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우울하다 보면 어떤 기쁜 일도 없다고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기쁨이란 것은 나와 거리가 멀다고 느끼지요. 그렇지만 조금만 감각을 열어주면 끝없는 고통 속에서도 작은 기쁨을 경험해볼 수 있어요. 나는 처음에 이것을 알게 되었을 때 많이 놀랐습니다. 내 인생에 기쁨은 거의 없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어느 날 상담 선생님이 내게 긍정적인 경험을 해보고 그것들을 모아서 종이에 적어오라는 숙제를 내주었습니다. 이른바 긍정 경험 모으기라는 숙제였지요. 나는 내가 적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숙제지를 받고 집에 들어오는 길이었습니다. 마음속에 좋은 경험은 모아봐야겠다는 작은 싹이 생겨서인지 시원한 바람이 볼을 스쳐 지나가는 게 조금 기분 좋게 느껴졌습니다. 나는 ‘이따가 숙제지에 적어야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마음가짐을 갖게 되자 느끼지 못하고 지나쳤던 일상 속의 작은 기쁨들을 조금씩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내가 무엇을 하지 않아도 주위에 기쁨을 주는 것들은 은근히 많았어요. 가로수에 꽃이 펴서 향기가 나는 것도 좋았고 이불이 뽀송뽀송한 것도 좋았습니다. 화장수의 달콤한 향기도 좋았습니다.
내가 아무것도 안 해도 좋은 긍정적인 경험들을 모아서 느낄 수 있게 된 다음엔 자신을 위해서 긍정 경험들을 만들어 줄 수 있으면 좋습니다. 아주 작은 일부터 말이에요. 향초를 사서 향을 즐긴다든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다든가 등 그동안 우울함에 밀려 못했던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해보면 참 좋습니다.
여행 같은 커다란 가쁨이 아니라도 우리는 살아가면서 내가 아무것도 안 해도 작은 기쁨들을 느낄 수 있고, 자신을 위해 작은 기쁨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느끼려는 마음이 있어야 더 잘 느낄 수 있고 아니면 감각이 닫혀있어 지나치기 쉽지요. 우울함에 찌든 감각에서 기쁨에 대한 감각을 열고 심호흡을 하고 한번 찾아보고 느껴보아요. 그리고 적어보아요.
매일매일 적는 긍정 경험 일기를 쓰다 보면 생각보다 삶에 기쁨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끝없는 고통 속 작은 기쁨들을 모아 그것을 우리의 살아가는 힘으로 만들어보아요.
하루에 시간을 정해서 즐거움을 느끼는 시간으로 만들어보는 것도 참 좋습니다. 그 시간만큼은 나를 위해서 즐거운 일을 하는 거예요. 맛있는 것을 먹든지 카페에 나가서 커피를 마시든지 산책하러 간다든지 하는 것이지요.
우리는 해야 할 일을 해야 하는 삶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즐거운 일을 하는 시간을 따로 정해놓지 않으면 해야 하는 일들 사이로 떠밀려 놓치기 쉽습니다. 즐거움도 일부러 찾아서 느껴야 하는 중요한 일이랍니다.
저는 즐거움을 느끼는 법을 잘 배우지 못해서 오랫동안 삶에는 고생만이 있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인생에서 고난만이 있는 게 아니라 기쁨도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기쁜 순간들을 하나하나 모아서 기쁨의 구슬로 마음속에 간직해 힘든 순간들을 대비해 보아요. 내가 삶의 기쁨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하지만 이제 이렇게 이야기하게 되네요. 잊지 말고 기쁨을 찾아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