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주제와 코믹액션이라는 토끼 사냥에 남는 아쉬움 토로
설 연휴 온 가족이 보는 코믹액션영화로 소개된 영화 <히트맨>을 보고 왔다. 이 영화에는 두 가지 포인트가 있다.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주제, 그리고 코믹하고도 박진감 넘치는 액션이다. 아쉽게도 이 영화는 토끼 두 마리를 다 놓쳤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영화를 보고 두 가지 시사점을 얻었다. 첫째는 적성과 흥미가 일치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까?라는 질문이다. 영화에서 봉준(권상우)은 암살요원으로서 타고난 재능을 가졌으며 모두에게 인정받는다. 하지만 봉준은 임무 수행이나 국가수호 같은 가치에 크게 관심이 없다. 기어코 꿈꿔왔던 만화가가 되었을 때에는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한다. 봉준이의 만화가로서의 넘치는 흥미와 부족한 재능, 국정원으로서의 넘치는 적성과 부족한 흥미가 대비된다.
사실 이건 많은 이들의 난제이지만, <히트맨>에서 느끼고 공감한 관객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영화는 관객이 이러한 대비를 선명히 느낄 만큼 친절하지가 않다. 가장 중요한 주제를 너무 단순하게 보여주고 지나친다.
다른 하나는 자존감을 후려쳐서 이용하면 안 된다,이다. 봉준이 속해있던 비밀그룹 '방패연'은 고아들로 구성됐다. 그들은 어릴 때부터 철저히 킬러로서 육성된다. 그 과정에서 그들의 자존적인 측면은 철저히 무시된다. 만화가 좋다고 말한 봉준이는 "그딴 게 뭐가 중하냐"라며 타박을 당한다. 결말에서 철이는 "나는 가족이 없으니까 죽어도 된다"라고 말한다. 너희는 고아인데 국가의 선택을 받았으니 감사히 여기고 충성하며 희생해라, 같은 마인드를 교육당한 거다. 영화에선 대사로만 평면적으로 드러났기 때문에, 관객이 감정적으로 터치 받을 포인트가 없었다. 최근에 많이 대두되는 주제이고, 영화 컨셉에도 잘 맞는다. 좀 더 직설적이고 감성적으로 마음의 상처가 드러났더라면, 하고 아쉬웠다.
영화는 코믹하고, 박진감 넘치려고 노력했지만 적어도 나는 그러한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화면 전환과 전개가 빠르지만 몰입이 안 됐고, 많은 이들이 투닥대지만 케미가 없다.
전개가 정말 빠르지만 담긴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빠르다는 느낌이 안 들고 오히려 정보가 너무 많아 지루하게 느껴진다. 특히 서론이 그랬다. 부모님이 국가대표라서 운동신경이 타고났고 그걸 알아챈 교관이 스카우트해서 최고의 요원이 됐지만 그런 삶이 싫어서 무리하게 작전에 투입되고 일부러 실종되어서 만화가가 되었지만 가난하다...는 이야기가 시간상 앞의 이야기라고 해서 정말로 영화 맨 앞에 전부 있었어야 했을까부터 의구심이 든다.
케미가 없는 이유는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투닥대기 전에 쌓여있는 캐릭터가 없으니 케미도 없는 것. 히트맨에 등장하는 인물 대부분이 "어떤 성격이야?"라는 질문에 대답하기 어렵다. 특히 주연들이 더 그렇다. 만화가 아빠, 미술 선생님인 엄마, 래퍼가 꿈인 딸 등 설정은 많지만 캐릭터가 없다. 엄마는 다혈질, 교관도 다혈질, 국정원 간부도 다혈질. 모두가 똑같은 방식으로 성을 낸다. 버럭 하고, 때리고, 욕하고.
암살요원이 정말 자기 이야기를 웹툰으로 낸다는 설정이 매력적이었고 중간중간 등장한 애니메이션과(네이버웹툰이었으면 정말 봤을 거 같다) 배우들의 액션 연기 역시 인상 깊게 봤다. 단점만 있는 영화는 절대 아니었지만 내가 워낙 캐릭터에 관심이 많아서 아쉬움을 크게 느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