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제 Jun 10. 2024

불안이라는 그물에서 나온 이야기

내게 불안은 어릴 때부터 시작되었다. 아빠가 들어오는 발걸음과 목소리에 술의 자취가 보이는지 안 보이는지를 알아보며 불안은 시작되곤 하였다. 아빠가 술을 먹고 오면 엄마와 싸웠고 그럼 나는 덜덜 떨며 무서운 부부싸움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오빠는 가끔 이유없이 나를 때렸기 때문에 마루에 누군가 걷는 소리만 나도 불안하곤 했다. 그밖의 일들도 많지만 여기까지만 적겠다.


이렇게 자란 내가 불안을 남들보다 덜 느낄리는 없을 것이었다. 나는 굉장히 예민하고 불안한 사람으로 자랐다. 세상 모든 것이 무서윘고 좋은 일이 생겨도 또 무슨 나쁜 일이 생기려나 불안했다.


그러다가 결국 불안함의 끝판왕인 공황장애가 찾아왔고 정신과약을 먹게 되었다. 약을 먹으면 증상은 가라앉았지만 내가 세상 모든 것을 불안하게 여기는 것은 없어지지 않았다. 마음의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한 것이었다.


나는 심리상담 하기로 결정하고 내게 맞는 곳을 찾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나는 마냥 이 세상 모든 것이 무섭고 불안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건 어린시절의 영향이 크며 이제는 어린이가 아니니까 스스로 불안에서 헤엄쳐나오는 법을 익혀야했다.


내게 도움이 된 것은 우선 상담선생님이 나의 엉뚱한 불안함도 잘 들어준 경험이었다. 비웃지 않고 나의 예민한 불안함을 수용해준 경험이 내게 좀 안정감을 주었다.


그다음 도움이 된 것은 심호흡과 명상이다. 습관적인 불안함이 덮쳐올 때 심호흡을 깊게 했고 자기 전에 호흡명상을 했다. 그러면서 정서가 조금씩 안정되기 시작했다.


세번째 도움이 된 것은 책속에서의 한 문단이었다.


불안으로 힘겨워하는 환자는 어떤 일이 안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라는데 일어날 조짐이 보이니까 고통을 받는 것입니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상관없다.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나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겠다.’ 이런 마음을 유지하면 불안은 없어집니다.


-<전현수 박사의 불교정신치료 강의> 중


이 문단에 나온 문장을 계속 되뇌이면서 생활을 하는 연습을 하니 불안함이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단 하나의 문장이지만 내게는 효과가 참 좋았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상관없다.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나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겠다.’


이 문장은 나의 불안을 내가 선택하는 것으로 만들어주었고 나는 불안을 선택하지 않게 되었다. 여기까지가 나의 불안에서 나온 이야기이다. 도움이 되길 빈다.

작가의 이전글 뉴진스의 노래에 그림을 그려봤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