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식의 알바트로스] 내 마음속의 골프 오적

[오태식의 알바트로스] 내 마음속의 골프 오적


2009년 메이저대회인 PGA 챔피언십 최종전이 벌어지기 전날 밤, 양용은은 프로골퍼인 한 친구에게 국제전화를 걸었다. 누군가에게 긴장을 풀 수 있는 격려의 말을 듣고 싶었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양용은은 친구에게 이런 말을 했다. "난 지더라도 아무 손해 볼 게 없지만 타이거 우즈는 이겨봐야 본전 아니겠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한번 붙어 볼 참이야." 양용은은 결국 최종일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도 이른바 `무데뽀 정신`을 앞세워 우즈에게 메이저대회 첫 역전패의 아픔을 안길 수 있었다.

2019년 마스터스 최종일을 앞두고 선두에 나선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이탈리아)의 기분은 어땠을까. 아마 우즈를 추격했던 양용은보다 우즈에게 쫓기는 그 상황이 더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몰리나리는 결국 아멘코너의 12번홀(파3)에서 티샷을 물에 빠뜨리며 더블보기로 무너지더니 끝내 우즈에게 첫 메이저 역전승을 헌납했다. 몰리나리는 그때 심리적 부담으로 경기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초크(choke)` 현상을 겪었는지도 모른다.

골프 스코어를 갉아먹는 내 마음속 `골프 오적`이 있다면 그중 최악은 긴장감일 것이다. 전설의 아마추어 골퍼 보비 존스는 "긴장과 불안은 부주의보다 더 많은 실수를 만들어낸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독한 압박감 속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에서 빨리 벗어나려 하지만 그럴수록 더 심각한 미스샷이 나오게 마련이다.

몰리나리뿐 아니라 최근 이런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눈물을 흘린 선수가 꽤 있다. 얼마 전 제주에서 열린 롯데렌터카여자오픈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은 김민선도 그런 사례다. 대회 최종일 마지막 홀에서 연장전으로 승부를 돌릴 수 있는 1m 정도 거리의 퍼팅을 빼면서 모처럼 찾아온 우승 기회를 날렸다. 누가 보더라도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고, 평소와는 너무 다른 스트로크로 터무니없는 실수를 했다. 여자 골프대회인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첫 우승에 도전했던 최예림이 최종일 마지막 홀에서 비슷한 거리의 퍼팅을 놓치고 눈물을 흘렸다.

돌아온 골프황제 우즈도 긴장과 관련한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지금까지 질식할 정도로 긴장된 순간이 여러 번 있었다. 그럴 때는 나도 모르게 엉뚱한 샷이 나왔다. 하지만 그것도 골프의 한 속성으로 이해해야 한다."

긴장과는 정반대 마음인 방심도 내 마음속 골프 오적 중 하나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골프 전설` 진 사라젠은 "골프에서 방심이 생기는 가장 위험한 시간은 만사가 순조롭게 진행될 때"라는 명구를 남기기도 했다.

`가장 잘 맞은 샷 후에 가장 큰 위기가 온다`는 건 구력이 꽤 돼야 이해할 수 있는 말일 것이다. 티샷이 호쾌하게 하늘을 가른다. 공은 페어웨이 정중앙에 놓였다. 핀까지 거리도 얼마 남지 않았다. 가장 자신 있는 골프채를 빼드는 순간 머릿속에는 공이 핀에 붙은 상상으로 가득하다. 이때 긴장 대신 방심이란 놈이 스멀스멀 가슴속으로 들어온다. 결과는 `땅을 칠` 미스 샷이다.

불신도 스코어를 망가뜨리는 골프 오적 중 하나다. 우즈가 오랫동안 슬럼프에 빠져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은 부상이다. 하지만 그 못지않게 어느 순간 자신을 믿지 못하는 마음, 불신이 그를 오랫동안 부진의 수렁으로 밀어 넣었다.

골프 오적 후보를 더 꼽으라면 욕심이란 것도 있다. 이런 경험이 있는 장타자도 꽤 있을 것이다. 파5홀에서 모처럼 `오잘공(오늘 가장 잘 친 공)`이 나왔다. 남들 모두 샷하고 나서 `2온 2퍼트` 버디나 `2온 1퍼트` 이글을 노리고 친 회심의 샷은 그러나 `쪼루` 나기 일쑤다.


욕심이 화를 부른 것이다.

이 밖에도 골프 오적에 들 만한 것이 많다. 조급증, 실망감, 자만심, 두려움 등이다. 골퍼에 따라 마음속 골프 오적이 일부 다를 수 있겠지만 긴장만큼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공공의 적이다.

[오태식 스포츠레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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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mk.co.kr/opinion/columnists/view/2019/04/267572/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골프 전설` 진 사라젠은 "골프에서 방심이 생기는 가장 위험한 시간은 만사가 순조롭게 진행될 때"라는 명구를 남기기도 했다.


주식이건 부동산이건 가장 잘 나갈 때가 가장 위험할 때이다.


위험에 항상 대비하고 위험을 통해 배우고 앞으로는 위험해지기 전에 위험함에 대비해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하자.

물론 마음만으로는 안 된다.

대비에 대한 공부와 준비와 실천이 있어야 한다.


결론 : 매뉴얼을 항상 숙지하자.


JD 부자연구소
소장 조던
http://cafe.daum.net/jordan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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