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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아버지의 유산

[한경에세이] 아버지의 유산



신동우 < 나노 회장 dwshin@nanoin.com >





아버지는 9세 때부터 장사를 하셨다. 서당 훈장이었던 할아버지가 워낙 살림을 일으키는 재주가 없어, 장남에 외아들인  아버지는 부모님과 세 명의 누이를 먹여 살려야 했다. 언 손을 호호 불며 이 장터 저 장터 돌아다닌 9세 장돌뱅이 소년이었다.  셈과 글은 어깨너머로 익혔다. 돈을 모아 자식과 조카들 교육에 정성을 쏟았다. 근동에 사는 당신 누이들과 친척 아들딸을 우리  집으로 불러 모았다. 어머니는 먹성 좋은 학생들 도시락을 매일 10개씩 쌌다. 그리고 당신이 해준 밥을 먹고 공부한 시댁 조카들이 모두 선생님이 된 것에 큰 자부심을 가졌다. 대학교수가 된 나는 부모님의 특별한 기쁨이었다. 아버지의 책임감과 어머니의 베풂은  내가 받은 마르지 않는 유산이다.



사업 초기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자신이 받은 수모를 자식에게 대물림하지 않은 것에 안도한 아버지께 나는 사업을 시작했다는 말이 차마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아버지의 임종 순간까지 숨길 수는 없었다. 아버지는 예상외로 빙긋이 웃으며 세 가지를 당부했다.  



첫째,  현금은 피와 같다. 피가 없으면 생물이 죽듯이 현금이 없으면 기업은 망한다. 그러니 현금이 마르지 않게 군데군데 비축해야 한다.  둘째, 아무리 현금을 마르지 않게 하고 싶어도 현금은 가두어 놓을 수도 없고 물처럼 빠져나가니, 현금이 마르는 것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런 때를 대비해 숨겨둔 주머니마저 말라버리면 돈이 씨가 마르는 상황을 겪게 된다. 그때 사업을 구할 수 있는 것이  신용이다. 평소에 신용을 쌓아두면 일시적으로 현금이 마를 때 극복할 수 있다.




셋째,  아무리 신용을 잃고 싶지 않아도 돈이 없으면 신용을 잃을 수밖에 없다. 돈이 없고 갚을 능력이 없어도 도망 다니지 말아라.  채권자를 피할 수 있는 곳은 이 세상 아무 데도 없다. 단 한 군데가 있는데, 그곳은 채권자의 마음이다. 매일 출근하듯 채권자를  찾아가서 짜장면도 사달라고 하고, 소주도 사달라고 하면서 귀찮을 정도로 얼굴을 보여라. 그래야 해결책을 얻을 수 있다. 마지막 한 줌 에너지를 “아들아! 최악의 경우에도 비참해하지 말아라”는 간절함에 소진하셨다. 유언이었다.

20년간 사업하면서 정해진 날짜에 직원 급료를 어긴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러나, 늘 더 주지 못해 미안했다. 그간 숱하게 필요한 때  필요한 분들의 도움을 받아 위기를 극복했다. 그렇게 국내외 4개 공장에서 400여 명이 매출 1000억원을 내는 작은 기업군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늘 불안했고, 아버지 유언의 세 번째 당부까지 가지 않으려 죽을힘을 다해 단속했다. 그리고 그 유언은 어느덧  든든한 유산이 됐다.   


http://news.hankyung.com/article/2019011573051






더할 나위없이 훌륭한 유언이다.




발상의 전환도 있다.


현금에 이어 신용이다.


신용에 대한 철학은 신선하다.


다음이 바로 사람의 마음인데 이것도 마찬가지다.




세입자 중에 정말 더럽게 월세를 안 주는 세입자가 있다.


어렵다고 하면서 조금씩 갚는다.


봉사한다 치고 미뤄주면서 조금씩 받아내고 있다.


그런데 이 사람 전화하면 꼭 받는다.


그리고 미안하다면서 조금이라도 돈을 부친다.


그러다 또 월세가 밀린다.


만약에 전화 안 받았으면 벌써 강제집행 했을텐데 아직도 못한 것은 이사람의 태도가 아니었나 싶다.




한국에 안 살것이라면 채권자를 피해 도망갈 곳이 없다.


사업은 나중에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런 지혜로운 사람의 생각을 많이 듣고 배워야 사람의 생각이 깊어진다.


그래야 평소에 위험을 피할 수 있다.




JD 부자연구소
소장 조던
http://cafe.daum.net/jordan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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