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콜중독 가족이 있는 가정에서 자란 사람들을 위해
부모님의 중독은
내 잘못이 아니야.
내가 통제할 수도 없고
내가 낫게 할 수도 없어.
대신 나는 자신을 잘 돌보고
내 감정을 이야기할 수 있고
나를 위해 건강한 선택을 하고
나 자신을 축복할 수 있어!
• 중독 가정 아이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7가지 원칙 •
<우리 엄마 아빠가 알코올 중독자예요> 중
저는 아빠가 알콜종독인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그런데 우리 가족은 아빠가 매일 술을 먹고 주사를 부리고 하는데도 그게 바로 '알콜중독'이란걸 인식하지 못했어요. 단순히 술을 굉장히 좋아한다고 생각했지요.
아빠가 결국 술을 먹다가 죽기 전에 그게 바로 알콜중독이란걸 알았다면 치료를 한번이라도 해봤을텐데 참 많이 아쉽습니다. 물론 아빠가 치료를 제대로 받으려고 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저는 그렇게 아빠가 가버리고 나서야 아빠가 알콜중독이었다는 걸 알고 그것이 내게 남긴 자국들이 있다는걸 깨달았습니다.
예를들어 아빠가 퇴근할때 술을 먹고 들어오나 안 들어오나를 굉장히 불안해하며 기다렸습니다. 술을 먹고 들어오면 엄마랑 틀림없이 크게 싸울테고 저는 그게 너무 무섭고 싫었거든요. 이런 매일매일이 지나가면서 저는 마음속에 불안이 많은 사람으로 자라난 것 같습니다.
또, 결국 아빠가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서 술만 먹을 때 술병들을 감추기도 했는데 아빠는 어떻게 귀신같이 잘 찾아서 마셨습니다. 저는 어떻게해도 아빠가 술마시는 걸 말릴 수가 없다는 것에 큰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불안과 그것으로 인한 우울감 그리고 무력감. 이 세 가지가 제 어린시절을 대표하는 키워드입니다. 저는 제가 어떻게해도 컨트롤할 수 없는 중독가정이라는 지옥 같은 환경에서 내내 상처받으면서 자라왔습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마음이 많이 힘들었지만 그것이 아빠의 알콜중독 때문이라는 것을 쉽게 깨닫지 못했습니다. 그냥 내가 마음이 약해서라고 생각했지요.
그러던 어느날 드라마인가 영화에서 익명의 알콜 중독자들이. 모여서 서로 얘기하는 AA모임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야기들이 다 저희 아빠가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때서야 저는 깨달았습니다. 아빠가 알콜중독자라는 것을.
한국에도 그런 모임이 있나 궁금해서 찾아보니 진짜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과정에서 알콜중독 가족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자조모임인 알아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전국 단위의 모임이었고 집에서 가깝고 시간이 맞는 모임에 가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마침 집근처에서 모임이 있었고 저는 두근대는 마음으로 알아넌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아빠의 알콜중독에 대해 누구에게도 속시원히 말해본 적이 없는데 여기서는 할 수 있을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그 예상은 맞았습니다. 저는 알콜중독 가정에서 자란 성인 자녀 모임에 참석했는데 모임분들이 하는 말들마다 제가 하는 말 같았고 깊은 공감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하는 말에도 다들 고개를 끄덕여줬고요. 굉장히 치유적인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알아넌의 모임을 하면서 아빠의 중독은 내 잘못이 아니며 내가 낫게 할 수도 없었다는 걸 알게 되어서 알게 모르게 있었던 죄책감이 나아졌습니다. 대신 나는 나자신을 돌보는 것만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알아넌 모임에서 마음의 아픔을 실컷 공감받으면서 이야기하고, 심리상담도 함께 다니면서 자신을 구하기 위해 노력을 했습니다. 아빠와 술에 대해 경험한 것들을 글로 쓰기도 했지요. 알콜중독에 대한 책도 주기적으로 찾아봤는데 가족을 위한 책은 별로 없었습니다.
마침 이 글을 쓸 때 다시 한번 찾아보니 알콜 중독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을 위한 좋은 책이 한권 나왔네요.
<우리 엄마 아빠가 알코올 중독자예요> 입니다.
아이들 자신이 직접 읽기는 힘들테니 주위 사람이 읽고 도움을 주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가정에서 자란 사람이 읽어도 도움이 될 듯 합니다.
이 책의 서두에 나온 말처럼 부모의 알콜중독은 내가 어떻게 조절할 수 없는 일이고 내 잘못이 아닙니다. 그걸 꼭 잊지말고 나자신이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는지를 모색해야 합니다.
저는 그게 알아넌(익명의 알콜중독가정 모임)에 가서 같은 처지의 사람들과 모임을 하고 이야기를 하는 거였고, 심리상담을 받고, 자신의 경험에 대해 글을 쓰고 나누는 거였습니다. 각자 자신에게 맞는 방식대로 자신을 구하는 일들을 하기 바랍니다. 그리고 술은 안먹거나 조금 드셨으면 합니다. 알콜중독 가정에서 자란 분들이 다시 알콜중독이 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여러분들의 회복을 빕니다.
한국알아넌가족협회
http://www.alanonkore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