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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동이 Feb 22. 2021

반려견, 전생 이야기

  우리 집 강아지는 전생이 술주정뱅이 아내였나 보다. 먹는 것만 보면 달라고 매달려서 귀찮을 지경인데 술은 예외다. 남편과 술 한잔 하고 있으면 이놈은 뭔지도 모르고 달라고 떼를 쓴다. 나는 맥주건 와인이건 마시던 술잔을 요 녀석 코에 대준다. 술냄새를 맡고는 소스라치게 놀라 뒷걸음치며 도망가는 모습에 웃음이 난다. 평소엔 내 껌딱지인 놈이다.


  남편이 퇴근하면 꼬랑지가 빠지게 흔들던 놈이, 술에 취해서 들어오는 날에는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가까이 가지도 않는다. '금동아' 하고 불러도 귀찮다는 표정으로 멀리서만 지켜본다. 술냄새도 싫어하고 술 취한 남자도 싫어하는 걸 보면, 우리 집 강아지 금동이의 전생은 술꾼의 아내였다 짐작할 수밖에.


  금동이와 산책하다 시츄 한 마리를 알게 됐는데, 요놈은 체구는 작은데 눈에 카리스마가 있고 꼬리도 자신감이 넘치는지 동그랗게 말려 올라가 있다. 진돗개만 한 큰 개도 무섭지 않은지 다가가 먼저 인사를 하는 놈. '야! 고놈 참 당차다' 3킬로 정도 되는 작은놈의. 용기가 부럽다. 시츄 주인 여자가 "이 애 이름은 '심바' 에요." 하고 말을 건넨다. 라이온 킹의 주인공 심바 라며 아프리카어로 심바는 '사자'라는 뜻이라고 설명도 곁들인다. 이름이 심바라서 용감한가? 생각하며 주인 여자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눈이 심바처럼 카리스마가 있고 자세도 당당한 데다 처음 보는 나에게도 스스럼없이 말을 건네고, 큰 개를 데리고 나온 부부에게도 먼저 인사를 하면서 개에 대한 상식도 알려주는 모습이 당차 보인다. 심바처럼.


  우리 금동이는 9킬로 정도 나가는 푸들 치고는 꽤 큰 편인데, 솔직히 좀 얼띤 놈이다. 처음 보는 사람을 반갑다고 엉겨 붙어 놀라게 하고, 어떤 사람은 귀엽다고 하는데도 소스라치게 놀라 뒷걸음치며 마구 짖어 대 나를 당황하게도 한다. 예측이 불가능한 놈이다. 산책 나간 금동이는 꼬리를 말지 못하고 내리지도 올리지도 못한 엉거주춤한 자세로 걷는다. 겁이 많아 경계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네 주인도 겁쟁인데 나를 닮았구나! 금동이란 이름이 순해서 그런가? 네 주인 이름도 순하디 순한데. 이름 따라 대범하게 살기도, 소심하게 살기도 하는 걸까?라는 의문이 든다.


  그래도 금동이는 장점이 많은 아이다. 주인에게는 엄청 살갑게 굴고 성격이 밝으며 잘 논다. 가족이 나갔다 들어오면 발라당 누워서 꼬리를 총채처럼 이 리 치고 저리 치고 좋아 죽는 놈. 헤헤 거리며 웃기도 하고 이제 왔냐 낑낑대며 울기도 한다. 그런 놈을 나는 가만히 안아 올리고 엉덩이를 토닥인다 그러면 이놈은 내 목에 자기 목을 대고 어깨에 얼굴을 묻고  안정을 취한다. 이런 금동이를 보고 있으면, 금동이 전생은 가족에겐 살갑지만 밖에서는 소심한 소년이 아니었을까? 금동이의 전생을 여행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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