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이 생각하는 "금융디지털혁신"에 대한 질문과 답변들
나는 90년 초부터 IT서비스업, 금융업에 몸 담아 오면서, 디지털과 IT가 사회와 금융을 바꾸는 현장에 참여할 수 있는 행운을 누렸다.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운 좋게 발전하는 IT산업에서 커리어를 쌓아갈 수 있었고, CIO, CEO를 거치면서 보다 폭넓은 관점에서 일과 삶, 그리고 사회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었다.
이름이 ‘을’이라 '을' 생활로 시작한 외국계 IT회사에서 30여 개의 컨설팅,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수행자 입장에서 진행하면서 가지게 된 고민을, 신발을 바꿔 신고 금융기관 CIO역할을 하면서 기획자, 운영자 입장에서 풀어보려고 했다. 모바일, 디지털 시대에 진입하면서 급격한 변화들이 비즈니스 혁신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번갈아 가면서 글로벌 회사에서 로컬 회사로, 또 을에서 갑으로 역할을 바꿔가면서 어떤 관점에서 일하는 것이 바람직 한지 고민하려 했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이미 만들어진 수입된 IT, Digital을 하면서 “과연 나는 어떤 가치 있는 창조적인 일을 하고 있는 가?”에 대해 자문할 때 명확히 답할 수 없는 답답함이 있었다. Fast Follower로 성장한 한국경제에서 IT 서비스 산업도 대표적인 Fast Follower 업종이었고 무엇보다 따라 할 Practice가 많았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기관에 CIO역할을 수행하면서 처음으로 글로벌 금융 IT가 어떻게 기획, 개발, 운영되는지 보면서 한국의 금융 IT와는 너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한국에서, 특히 IT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은 더 문제인 거 아닌가 싶었다.
최근 몇 년간은 국내 선도 금융그룹 IT계열사의 CEO로 일하면서, 개별 회사, 개별 조직, 개인의 경쟁력만이 아니라 국내 IT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이 있어야 같이 발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넓은 의미에서 IT생태계가 발전해야 생태계 구성원도 같이 발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IT는 이제 소수의 전문가 시대를 넘어서, 모두가 알고 활용해야 하는 Digital 시대로 변화해 왔다. 하지만 아직도 현업 임원과 CDO/CIO, 현업 실무진과 IT전문가, 기획자와 개발자, 개발자와 운영자, 발주사 와 수행사 간의 간격이 너무 크다. IT 생태계가 경쟁을 통해 진화를 거듭하고 있고, 기술의 발전속도가 개인의 학습과 적응속도를 추월하면서 발생하는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배경하에 Lean Enterprise, Agile 경영, DevOps, Micro 서비스 등 많은 새로운 경영과 개발기법이 탄생하기도 했지만, IT서비스업에 있어서 이해 당사자 간의 커뮤니케이션은 아직도 풀어가야 할 과제들이다.
흔히 IT시스템 구축을 건축에 비유하기도 한다. 하지만 "건축"과는 달리 눈에 보이거나 손에 잡히지 않는 SW의 영역에서는, 경험을 공유하기 어려운 환경이라 상호 공감이 더 어려운 것도 같다. 이럴수록 IT서비스 업계 참여자들의 상호 이해를 더 높일 수 있도록, 상호 신뢰를 더 높일 수 있도록 많은 참여자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서 공감의 반경을 넓혀야 한다고 생각된다. 특히 IT부족원들은 일 자체에만 집중하느라 자신들만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권익'을 위한 목소리라기보다 일을 더 잘하기 위한, 더 바람직한 모습을 위한 건전한 목소리와 대화로 풍성해지는 보다 발전된 일하는 문화를 꿈꿔 본다.
현장에서 일하다 보니 스스로 차오르는 질문과 문제의식들은 많았지만 차분히 고민하고 정리할 시간이 부족했다. 충분한 답이 될 수는 없겠지만, 우선 다음 몇 가지 질문 사항들에 대해서 문제의식과 개인적인 관점을 나누고자 한다.
첫째, 국내 IT서비스 생태계 발전에 대한 질문인데, 국내 IT서비스업의 경쟁력은 어느 수준이고 어떻게 발전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 제기이다. 일반적이지만 기술과 인간의 관계에서 출발하여, 디지털과 IT가 어떻게 사람과 세상을 바꾸고 있는지, 생태계에 참여한 이해관계자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나아가 ESG관점,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관점에서 SW저작권, 하도급법을 포함한 국내 갑을병 문화, 인소싱에 대한 생각들을 공유해 보고자 한다. 국내 35만 개발자를 포함한 국내 IT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은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둘째, 금융 IT 발전을 위한 질문들로, 주로 개인적으로 경험한 전통 금융기관에서 DT를 추진하면서 고민했던 문제들을 다뤄보고자 한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유사한 DT 추진 계획, 규제에 최적화된 실무진 Bureaucracy 등 혁신 저해요인들은 어떠한 것들이 있으며, 이를 타개해 나가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해 보고자 한다. 실천적인 토픽으로는 격변하는 시대에 맞는 디지털, IT전략수립 방법론, 그룹차원의 시너지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 클라우드와 데이타, AI에 대한 접근법, 글로벌에도 수출할 수 있는 금융 IT를 만드는 방안, 보안과 규제에 대한 균형 있는 접근법 등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고자 한다.
셋째, 리더와 전문가 개인을 위한 질문들로, 급격히 변해가는 세상에서 자유를 얻으면서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기 위해서 어떤 역량을 키워가야 하는지 고민해 보고자 한다. 발전하는 디지털 툴, 플랫폼은 우리의 역량을 키워주고 독립적인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게 해 주지만, 계속 변화하는 툴과 플랫폼에 현명하게 대응하는 개인적인 접근법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소주제들로 스타플레이어 또는 팀 플레이어 중 누가 중요한지? 주니어 IT Professional 또는 시니어 IT Professional 등의 입장에서 개인의 잠재력을 최대화하기 위한 방법 등도 고민해 보고자 한다.
상기 3가지 영역으로 차오르는 질문을 그루핑 했으나, 제한된 개인적인 경험과 관점으로 인해, 다루어야 할 중요한 질문이나 문제가 누락될 수도 있을 거 같다. 또한 현업과 다른 언어를 쓰는 Digital, IT 부족원들처럼, 나 또한 한국어가 아닌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어서 공감의 반경이 좁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블로그를 작성하고 SNS에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다른 분들로부터 새로운 관점과 시각을 얻고 수정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본 블로그들은 특정 조직, 개인을 언급하거나 구체적인 과제를 언급하기보다, 이를 일반화해서 표현할 수밖에 없음을 양해해 주셨으면 한다. 그리고 가능한 한 러시아어를 사용하지 않고,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도록 문제의식과 시사점을 기술해보고자 한다. 쉬운 용어로 일반화했음에도 내용과 취지가 잘 전달되지 않았다면 저의 부족한 표현력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며, 피드백을 주시면 감사하겠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쓰는 목적을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디지털, IT부족원으로서의 개인적인 경험을 돌아보면서, 또 자문하고 자답하면서 배운 것들을 정리해 보고자 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IT 업계, 금융기관에 있는 특히 금융 IT서비스 조직에 있는 임원, 리더, 전문가, 현업들이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더 나은 방향을 고민하고, 사회적 활동의 산물인 SW 시스템을 발전시켜 가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