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만든다는 건
우리 회사가 판매하는 품목은 주로 '휀스 부품'이다.
많은 이들이 무심코 지나치기는 하지만, 길을 다니다 보면 위 이미지와 같은 휀스를 많이 볼 수 있다. 얼핏 단순해 보이지만 저와 같은 모습으로 완성하기 위해서는 꽤나 다양한 부품들이 필요하다.
부품을 생산하는 과정을 단순하게 도식하면 다음과 같다.
금형(1)을 프레스 기계(2)에 고정하고 철판(3)을 댄 후, 힘을 가하면 철판이 변형되면서 제품(4)이 출력된다.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우리가 실생활에서 직접 피부에 맞대고 사용하는 많은 플라스틱과 철 제품들은 위 그림과 유사한 프로세스를 거쳐 생산된 양산품들이다. 원료를 '가공'해서 누군가에게 혹은 어딘가에 필요한 제품으로 만든다.
공장에서 직접 일하기 전까지, 내가 사용하는 제품들이 위와 같은 프로세스를 거쳐 생산된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할 필요도 없었고 할 이유도 없었다. 왜? 내가 먹고 사는 문제와 전혀 관계가 없는 곳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 혹은 자동화 설비가 갖춰진 기계가 제품을 생산할 테니까. 공장은 힘들고, 위험하고, 더러운 공간이니까.
막상 닥쳐서 일을 해보니, 역시나 공장 일은 힘들고 더럽고 위험했다.
근데 그렇게 힘든 환경에서 일하다가도 별 쓸모 없어 보였던 철판이 어떤 형태를 지닌 물건으로 변형되는 순간을 지켜보고 있자면 신기한 구석이 있기도 하다. 심지어 그 물건을 누군가가 필요로 한다. 그래서 '비용'을 지불하고 구입도 한다. 가치없던 무언가가 가치있는 무언가로 변한다. 나의 노동으로 인해서. 물론, 기계라는 생산수단의 도움을 받았지만
참으로 감개무량한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