 되겠죠. ‘종교적인 감정은 모든 상실에 대해서 우리에게 보상을 해준다.’하지만 우리가 보상해줘야 할 손실은 하나도 없고, 종교적인 감정은 불필요합니다.

도대체 젊음의 욕망이 전혀 감소하지 않았는데, 왜 우리가 젊음의 욕망에 대한 대용품을 찾아 나서야 하나요?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온갖 어리석은 유희를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해서 만끽할 수 있는 판에 여흥을 위한 대용품이 왜 필요합니까?

우리의 몸과 마음이 활발하게 계속 즐거움을 누리고 있는데 무엇 때문에 휴식이 필요합니까? 소마가 있는데 왜 위안이 필요하죠? 사회 질서가 있는데 왜 불변하는 무엇이 필요합니까? 353쪽



소설 1984에서는 정부는 시민들을 감시합니다. 하지만 멋진 신세계에서는 본인의 삶을 사랑하기에 감시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래서 책 머리말에서는 선전활동이 이룩한 가장 위대한 승리는 무엇을 실행해서가 아닌 무엇을 하지 않도록 억제하는 데서 달성되었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그들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특정 내용을 언급하지 않음으로 더 효과적으로 영향을 미쳤습니다.



웬일인지 그는 여태껏 포페를 진심으로 미워한 적이 없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따지고 보면 얼마나 포페를 미워하는지 적절하게 표현할 길이 전혀 없어서 사실상 그를 미워하지 않은 셈이었다. 209쪽


그런 종류의 관념은 그들로 하여금 지상의 선으로서의 행복에 대해서 그들이 지녔던 신념을 상실하게 하고 대신에 목적이란 현재의 인간 세계를 벗어난 어디엔가 존재하며, 인생의 목적이란 복지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의식을 강화하고 정제시키는 무엇 지식을 확대시키는 무엇이라고 믿게 만들지도 모를 일이었다. 27쪽



책의 말미에 '존'과 '총통'은 다음과 같이 대화합니다. (362쪽)


존 : 하지만 난 불편한 편이 더 좋아요
총통 : 우린 그렇지 않아요. 우린 편안하게 일하기를 더 좋아합니다.
존 : 하지만 난 안락함을 원하지 않습니다. 나는 신을 원하고, 시를 원하고, 참된 위험을 원하고, 자유를 원하고, 그리고 선을 원합니다. 나는 죄악을 원합니다.
총통 : 사실상 당신은 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하는 셈이군요.
존 : 나는 불행해질 권리를 주장하겠어요.
총통 : 늙고 추악해지고 성 불능이 되는 권리와 매독과 암이 시달리는 권리와 먹을 것이 너무 없어서 고생하는 권리와 이투성이가 되는 권리와 내일은 어떻게 될지 끊임없이 걱정하면서 살아갈 권리와 장티푸스를 앓을 권리와 온갖 종류의 형언할 수 없는 고통으로 괴로워할 권리는 물론이겠고요
존 : 나는 그런 것들을 모두 요구합니다.



유포티아는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 이상의 나라'입니다. 어쩌면 유토피아는 '현실에서 존재할 수 없는 이상의 나라'이기보다는 '현실에서 존재해서는 안 되는 이상의 나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유토피아에 대한 추구는 필연적으로 디스포비아로 세상을 가게 하는 것 아닐까요.



난 차라리 나 자신 그대로 남아 있고 싶어요. 불쾌하더라도 나 지신 그대로요. 아무리 즐겁더라도 남이 되고 싶지는 않아요. 그토록 철저히 어떤 다른 존재의 한 부분이 되기보다는 진정으로 나 자신다워진다는 거죠.

사회적인 집단의 세포 하나가 아니고요. 그럼요, 지금은 누구나 다 행복하고 말고요. 하지만 다른 방법으로 행복해지는 자유를 누리고 싶지 않나요? 모든 사람의 방법이 아니라 당신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말이에요. 149, 151쪽, 1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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