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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제나 미술관 Nov 01. 2020

경청

2019년 12월 7일


십년 전 즈음 다른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운영 자문을 하러 가기 시작했을 초반에 나는 어린 마음에 지적꺼리(?)를 찾았더랬다. 그런데 몇 번 지나면서 함께 하는 고수분들을 옆에서 보며 배우는 바가 컸다. 훌륭한 자문은 무조건 칭찬도 아니고, 수정해야 하는 부분을 기관에 도움이 되는 바(그것도 가능한 범위에서)와 연결하여 딱 필요한 한 두 가지만 말씀하시고 대부분을 들으시더라. 그런 자문은 일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과 경험이 있어야 가능한 자문이고, 그 발언의 바탕에 '경청'은 정말 중요했다.

나는 박물관 교육 일을 하고 싶다는 후배가 있다면 너무 신념에 휩싸여 살거나 전문가가 되어야겠다고 학위를 고민하기보다는 박물관에서 벌어지는 교육이라는 문제를 함께 할 수 있는 유연한 장, 서로 존중하는 동료들과 함께 하는 모임 속에서 능동적으로 일하길 권한다. '어디서 이런 거 했다네,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더 많이 올 것 같네, 저렇게 하면 지원금을 받는다네'도 중요하겠지만 짬이 난다면 지금 현장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서로 귀기울여주고 의견을 모으면 좋겠다. 물론 외부의 자문도 필요하겠지만 우리는 박물관 내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제대로 경청할 시간도 없었다. 도대체 박물관, 미술관 교육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내년에는 진부한 예산과 인원 이야기를 초월하여 어떻게 하면 서로 '협력'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은 아름다운 밤이다.



2019. 12. 7. 오후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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