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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작지만 큰 스몰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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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ersjoo Sep 15. 2023

119. 호원당

담백하고 깊은 코리안 헤리티지

| 2020년 8월 6일 발행

| 이 내용은 원본의 수정 및 보완 버전입니다.

3대째 이어져오고 있는 한국 전통 병과점 '호원당'과 그곳을 설립한 조자호 선생의 인생을 소개합니다.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하며 깊은 전통 병과의 맛처럼 일생을 요리와 교육에 깊게 몸담은 선생의 정신을 호원당과 함께 기억해 보세요.

1. 한국형 가업과 호원당

유럽이나 일본 등지에 비해 한국의 헤리티지 브랜드는 그 수가 현저히 적습니다. 변화의 호흡이 빠른 한국 사회에서 하나의 브랜드를 대대로 이어온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기도 하거니와, 가업이라는 문화의 뿌리가 상대적으로 깊지 않은 것도 그 이유가 되겠지요.

그런 와중에 한국 전통병과와 떡 등을 만드는 '호원당'은 벌써 3대째 그 가업이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호원당'이라는 이름의 브랜드가 만들어진 1953년부터 따지면 그렇지, 사실 이곳의 진짜 뿌리는 훨씬 이전부터 시작됩니다.

순종황후 윤대비와 이종사촌 지간인 설립자 '조자호' 선생의 일생은 그래서 호원당의 역사를 알아보기 전 먼저 알아야 할 진짜 역사입니다.

옛 호원당과 현재의 호원당©https://www.howondang.co.kr

2. 조자호 선생의 일생

1921년에 태어나 1976년에 작고하기까지 '요리연구가', '교육자', '호원당 설립자' 등으로서 전통 요리와 교육이라는 분야에 몸담았던 조자호 선생. 그녀는 순종황후와 이종사촌 지간으로서 어릴 적부터 궁중을 자유로이 드나들며 살았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삶의 반경은 자연스레 전통 음식, 특히 궁중요리와 가까워질 수 있는 바탕이 되었습니다.

조자호 선생과 '조선요리법' ©https://www.howondang.co.kr

동덕여학교와 동경제과학교에서 공부하고, 동아일보 가정란에 우리 음식 조리법을 다수 연재했으며, '조선요리법'이란 당대 최고의 요리 서적 중 하나를 집필했고, YMCA 주최의 다양한 실습회를 통해 일반 대중에게 전통 음식 문화를 전파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갑니다.

또한 지금의 중앙여고인 '경성가정여숙'을 한국 여성운동계의 선구자들이었던 박순천, 황신덕, 박승호 선생 등과 함께 설립하며 교사로 취임하여 우리 전통음식과 예법을 복원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53년에 현재의 '호원당'인 국내 최초의 전통병과 전문점 '한식 다과원'을 설립하여 고급 한과의 정수를 대중에게 알리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이렇듯 그리 길진 않은 삶을 내내 요리와 함께 해온 선생의 시간은 지금까지 호원당이라는 곳을 통해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3. 호원당의 전통 병과들

현재 압구정동에 위치한 호원당 본점과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전통병과는 물론 떡과 한과, 음료, 죽 등을 함께 만날 수 있습니다. 그 종류가 너무 많지도 너무 적지도 않은 채 지금의 소비자들은 진짜 전통 그대로의, 또는 적절히 현대화된 모양과 맛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것은 앞에서 말한 조자호 선생의 일생이 녹아든 결과이고요.

먼저 만두 모양의 살 안에 대추소를 넣은 '만두과', 약과보다 집청을 더 많이 하고 모양을 달리하여 제사에도 올리는 '중모과', 주로 매작과, 타래과 등으로 알고 있는 '매엽과' 등의 낯선 듯 낯익은 전통 병과가 가장 먼저 눈을 끕니다. 아마도 떡이나 여타의 한과들과 달리 자주 접하지 못했던 병과들이고 그래서 궁금증을 더욱 자아내기 때문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