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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Apr 11. 2021

금수저 고양이

"설기 완전 금수저 고양이네!"


초반 설기의 용품들을 구매할 때 주변에서 들었던 이야기이다.

수저에 비교해서 이야기하는걸 좋게 생각하지 않았었지만, 막상 내 아이가 금수저라는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기분이 나쁘지 않았던 것뿐만 아니라 '내가 금수저는 못되어도 내 새끼는 금수저로 만들어줘야지!'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 이후로 설기에게 더 좋은 것들을 해주기 위해 인스타나 카페 등을 찾아보았고, 모두 사들였다. 특히 인스타에서 광고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구매하기를 누르고 있었다.



한 번은 소파에 누워 핸드폰으로 설기의 장난감과 영양제들을 찾아보고 있었다. 여러 가지 사이트와 후기들을 보면서 구매에 열중하고 있었는데, 설기가 심심한지 자꾸 발을 물며 요리조리 뛰어다녔다. 나는 자동 장난감을 켜주고 다시 구매에 열중하였다. 그렇게 구매를 완료하고 설기와 놀아주려 찾아보니 혼자 놀다 지쳐 잠들어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아차 싶었다. 무엇을 위해서 나는 이렇게 열심히 찾아보고 했던 걸까. 내가 없는 사이 심심할까 봐 구매했던 자동 장난감들은 내가 놀아줄 수 있을 때도 움직였고, 좋은 것들을 알아보겠다는 핑계로 같이 있을 때 핸드폰만 들여다보았다. 정작 아이는 저렇게 혼자 놀다 지쳐 자고 있는데 이게 무슨 소용인가 싶은 마음이 들었다.  



여태 구매한 많은 물건들을 꺼내 돌아보았다. 나를 위한 건지 설기를 위한 건지 알 수 없는 물건들이 대부분이었다. 인기가 많아 구매했던 용품들 대부분은 정작 사용하는 아이보다 집사의 편의를 위해서 나온 물건들이 많았다. 물론 아이와 함께 생활하면서 더 편하고 좋은 방식을 찾아가는 게 맞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편하다는 이유로 용품들에게 미루며 그 상황들에 익숙해지고 있는 내 모습은 분명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 이후로 나는 설기가 아닌 나를 위해 구매했던 물건들을 정리하고, 설기의 물건을 구매할 때 아이에게 꼭 필요한 것인지 한 번 더 생각하고 구매한다. 또한 함께 있는 시간 동안에는 오로지 설기를 위해 집중하는 시간으로 만들려고 한다. 많은 물건들이 줄어들어 용품으로는 더 이상 금수저가 아닐지 몰라도, 집사의 사랑에 대해서는 금수저 고양이로 만들어주고 싶다. 




하지만 일할 때는 엄마를 좀 놔주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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