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중에' 타령할 때가 아닙니다
지난 한 주를 달군 이슈는 누가 뭐래도 텔레그램 박사방/n번방 성착취 사건이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주일 내내 관련 아이템을 다뤘다.
3/23(월) 표창원 "너무 화난다...텔레그램 '박사' 신상공개 마땅"
◆ 표창원> 저는 (신상공개) 된다고 봅니다. 첫 사례로 신상 공개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고요. 성폭력 범죄의 정의에 보면 아동 대상, 미성년자 대상 간음이나 업무상 위력 간음 또는 추행까지도 해당되는 법조항이거든요. 그러면 N번 방 사건에 분명히 이런 부분들이 있고요. 가능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 피해자> 신체가 상처받은 것보다 마음 상처가 되게 커서요. 그때부터 잠을 아예 못 잤어요. 조울증도 생기고 우울증도 생기고 한동안 집 밖에도 못 나가고 스토킹 당하는 기분이 들기는 들었어요. 밖에 나갈 때도 완전 꽁꽁 싸매고 누가 알아보면 안 되니까 완전 꽁꽁 싸매고 풀무장하고 그 여름날에.
3/24(화) 이수정 “조주빈, 피해자를 돈 버는 캐릭터 취급해”
◆ 이수정> 죄의식이 아마도 처음에는 어느 순간에는 좀 있었을지 모르지만 더 이상 죄의식 같은 건 아마 느끼지 않을 거고요. 온라인 공간상에서 여성을 비하하고 여성을 도구화하고 그야말로 노리갯감으로 정도밖에는 생각하지 않는. 그들이 생명체라고 애당초에 생각을 안 했을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무슨 애니메이션이나 캐릭터 정도의 수준으로 취급을 하면서 이들 사이에서는 아마 노리갯감으로 얼마든지 학대를 해도 나는 일단 고통을 느낄 수 없으니까 그들도 고통을 안 느낄 거다. 이렇게 그냥 편의적으로 생각했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죠.
3/25(수) 경찰 "텔레그램과 협력 중... N번방 관람자도 잡는다"
◆ 전형진> 텔레그램 쪽으로 이 아동 성착취물이라든가 이런 것이 유통 경로가 바뀐 이유가 텔레그램의 보안성 때문에 경찰에서 수사를 하지 못한다, 검거가 되지 않는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텔레그램 쪽으로 이동을 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검거한 사례를 보시다시피 텔레그램이라고 해서 검거가 안 되는 것이 아닙니다.
3/25(수) "쫄지마, 잡혀봐야 5년이야... N번방은 지금도 성업중"
◆ 불꽃> 사실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기는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불안해하는 기색을 누가 보이면 서로 독려를 해 주거든요. ‘FBI에서도 포기한 걸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하냐? 절대 안 뚫린다, 쫄지 마, 얘들아’ 이러면서 자기들끼리 안심을 시켜주거든요. (...) 지금 봤을 때 (남아있는 방은) 한 3000명에서 6000명 정도 되는데 박사 잡히기 전에는 2만 명 되는 방도 있었는데 그런 방들은 지금 폭파가 된 상태입니다.
3/26(목) 서지현 "가족에게 뒷일 부탁했다, 성범죄와 전쟁"
◆ 서지현> 이 범죄가 정말 깜짝 놀랄 초유의 사건이라고 이렇게 얘기하시는 분들도 계시던데요. 사실은 소라넷이나 일베, 다크웹 등에서 이미 동일 또 유사한 범죄들이 셀 수 없이 벌어져왔습니다. 그런데 누가 도대체 제대로 처벌을 받았나요? 무혐의 무죄를 선고받은 범죄자들 이름은 일일이 다 거론하기도 어려운 정도입니다. 여성들이 이대로 못 살겠다고 외칠 때 여성의 수치심 신경 쓰면 남성들 표 떨어진다고 외면했던 사람들은 누구입니까? 이제까지 성범죄자들이 제대로 처벌을 받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죄의식 없는 자들이 바뀌어진 플랫폼에서 정말 대규모로 가해자와 피해자를 양산해낸 것이거든요. 저는 정말 당연히 예견된 그런 범죄였다고 생각했습니다.
3/26(목) "조주빈 손아귀 속 휴대번호... 공익이 맘만 먹으면 다 털려"
◆ 사회복무요원> 너무 개개인의 양심에만 맡겨놓은 게 화근이 아닌가 싶습니다. 나쁜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 누가 개인정보에 접근하는지 알 수도 없고 이걸 막을 수 있는 마땅한 수단도 없고. 그런데 단순히 이제 편의나 일의 능률 때문에 방치해 놓은 게 이런 결과를 불렀다는 생각이 듭니다.
3/27(금) “아동 성착취물 ‘다크웹’ 손정우, 미국 인도 임박?”
◆오수정> 다크웹은 특정 프로그램을 사용해야만 접근이 가능해서 '어둠의 인터넷'이라고 불리는데, 그곳에서 운영됐던 '웰컴 투 비디오'라는 사이트가 있습니다. 이용자만 128만 명에 이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아동 성 착취물 유통 사이트예요. 온갖 성 착취 영상물들이 유통됐는데, 심지어 생후 6개월 된 아기까지도 그 대상이 됐습니다. 국제공조 수사를 통해 다른 이용자들과 함께 (운영자) 손정우가 붙잡히고 범행 전모가 드러났는데 그 손씨에게 내려진 처벌의 수위 때문에 사람들은 또 한번 놀랐어요. 고작 1년 6개월 형이 확정됐던 건데, 시간이 흘러서 딱 한달 뒤인 다음달 27일 출소할 예정입니다.
<뉴스쇼>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인터뷰로 다룰 수 있는 거의 모든 방식을 동원해 다뤘다. 하나 빠진 것이 있다면 입법 문제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등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강력처벌이 가능하도록 입법이 필요하다, 이 내용은 지난 2월, 국회 국민청원 최초로 10만 동의를 달성했다. 그래서 법이 통과됐다고는 하지만 이 법은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디지털 성범죄를 제대로 처벌할 수 있는 내용이 전혀 아니다. 그리고 이 법안의 논의과정에서 법사위 위원들과 법무부 관계자들이 했던 발언은 가관이다.
어제 UMC가 진행하는 <주말엔 CBS>에 진선미 의원(전 여성가족부 장관)이 출연했다. 이 법사위의 무감각하달까, 무책임하달까 싶은 발언들에 대한 질문에 진선미 의원은 “늘 그래왔다”고 답했다. 문제가 된 발언을 해온 그들만 늘 그래왔다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가지고 있는 남성들이, 그 남성들에게 권력을 부여한 남성들이 늘 여성에 대한 범죄를 엄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지금도 집권여당의 대표는 디지털 성범죄 관련 법안을 “총선 뒤에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n번방 범죄는 물론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여성 대상 범죄는 ‘나중에’가 만든 사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연 지금 당장 국회 소집을 요구하지 않는 이들은 입법과 처벌의 책임을 방기한 당신들도 공범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나중에가 아니라 바로 지금, 바꿔야 한다.
덧. 지금이야 모든 언론이 뛰어든 상황이지만 최초 보도는 물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무엇보다 불필요하게 자극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다뤄온 언론은, 한겨레다. 고민하는 기자들의 존재가 소중하다는 걸 새삼 다시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