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다른 나
나이가 들고 인생의 연차가 쌓인다는 건 , 사회생활의 경력이 길어진다는 건, 내 세계가 단단해지는 일이다. 내가 생각하는 옳고 그름의 경계가 확실해지기 시작하고,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뚜렷해지기 시작한다. 세상에 대해 배우는 게 늘어나고, 그로 인해 불편하게 생각되는 행위나 언행도 늘어난다. 난 이것들이 언제나 내 삶을 옳은 방향으로 이끌어 줄 것이고, 보다 나은 인생을, 한 스텝 위의 것들을 향유하게 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나는 싫어지는 게 점점 많아지고, 내 안에 받아들일 수 있는 것들의 범위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불편한 것도 많아지고 선뜻해보지 않는 것도 참 많아졌다. 웃는 일이 줄어들었다. 비합리에서 꽃피는 낭만이 사라지고 있다. 내가 나를 너무 믿어서 (아니 나만 믿어서), 나말고는 관심이 없어서, 나를 너무 과대평가해서..
어제는 내가 날 너무 모르는 것 같다가 오늘은 내가 나에게만 너무 몰두한 삶을 사는 것 같다. 완전히 반대인 두 가지 이야기 같지만 어쩌면 이 양끝의 생각은 서로 연결된 지점이 있을지 모른다. 내가 세상을 어느 정도 안다는 오만, 진짜 나에 대해서 탐구할 의지는 없고 몸에 체득된 호불호만으로 그게 나라고 생각해버리는 착각. 대환장의 콜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