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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블루 Jun 23. 2024

2. 나의 이별은 잘 가라는 인사도 없이 치러질 뻔

시대가 시대인 지라 집으로 다시 들어와 'lost cat'이라고 검색해 보니 잃어버린 애완동물의 인적사항을 기입하면 동네사람들의 sns로에 올라가고, 임시동물 보호소로도 가는 아주 좋은 웹사이트가 있더라.

빠르게 너의 사진도 올리고 너의 특이한 인적사항을  더 쓰라고 하길래 생각나는대로 'very big 그리고 야생동물과 분간이 잘 안감 '이라고 적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좀 웃기다) 수의사 선생님도 너처럼 큰 고양이 처음 봤다고 했었던 거 기억날 것이다.

너의 전단지가 동네에 퍼졌는지, 모르는 동네사람들한테 연락이 오기 시작하더라.

요새 코요테가 얼마나 많은데 너를 밖에다 뒀냐는 책망부터 벌써 동물보호소에 있는 것 같다고 너랑 전혀 닮지도 않은 기이한 고양이의 사진까지 보내더라.

그래도 남에 일에 이렇게나 발 벗고 나서서 함께 걱정하는 사람들이 고맙고 귀여워서 잠깐 웃었다.

미안하다.. 아주 잠깐 웃었다.(그 기이한 고양이의 사진을 보고)


에어컨디셔너 공사는 끝났고 아저씨들은 괜히 미안해 어쩔 줄 몰라하셨다.

너를 찾으러 지붕 까지도 올라가 보셨다고 하시길래 내가 더 미안했다.

너를 찾으면 꼭 연락해 달라고 당부하시며 가셨고, 집안은 조용해 졌다.  

나는 펜스 바깥을 두번 왕복하며 더위를 먹었고 기가 막힌 마음에 울지도 못한채 집안 세탁기 옆에 주저앉았다. 

나는 힘없이 너를 불렀다.

'도도야.....'

뭔가 부스럭부스럭 소리가 나더니 세탁기 뒤에서 '와웅' 하며 너는 먼지를 뒤집어쓴 채 나타났다.

'아이고 도도야'

나는 다리를 쭉 뻗고 엉엉 울었다. 너를 찾으러 돌아다니면서도 절대 울지 않았었는데.. 내가 울면 너를 영영 못 찾을까봐 못 울었었는데...그제야 온몸에 힘이 다 빠지며 소리 내어 엉엉 울게 되더라.

너는 화장실에 볼일 보러 갔다가 큰 소리가 나니 그대로 그 좁은 세탁기 틈새로 기어들어 갔었나 보다. (공사도 시작되어도 아무렇지도 않은척 하던 그 모습은 연극이었냐?)

   

영혼이 다 털려나간 얼굴로 멍하니 마당에 서있는 남편에게 창문으로 너를 안고 보여줬다. 

아무 말 않고 들어오더라. 오늘 너의 생일이어서 네가 좋아하는 게를 한 마리 사다가 쪄서 줄까 했었는데 너무 오버하는 것 같아서 그냥 왔더니, 집에 네가 없어서 이러려고 게를 안 사게 됐었나 하는 별의별 생각이 다 나 괴로웠었다고 말하며 눈물을 줄줄 흘리더라.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로 눈물을 쏟는 남편을보고 나도 또 울었다.


너는 몇 시간 밥 못 먹었다고 밥을 먹고도 계속 또 달라고 보채더라. (안 먹은척 하는데 너의 주특기이긴 하다)

남편은 '오늘은 자면서도 먹겠다고 해도 줘야지 별수가 있냐' 하더라. 우리는 이렇게 너한테 또 항복이다.


하루종일 너를 찾으며 '나의 이별은 잘 가라는 인사도 없이 치러진다'라는 이소라의 노래가 머릿속에 가득해서 정말 슬폈다. 왜 이럴떈 그런 가사가 토씨하나 안 틀리고 생각이 나는지...정말 노랫말대로 됐다면.. 인사도 못하고 우리가 헤어졌더라면.. 17년을 키우고 너를 그렇데 놓친 나 자신이 용서가 안 됐을 것이다. 


너를 안고 다시 다짐했다. 절대로 방심하지 않으리라. 작은 일에도 성실하리라.(어디 잘 있는지 항상 확인하자)

오늘 나는 네가 무지개다리 건너는 그날까지 너의 대한 기록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5대쨰 냥집사의 육묘일기는 이렇게 시작된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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