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이제 잘 놀지 않는다.
밥 먹고 자고, 밥 먹고 자고, 하루종일 아기같이 잔다.
2층에도 올라오지 않는다.
혹 우리 집에 2층이 있다는 것을 잊어버린 건 아닌가 하고 소름이 다 끼쳤다.
다행이다. 오후에 목욕을 시키고 났더니, 2층에 있는 오후의 햇볕을 찾아 올라와 몸을 말린다.
어떻게 오후의 햇볕은 2층에 있는 것을 알았단 말인가.. 아직 똑똑하다. 됐다.
작은 삼각형 모양의 햇볕에 딱 앉아서 열심히 혀로 핥아 몸을 말린다.
그동안 귀찮아서 올라오지 않은 모양이다.
너는 가끔 다리를 절뚝인다.
처음엔 다리 절뚝이며 걷는 것을 보고 기절을 했다.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내일 당장 병원에 가야겠다. 제발 차라리 그냥 빨리 가는 게 낫겠다. 아픈 것은 정말 못 보겠다 했었다.
몇 시간 뒤 다시 멀쩡하게 걸었고 몇 주에 한 번씩 그러는 것으로 보아 이제 나이가 많아 관절이 신통치 않아 그런 것 같다.
어릴 때는 너를 서서 안고 있어도 사뿐히 휙 뛰어내렸었는데.. 이제는 안고 있다가 땅에 내려줄 때도 최대한 땅에 발이 닿도록 살살 내려주고 있다.
너는 아는 것 같다. 내가 너를 살살 다루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너는 그게 싫지 않은 것 같다.
이웃 친구들의 반려견들의 안락사 소식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온다.
폐에 물이 차고 호흡 곤란이 와서 더는 사는 게 의미가 없었다고도 하고
치매가 온 지 한참 되어 주인도 못 알아보고 하루종일 벽만 보고 서있다고도 하고
더 이상 밥을 못 넘겨 뺴마디마디가 모두 나왔다고도 하고
남편과 이야기한다. '다 죽었어'.... 다들 갔어...
그리고 속으로 말한다. 이제 우리 차례인 것 같은데 어쩌지...
'그냥 자다가 갔으면 좋겠어 제발.. 그렇게 갔으면 좋겠어..'
정말 바람이 있다면 네가 아프지 않고, 고생하지 않고 그저 꿈꾸며 행복하다 자다가 영원히 안 깨어나는 잠으로의 여행을 가는 것이다.
너를 품에 앉고 쓰다듬는다.
너는 그 어떤 고양이 보다 골골 송을 많이 부른다.
수없이 많은 날들을 그 골골송으로 나를 위로했었다.
그 어떤 사람의 말도 위로가 되지 않을 때는 그저 너를 안고 몸을 웅크린 채 가만히 있었다.
부드럽고 따뜻한 털의 감촉과 나지막이 들려오는 너의 위로의 소리..
그대로 잠이 들었다 꺠어나면 그 심란한 걱정거리도 한풀 꺾여 있었다.
1년을 행복하고 싶으면 결혼을 하고,
10년을 행복하고 싶으면 개를 키우고,
영원히 행복하고 싶다면 정원을 가꾸라고 했다.
너를 키우며 나는 17년째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