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는 좀 우울했고 그래서 도서관 자료실에 책을 빌리러 갈 뻔 했다. 커트 보니것의 <그래 이 맛에 사는거지>라는 에세이집. 그러나 참았다. 커트 보니것을 읽은 적은 없지만 하루키는 많이 읽었다. 그리고 하루키는 거의 모든 소설과 에세이에서 커트 보니것 이야기를 한다. 때문에 지금, 감정이 섞여서는 안 되는 사무적인 공부를 할 때는 커트 보니것을 읽지 않는 편이 좋겠다는 판단을 했다. 하루키를 읽을 때 나는 저녁도 먹지 않고 버스 타서 내리지 않을 정도로 현실에 무감각해졌으니까.
책 읽지 않고 살아가는 연습을 하고 있다. 그냥 가볍게 가볍게 살아가보는 것이다. 도무지 이해도 되지 않고 상상되지 않던, 일어나서 아침 먹고 일하고 저녁 먹고 자는 삶 말이다. 책은 눈을 멀게 하니까. 책은 사랑을 앗아가고 책은 벽만 바라보는 사람을 만들며 책은 집 주소를 잊어먹게 한다고 문보영 시인이 그랬고 나는 대체로 동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