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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rbaChoi Jan 31. 2023

을의 Digital Finance 블로그 (4)

SW의 투입요소들의 경쟁력 - "우리는 무엇을 구현하고 있는가?"

선진국 대비 우리의 SW 투입요소들의 경쟁력은 어떠한가? 


GIGO (Garbage in, Garbage out, GIGO)는 “쓰레기가 들어가면 쓰레기가 나온다”는 말처럼, 우리가 생산하는 Output인 SW의 품질은, Input으로서의 투입요소에 의해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이 관점에서  우리는 어떤 비지니스 프로세스를  구현하는지?  누가 어떻게 구현하는지?  어떤 환경에서 구현하는지?  살펴보고 더 나은 방향은 무엇인지 고민해 보고자 한다.  즉  구현 대상인 비지니스 프로세스,  참여하는 이해관계자 (금융기관 (임원, 현업, 개발자), 수행사, 파트너 등),  IT 서비스 환경적 요소(SW저작권, 하도급법, 보안규제 등) 측면에서 경쟁력은 어떠한지 또는 어떤 개선할 사항들이 있는지 하나하나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한다. 


SW 투입요소들의 경쟁력 - “우리는 무엇을 구현하고 있는가?”


SW를 구현하는 목적은 문제, Business Problem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변화의 시대, 속도의 시대, 초연결의 시대에서,  예측 가능한 단순한 문제영역보다 예측불가능한 복잡한 영역이 증가하고 있다.  Dave Snowden이 IBM에 근무할 때 고안했던 "Cynefin Framework (커네핀 프레임웍)"을 통해 금융 IT에서 어떤 문제영역을 SW로 구현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The New Dynamics of Strategy: Sense-Making  in a Complex and Complicated World” (IBM 

System Journal, 2003) - Dave Snowden-


상기 이미지에서 볼 수 있듯이, 세상은 크게 예측가능한 영역과 예측 불가능한 영역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세분해 보면,  인과 관계가 명확한 단순한(Simple) 영역부터,  분석을 통해 인과관계를 밝혀야 하는 복잡한(Complicated) 영역, 그리고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지만 상호작용에 의해 고유한 새로운 질서가 나타나는 복합적인(Complex) 영역,  상황과 포지션을 빠르게 안정시켜야 하는 혼란한(Chaotic) 영역으로 나누어진다.  

변화하는 세상에서의 유용한 의사결정 접근법으로도 언급되는데,  문제영역별로 어떤 순서로 접근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시사점을 준다.  예를 들면 Complicated 한 영역이라면 Sense-Analyze-respond 순서로 의사결정을 접근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의사결정 시 활용할 수 있는 Practice로,  Simple 영역에서는 하나의 Best practice가 존재하지만, Complicated 영역에서는 복수의 Good Practice가 존재함을 알 수 있다.  Complex 한 영역에서는 Emgerging Practice ( 예를 들면, 고객이 모바일 디지털 플랫폼에서 어떤 것을 원하는지 )를 탐색하고,  Chaotic 한 영역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Practice를 찾아야 한다고 한다. 


금융의 비지니스 프로세스에 상기 Framework을 매핑해 보면서, 우리는 무엇을 구현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첫째,  인과관계가 단순한(Simple) 영역이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상당 부분은 이미 시스템화, 전산화되어 있는 영역이라고도 생각이 된다.  프로세스가 간단하고, 복잡한 알고리즘이 필요 없는 금융 시스템의 영역으로,  정보를 검색하고 추출하는 단순한 문제들이 속하는 영역이다.  이런 Simple한 유형의 문제 해결에 익숙한 사람은, 특히 뷰로크라시가 강한 프로세스 환경에 익숙해지면 모든 문제를 프로세스가 아직 정립되지 않아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는 프로세스를 재정립한다고 해결되는 Simple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구현 방법적인 측면에서도 RPA 등 현업 담당자들이 직접 개발하는, 보다 간단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쉬운 점이 있다고 하면, 현업이 주도하고 개발까지 할 수 있는 RPA라는 툴조차 IT전문가, 외부전문가에 맡기려는 성향이 있다는 점이다.  RPA와 같은 툴은 IT전문가만이 사용하는 툴이 아니라 Excel처럼 모든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툴로 변화해가고 있다.  


