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적인 소주제 리스트와 챕터 구성으로 짓는 기본 책 구조
앞서 제가 2회에 걸쳐 이야기 한 1인 출판의 과정은 사실 내용적인 면이 아니라 실행적인 면이라 할 수 있어요. 영화든, 콘텐츠든, 제품이든, 책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내용인데, 우린 그보다 책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 타진을 먼저 해봤다고 할 수 있죠. 1인 출판은 좋은 내용을 다 준비해 두고도 상대적으로 열악한 사정들 때문에 인쇄조차 원하는 대로 할 수 없는 허무한 경우가 많아서예요. 그러니 일반적인 출판의 과정과 순서와는 조금 다르게 시작해 보길 제안해 본 것입니다.
그럼 이제 다음으로 할 과정은 무엇일까요?
본격적으로 책 구조에 대해 먼저 기획하는 거예요. 뼈대를 먼저 잡는 겁니다. 원고로 사용할 텍스트와 이미지 등의 리소스가 이미 다 있는 경우여도 이 과정은 꼭 필요해요.
저의 경우를 예시로 설명해 볼게요.
'Small Brand, High Value'의 경우엔 이미 10여 년 간 작성해 원고와 이미지들, 소개한 스몰 브랜드의 리스트 등이 꽤나 풍성하게 쌓여있었어요. 그래서 책의 큰 방향성과 주제를 정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았죠. 애초에 그동안 소개해 온 브랜드들 중 여전히 가치 있는 브랜딩 활동을 잘하고 있는 곳들을 꼽아 소개하는 책을 만들어보고 싶어서 뚜렷한 목적을 세운 채 1인 출판을 결정한 것이었으니까요. 다만 단순히 브랜드를 하나씩 소개하는 것이 형식이라면 형식이었으므로, 책의 형태로 재정비하기 위한 구조는 다시 잡기로 했어요.
우선 그동안 작성한 원고들을 쓱쓱 훑어봤어요. 그랬더니 아직 잘 성장하고 있을 거라 생각한 브랜드인데 사라진 경우도 있었고, 아직 존재하지만 이상하게 변질되거나 방치된 것도 많았어요. 그래서 그러한 브랜드들을 리스트에서 하나씩 지워내는 작업부터 시작했죠. 그랬더니 거의 300여 개가 쌓였던 원고 폴더에서 약 100여가지 브랜드만이 남았어요. '그래 이 브랜드들을 책에 싣자'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원고 분량이 머 읽는 사람의 부담감 등을 생각하니 너무 많았어요. 결국 그중에서도 더 가치 있는 인사이트가 있거나 꼭 전하고 싶은 브랜드들을 30개만 남겼어요. 사실 그 숫자도 책 한 권에 다 담기엔 유사한 책들의 평균보다 많은 숫자였지만 어차피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1인 출판이기에 원고를 더 함축적으로 작성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정보를 독자들에게 전하기로 결심했고, 그 결과 30가지 브랜드를 최종 리스트에 올렸습니다. (이런 게 1인 출판의 묘미죠. ㅎ)
하지만 거기서 다 정리된 게 아니었어요. 브랜드 각각의 리스트(소주제 리스트)만 있을 뿐, 전체를 체계적으로 아우르는 무언가가 여전히 보이지 않았어요. 그냥 골라낸 브랜드들을 쭉 나열한 이전과 달라진 것이 없었죠. 고민 끝에 해당 브랜드를 통해 전하고자 했던 핵심 인사이트가 비슷한 것끼리 그룹핑을 했어요. 그랬더니 30가지의 브랜드가 총 4가지 그룹으로 나뉘더군요. 하고 싶은 각각의 이야기들을 4개의 큰 주제로 묶어 챕터를 구성할 수 있었고, 그 4개의 챕터 덩어리를 통해 독자들은 책 전체의 주제를 더욱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만 여기서 꼭 여러분께 당부하고 싶은 것은, 챕터를 먼저 나누면 원고를 작성하면 그 다음 과정들이 어렵다는 것이에요. 세부적인 내용들의 소주제 리스트들을 먼저 모두 구성하고, 그다음에 그것들을 그룹핑해야 체계적인 책이 될 수 있죠. Top-Down이 아니라, Bottom-Up으로 책 전체의 내용(=목차)을 구성하길 추천합니다.
이렇게 큰 구조가 잡힌 후 저는 각 챕터 안에서 소개한 브랜드들의 순서를 배치했어요. 내용이 순서대로 연결되어야 하는 소설 같은 책이 아니었기에, 자유롭게 자리를 바꿔가며 독자들이 더 재미있고 체계적으로 읽을만한 순서를 어렵지 않게 배열할 수 있었죠.
