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하나 고민스럽지 않은 게 없는 나의 인생 점검 에세이
(1) 서른이지만 스물여덟인데요
”서른, 서른, 서른!“ 이효리가 외치던 서른이 내 나이가 되었다. 14학번으로 입학했는데 2024년이다. 아는 동생들이 ‘언니 이제 서른이야?’하며 호들갑을 떨며 놀려 댄다. 나는 글로벌 스탠다드로는 28살이라고 반박하고, 동생들의 비웃음을 듣는다. 누군가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나이가 어떻게 되냐’는 질문에 “만으로 스물여덟, 한국 나이로 서른이요..” 하기도 하고 그냥 “95년생입니다..” 하기도 한다. 국제표준으로 스물여덟임이 분명하잖아..! 그런데 한국 나이로는 서른이고… 그럼 몇 살이라고 해야 할까? 참으로 혼란하다. 아무튼 난 서른을 완전히 인정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삼십 대라는 말이 턱 끝까지 찾아온 건 사실이다. 이 나이의 무게감이 스멀스멀 나에게 다가온다. 14학번인데 2024년이 됐다. 지나가다 대학생을 보면 예전만큼 친근하지 않고, 직장인을 보면 나 같아서 짠하다. 스무 살 때 내일이 없는 것처럼 노는 친구들을 보며 ‘쟤는 커서 뭐가 될까?’싶었는데, ‘쟤’들이 다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하며 살고 있다. 요즘 주말의 시작을 결혼식으로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이 나의 결혼 계획에 대해 물어본다.
(2) 혼돈의 카오스가 찾아오면 선녀님을 찾아가볼까?
30대가 찾아오면 고민과 방황이 잦아들고 모든 것들이 자리를 잡을 줄 알았다. 그렇지만 자리를 잡기는커녕, 나는 역대급으로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꿈꾸었던 직업을 해보니 나랑 안 맞는 거 같고, 인간관계는 스트레스 받고, 결혼을 할 수 있을지 감도 안 온다. 진로, 이직, 연애, 결혼… 도무지 갈피를 못 잡는다.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 하는 고민들이 매일 밤 나를 찾아온다.
나 말고도 다들 이런 고민을 하는지, 주변에 점 보러 다니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누구를 만나기만 하면 사주 얘기가 나온다. 정해진 것은 없고 미래는 걱정되니까, 답을 알고 싶기에 영험한 카운슬링이라도 받아보는 것이다. 사주를 보고 온 썰을 듣고 있으면 미래를 척척 가이드 해주는 선생님들이 너무 만나 뵙고 싶어진다. 나도 모르게 ’정보 좀요‘를 외친다. 그렇게 얻은 정보만 5군데가 넘는다. 서울, 고양, 부천, 대전…지역도 다양하다. 카톡 사주도 추천받았다. 그리고 그중에 접근성이 낮은 카톡 사주를 한번 봤다. 상담사는 나에게 중년이 되기 전까지는 사람들 눈에 띄지 말라고 했다. 나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였다. 나는 관심 받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기운이 쪽하고 빠졌다. 열심히 친구들에게 부탁해서 얻은 정보이면서, 상담 내용이 마음에 안 드니까 ‘이런 거 다 미신이야!’하면서 부정해버리는 간사한 나였다.
초등학생 때부터 꾸준히 지켜온 습관 중 하나가 일기를 쓰는 것이다. 맨 첫 장에는 지난해 목표가 뭐였고 뭘 이뤘는지 쓰고, 그 옆에 신년 목표를 쓴다. 2024년 다이어리 첫 장에는 ‘서른춘기 타파하기’를 적었다. ‘서른춘기’라 함은 혼란한 시기임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올 한 해 동안 마음껏 고민하고 방황하고 부딪혀보고 실패하고 좌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열두 달이 지나면, 좀 더 성숙한 메타인지를 하는 내가 되어있을 것이다. 사춘기가 끝나고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여담으로 고등학생이 되고, 몰개성하고 뭐 하나 특출난 것 없는 나 자신에 대해 깨닫고 이거 큰일 났다 싶어 나름 인간개조(?)의 과정을 거친 결과 그나마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갈 수 있었다) 깨달은 바에 대해 차근차근 정리해나가면, 정돈된 30대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
이 글은 ‘서른춘기 타파하기’의 서막이다. 앞으로 열두 달 동안 총 12개의 글을 통해 쓸데없는 망상과 공상과 고민으로 가득한 혼란한 내 머릿속을 비롯한 서른춘기의 모든 과정을 함께할 것이다. 가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