둘째, 인과관계를 밝히기 위해서 분석이 필요한 복잡한(Complicated) 영역이다.  금융 시스템의 많은 부분은 Complicated한 영역이라고 생각된다. 금융시스템에서 수신, 여신, 신용카드, 보험코아 등 기간계 시스템 영역으로 이자 계산, 해약환급금 계산,  포인트 환급 등 많은 문제들이 이 영역에 해당한다. 이 유형의 문제 풀이에 익숙한 사람은,  시간과 자원만 있다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통상 기간계를 포함하는 금융기관 차세대 시스템이 2년 이상 장기간에 많은 리소스가 투입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영역에는 여러 가지 SW 패키지 솔루션도 존재하고, 일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Good Practice)가 있는데, 내가 가진 Practice가 가장 Best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가능한 SW 솔루션을 활용하여,  현재 일하는 프로세스를 발전시켜 보는 것도 좋은 접근법이라고 생각된다.  


셋째,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고 새로운 Practice가 생겨나는 복합적인(Complex) 영역이다.  대표적으로 B2C 모바일 디지털 플랫폼 영역, 마케팅과 고객관리 영역이다.  최종 사용자인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계속 탐색(Probe)하고 실험하면서 누군가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가는 영역이다.   고객과의 상호 작용에서 새로운 패턴과 practice가 나타나는 영역으로, Agile하게 실험하고 다시 개선해 가는 접근법이 유효하다고 판단된다.   Agile, DevOps 등 새로운 개발방식과 Cloud를 활용한 Digital Transformation이 가장 활발한 영역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상황과 포지션을 빠르게 안정시켜야 하는 혼란한(Chaotic) 영역은  논의 대상에서 제외하고자 한다.  우선 Act-Sense-Respond 순으로 접근하면서, Complex한 영역/Complicated한 영역으로 문제를 정의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상기 4가지 문제 영역별로 우리는 무엇을 구현하는지 살펴봤는데,  우리가 구현하려는 프로세스를 어떻게 더 경쟁력있게 만들 수 있는지 고민해 보자.


첫째, 우리가 해결하려는 문제가 어느 영역에 있는지 냉철히 판단해 봐야 한다.  특히 complex 영역과 Complicated 영역은 전혀 다르다.  편의상 Complicated는 "복잡한"으로 Complex는 "복합적인"으로 표기했지만,  통상 둘 다 "복잡한"으로 번역되기도 하는데 전혀 다른 문제 영역이라고 봐야 한다.  Complicated 영역은 전문가와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 해결이 되지만, Complex 영역은 Agile, DevOps 등 개발 접근 방법부터 바뀌어야 한다. 


둘째,  Complicated 영역, Complex 영역의 비지니스 프로세스에 고객을 위해 제거할 복잡함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국내 금융 프로세스를 살펴보면,  고객을 위한 복잡성이라기보다  과도한 상품/서비스 복잡성,  규제/컴플라이언스를 위한 복잡성, 내부 프로세스를 위한 복잡성이 너무 많다.  비지니스 가치와 관계없는 나쁜 복잡성인지,  새로운 고객경험을 주는 비지니스 가치를 높혀주는 좋은 복잡성인지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국내 금융상품/서비스가 과도하게 복잡하다고 생각한다.  과도한 경쟁이 그만 그만한 상품/서비스를 많이 만들게 했다.  고객입장에서 보면 크게 차이가 없는 상품/서비스 이지만 ,  지속적으로 상품/서비스를 출시한다.   일찌기 국내 금융기관들은 Product Factory 방식을 도입하여, 여러 특성과 조건을 조합하여 다양한 상품/서비스를 개발해 왔다.  하지만 필자가 글로벌 보험사에서 근무하면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국내 보험사 대비 훨씬 적은 상품을 개발,운영하면서도 성과를 내고 있는 점이었다.  심지어 상품이 경쟁력이 없으면,  고객을 타 금융기관에 소개해주면서 까지 기존 상품(퇴직연금)을 2년에 걸쳐서 폐기하고 있었다.  당연히 IT를 포함한 내부 오퍼레이션에 소요되는 비용이 절감되는 효과를 얻었음은 물론이다.  


되돌아보면 90년대 초 금융 시스템 설계 시, 나는 평잔에 부리하는 방식이 훨씬 더 간단하고 컴퓨팅 자원도 적게 사용하는데,  왜 선입선출식 이자계산방법을 많이 사용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었다. 고객이 이해하지 못하는 복잡성이 많은 프로세스를 규제 산업이기 때문에,  특별히 의문을 제기하기 않고 적용하지 않았나 싶었다.  아직도 고객이 이해하지 못하는 복잡한 계산과 알고리즘, 프로세스가 많은 곳이 금융산업이라고 생각한다. 


