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나저러나 역사적인 인물이 되어버린
고등학생 때였다.
1961년생이었던 한 선생님께서는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이 피살됐을 때, 나라가 망하는 줄 알고 오열했다고 하셨다. 자신이 태어날 때부터 18살이 될 때까지 대통령은 한 명뿐이었으니까. 그 사람이 죽었다고 하니, 심지어 측근이 쏜 총탄에 맞아 피살됐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라고 생각했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재임기간은 1963년부터 1979년까지이며 1961년 5월 16일부터 실질적인 최고 통수권자였다.
오늘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그 당시 또래들에게 셀럽이었다.
1. 장기간 집권했던 최고 권력자의 딸로서 못생기지 않은, 심지어 예쁘장한 외모를 갖고 있었고
2. ‘이상적인 국모의 형상’이었지만 안타깝게 피살된 육영수 여사의 닮은꼴이자
3. 엄마를 대신해 아버지를 내조하는 퍼스트레이디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 ‘당차고 대견한 아가씨’였고
4. 비명에 아버지까지 잃은 애처로움과 안타까운 심정
5. 게다가 어린 두 동생을 돌봐야 하는 맏이의 무게감까지 더해진 비운의 아이콘으로서
대한민국 역사상, 전무후무한 캐릭터를 갖춘 셀러브리티가 됐다.
영국 국민들이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나 미들턴 왕세자비를 바라보는 심정이 아니었을까 추측해 본다.
나도 MBC 드라마 ‘궁’을 보던 시절, 막연하게나마 ‘우리나라에 왕실이 있었다면…’하고 생각했었다. 마지막화가 없는, 리얼한 실사판 드라마를 계속 시청할 수 있었을 테니까
나의 후손들은 역사과목을 공부하면서 2017년 3월 10일을 외워야 할 거 같다. 그만큼 대한민국 역사에서 중요한 날임에는 틀림없다.
내가 공부한 바로는, 대통령은 드라마 주인공을 뽑는 게 아니다.
한 사람이 살아온 행적과 스토리는 그 사람을 판단하는데 중요한 요소이지만 누구의 아들, 딸이어서 누구의 친구여서, 누구랑 가까워서 라는 이유만으로 대통령을 선출한다면, 후손들에게 또 다른 대통령 탄핵 선고일을 암기해야만 하는 부담을 줄 수도 있다.
아무튼, 곧 다가올 19대 대통령 선거에는, 조금 더 면밀하게 조금 더 세심하게 후보들을 살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