요령은 이랬어요. 일단 해당 챕터의 가장 처음을 장식할 브랜드는 그동안 조회수가 높았던 것들 중 꼽았어요. 조회수가 높다는 것은 독자들의 큰 궁금증을 유발했고, 재미까지 있었다는 상징과도 같으니까요.
그 후엔 마지막 브랜드를 정했어요. 마지막 브랜드의 인상이나 재미가 상대적으로 약하면 전체적인 챕터의 균형과 긴장감이 무너지니까요. 다음 챕터에 대한 기대감도 확 떨어지고요. 왜, 이어달리기를 할 때도 첫 선수와 마지막 선수를 가장 심도 깊게 고민하는 것과 같아요.
그 후 나머지 브랜드들은 챕터 안에서 '강-약-중간-약'이 자연스럽게 리듬을 타도록 배치했어요.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조금 어렵거나 덜 인상적일 수 있지만 꼭 알고 있었으면 하는 브랜드들을 '약'이라 치고, 적당히 읽는 재미도 있을 것 같고 인사이트도 가치가 높은 브랜드들은 '중'이라 여겼어요. 그랬더니 한 챕터 안에서의 순서가 자연스레 메겨졌고, 그렇게 네 개의 모든 챕터를 각각 구성하고 다 합쳐 챕터 4가지의 순서만 앞서 말한 강-약-중간-약의 논리로 또다시 배치하니, 책 한 권의 큰 구조가 드디어 보였어요.
앞서 말했던 저의 경우엔 이미 기본적인 원고 내용들이 마련되어 있어 초반 책 구조 기획 과정이 크게 어렵진 않았어요. 문제는, 큰 주제만 있고 원고는 아직 없는 경우죠. (이런 경우가 저와 같은 경우보다 많을 것 같아요.)
그런 경우엔 일단 저처럼 책에 담고 싶은 소주제를 쭉 적으세요. 큰 주제는 1인 출판을 결심하기 전 이미 세워졌을 것이고, 머릿속에서만이라도 큰 방향성과 목표는 세워져 있을 거예요.
순서는 일단 생각하지 마세요. 예를 들어, 1년간의 세계 일주 여행기를 쓰고 싶다면 일단 꼭 전해야겠다 생각하는 주제, 에피소드, 깨달음 등을 생각나는 대로 다 적어보는 거예요. 그러면 여행한 도시들을 순서대로 배열할지, 여행을 하며 깨달은 점을 주제로 묶을지 등등과 같은 아이디어가 슬슬 떠오르기 시작할 거예요.
그다음 막연하지만 떠오른 아이디어들과 자기만의 기준을 구체화하여 그룹핑을 해보세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더 명확한 챕터가 나뉘게 될 거예요. 그러고 나서 다시 각 챕터 안으로 들어가 진짜 책에 실릴 세부 내용들의 순서를 짜는 거죠. 제가 한 것처럼요. (물론 나는 챕터별로 나누지도 않고 그냥 쭉 나열하겠다 하는 결정을 했다면 그렇게 하셔도 좋아요. 다만 독자들이 그 순서대로 읽는 것이 가장 흥미로울까에 대한 고민은 꼭 하시고요.)
여기까지 큰 구성을 먼저 만들었다면 그것을 엑셀이든 워드든, 수첩이든 자신이 편한 방식으로 잘 정리해 두세요. 본격적으로 원고를 작성하기 시작한 후는 물론, 최종 인쇄를 하기 전까지도 이 구조에 변경이 생길 가능성은 미리 기억해 두시고요. (책 작업은 그야말로 수정과 수정의 연속입니다.)
오늘은 이렇게 책 전체 구조를 어떻게 짜야할지 제 경험을 중심으로 나누어보았어요.
지금 1인 출판을 계획 중인 분들이 있으시다면 이번 주, 두 가지를 꼭 정리해 보세요. 먼저, 나는 책을 만들 원고(리소스)를 이미 가지고 있는가, 아닌가를 확인해요. 두 번째는 있다면 어떤 소주제를 가지고 전체 책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없다면 어떤 내용들을 싣고 그것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구성해 보세요.
완성된 원고가 아직 없는 상태라 내가 어떤 경우에 해당하든 완벽한 구성 기획이 될 순 없겠지만, 이렇게 큰 구조를 먼저 짜 놓으면 꼭 전하고 싶은 내용을 빠뜨리지 않을 가능성도 놓고, 책 전체를 균형 있게 구성할 수도 있으니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구체적으로 구조를 먼저 짜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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