글로벌 보험사 CIO시절에 미국의 보험가입 프로세스를 국내에 도입하려는 과제를 연구하면서,  국내 보험가입 프로세스를 비교해 본 적이 있었다.  글로벌 대비 국내 보험 가입 프로세스는,  필수 기입해야 하는 고객정보항목수, 고객 동의 화면, 가필해야 하는 곳, 사인해야 하는 곳 등이 2~3배 이상 많았다.  한국은 완전판매를 위한 규제가 너무 강하다고 하면서,  글로벌 프로세스를 그대로 도입할 수 없다고 글로벌 담당자를 설득하기는 했지만 배경이 궁금했다. 알아보니 글로벌 Practice는 우선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고객으로부터 간단한 정보항목만 수집하고,  사후에  필요한 소수의 고객에게만 접촉하여 추가정보을 수집한다.  이 경우 디지털 플랫폼은 매우 단순해지며, 전자서명이나 가필할 부분도 적어진다.  단지 심사 (Underwriting) 를 위한 추가적인 정보항목이 필요한 고객만 선별하여,  사후에 전화나 다른 수단을 사용해서 수집하는 방안을 진행하면 된다.  국내에도 이런 방식을 적용하고 싶었지만, 감독당국으로 부터 허가를 받는 일에 대해 규제에 익숙해진 현업부서는 처음부터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감독당국을 접촉해 보면,  혹시나 고객의 민원(완전판매)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었고,  특히 이런 민원이 언론을 통해 부각되는 상황을 불편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블랙슈머일 수도 있는 어느 한 사람의 목소리를 크게 다루는 언론, 이런 언론을 무서워하는 감독당국의 우려를 미리 생각하고 있었다. 결국 처음부터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프로세스를 구현하는 것은 결국 절대다수 많은 사용자, 고객들의 불편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한두 사람의 극단적인 목소리에 좌지우지되는 사회현상이 금융 프로세스에도 반영되어 있는 건 아닌가 싶다. 


프로세스 복잡성이란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은 외부 규제, 컴플라이언스에 추가하여 내부적으로 프로세스, 규정을 지속적으로 양산해 왔다.  내부규정과 프로세스는 실무진이 감사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수단이기도 했다.  결국 정기적으로 프로세스를 다시 살펴보고 단축하지 않으면 않으면 과도한 프로세스가 자리 잡게 된다.  필자도 금융기관 CIO시절  내부 개발을 위한 절차 (통상 개발요청, 검토, 결재 등으로 15~20단계가 있음)를 몇 단계 줄여서 단축시켰으나, 2~3년 지나고 보면 다시 늘어나 있는 것을 발견하곤 했다.  감사(Audit) 대응의 결과로 실익이 없는 결재 프로세스가 다시 추가되어, 소위 ITSM (IT System Management) 시스템 내에 복잡하고 20단계가 넘는 프로세스가 구현되어 있었던 것이다. 


셋째,  새로운 개선된 프로세스, 혁신적인 프로세스를 위해 지속적으로 더 고민해야 한다.  Simple하고 Complicated 영역은 가능한 상용 SW, SaaS 방식으로 해결하고, 패키지 SW를 통해 새로운 프로세스를 도입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차별화를 위해 필요한 부분은 자체적으로 비지니스 프로세스를 구축하면 되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은 시장의 Best Practice, Good Practice를 도입하여 개선하는 것도 좋은 방향이다.  

특히 고객별 맞춤 서비스, 차별화가 필요한 Complex한 B2C Digital Platform 영역에서는, 한국은 혁신적인 프로세스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 아주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국내 모바일 사용자의  디지털 플랫폼 참여도는 글로벌 어떤 국가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 새로운 실험을 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모바일 Test Bed이기도 하다.  


국내 금융기관들이 글로벌 진출하면서,  필자도 글로벌 시스템을 구축하는 작업에 참여해 왔다.  하지만 생각보다 복잡한 국내금융 프로세스를 구현한 국내 시스템을 그대로 글로벌(동남아 시장)에 적용하기는 어려웠다.  국내에서 처럼 외부 SI사를 활용하지 못하는 환경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과도하게 복잡한 국내의 비지니스 프로세스, 상품/서비스 자체가 글로벌 현지 사정에 적합하지 않다는 느낌이 가장 컸다.  오히려 단순한 글로벌 코아 패키지가 더 적합하기도 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나라 금융이 글로벌로 진출하면서, 국내 IT시스템을 활용하려면,  더 깊이  우리 상품/서비스, 그리고 비지니스 프로세스가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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