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23일

문득 들여다본 서랍 속 고민들

by 좀좀

쓰다 말았던 예전 글들이 서랍에 보관되어 있다.

꽤 많이 써 내려갔던 것도 있고, 어떤 글들은 한 줄만 적혀있는 것도, 또 제목만 적혀있는 것도 있다. 이런 글들은 나의 고민과 생각을 정리하려고 써보다가 하나의 완성된 글로 탄생하지 못한 것들인데, 서랍 속에 잠들어있던 이 미완성의 것들도 시간이 지나서 다시 들쳐보니 꽤 소중한 의미로 다가온다.

나이가 들면서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들이 많아진다. 그리고 하나의 결정에 고려해야 할 것들이 점점 더 많아진다. 가볍게는 이 음식을 먹을 것이냐 말 것이냐부터(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다), 때로는 돈과 관련된 결정을 해야 할 때도 있고, 육아 방식에 대한 결정, 일에 대한 결정 등, 어떻게 보면 삶의 매 순간이 결정으로 이어져 있는 것 같다. 그것이 어떠한 결정이든 그 순간에 고려할 것이 너무 많아서 힘듦을 느낀다면, 그것이 내가 어른이 되어가는 하나의 과정이요, 증거가 되지 않나 싶기도 하다.

서랍 속의 글들은 주로 내가 이런 결정에 대한 고민을 했을 때 썼던 것들이다. 지금 머릿속에 있는 새로운 생각과 고민에 대해 정리를 해봐야겠다 싶어서 책상에 앉았다가 무심코 열어본 서랍에서 발견했는데, 마치 ‘너 예전에 이런 생각했었잖아. 그런데 지금은 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라고 그 글들이 나에게 말을 걸어주는 것 같다.

글에 적혀있는 예전의 고민들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정체'였다. 단어가 갖고 있는 뜻 그대로, 지속하던 것이 멈춘 상황을 뜻하기도 했고, 변하지 않는 존재의 본질이라는 뜻으로도 쓰였다.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나는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가', '나는 여기서 안주해도 되는가'와 같은 고민들... 과거 서랍 속의 글들을 썼을 때뿐만 아니라, 내 자아가 생겨나면서부터 끝없이 이어졌던 그 고민들을 그때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비록 그 글들은 미완성으로 남게 되었지만, 다행히도 그때의 고민들은 변화라는 결과로 대게는 끝맺음을 지은 것 같다.

앞으로도 이 고민들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아마 죽을 때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그때마다 또 고민을 하고, 결정을 하고, 끝없이 이어가야겠지. 그나마 다행인 건 이 반복의 결정에서 배우는 게 있어서 그래도 조금씩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다. 고민의 시간도 조금씩 줄어들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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