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학에서 심리학, 이제는 철학으로
참 이상하다.
그리고 앞으로의 삶은 또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지 더 감이 안 잡힌다.
식품영양학을 전공하고
폭식증을 짧게 경험하고 '음식 심리'라는 분야에 관심이 생겼다.
개인 병원에서 영양상담을 할 때 먹고 싶은 '본능'과 먹으면 안 되는 '환자의 의학적 상황'이 충돌할 때
영양사는 중재자이자 코치 역할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실천 가능한 목표를 같이 만들어야 하고,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 실천할 수 있도록 동기 부여도 해야 하고 관련 지식도 전달해야 한다.
그런데 먹는 건 '식욕', 본능이니 얼마나 사투를 벌이겠는가.
자고 싶은데 잠 못 자고 갑작스레 성욕이 올라왔는데 참아야 하는 것보다 덜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본능인데 그게 쉽게 통제될 리가 없다.
그래서 환경이 중요하다.
내 의지가 약해졌을 때, 약한 의지로도 실천할 수 있는 환경이면
잠시 그렇게 흘러갔다가 다시 의지가 올라왔을 때 또 행동할 수 있다.
하지만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거나, 도움은 커녕 방해하면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어도 실패하기 쉽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음식 환경을 제공했을 때 사람들이 지식을 잘 습득해서 실천할 수 있게 유도할 수 있을까'가 관심사가 되었고 그렇게 심리학 대학원 중 '인지심리학'이라는 세부전공을 선택하게 되었다.
사람들의 인지 과정을 저차(지각 등)부터 고차(의사결정, 문제해결 등)까지 배우며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인간을 바라보는 '사회과학'적 접근을 접하게 되었고,
재밌지만 골치 아픈 '융합'의 세상으로 입장하게 되었다.
그다음 나의 행보는 이랬다.
식사 환경 개선 / 의사결정 과정 줄이기: 어플-자판기 푸드테크 회사에서 서비스 기획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음식/영양 지식 전달 : 스포츠웨어 A사 뉴트리션 코치
'건강한 식사'에 대한 선입견 타파, 인식 개선: 뉴트리셔스 스튜디오 (상담/교육) 창업
뭔가 나름대로 이리저리 다니면서 이 분야에 있다 보니
결국에는 자기가 주체적으로 행동할 수 있을 때 식욕 조절이 가능하다로 돌아왔다.
글자 그대로 보면 '내가 이 결론 얘기하려고 한 바퀴 돌았나..' 싶은데
평생 지속가능하게 습관이 유지되려면
결국 행동하는 '내'가 되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에
앞선 요인들도 중요하지만 내가 배운 지식으로 행동해야만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내가 수행자의 입장(!)에서 느끼게 된 것이다.
생각보다 더 심오한 생각에 당황스러운데..
더 어려운 과제는 이걸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다.
새로운 행동은 과거 생각을 전면 부정하고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였을 때 가능하다는데
이제 또 어떤 관점으로 건강한 식습관을 바라보고 여정을 떠나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