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친족성폭력 생존자입니다. 가해자는 친오빠입니다. 어쩌면 무척 무거운 이 말을 저는 이제 그냥 조금은 무심히 얘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사는 것처럼 살고 싶어서 전생애를 걸고 열심히 심리치료를 받았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친족성폭력 트라우마에서 많이 자유로워졌습니다.
언제나 악몽에 시달리고 가위에 눌리고 눈뜨고 있는 동안 트라우마에 고통받고 살아온던 제가 나아진 방법은 사실 다들 아는 방법들입니다. 정신과에 가서 증상을 낫게 해주는 약을 처방받고 심리상담을 받고 자신을 돌보는 일을 하고.
그과정을 어떻게 했는지 말해보겠습니다. 우선 남들이 갖고 있지 않은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은 타인과 거리감을 많이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동질감을 느끼기 어렵죠.
저는 너무 힘들었던 어느날 그제야 성폭력전문상담소가 있다는 걸 알게 되어서 전화를 해보았습니다. 연결이 쉽진 않았지만 연결되었고 상담을 하다가 한달에 한번씩 성폭력생존자들이 모이는 자조모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와 비슷한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니... 가보고 싶었습니다. 날짜를 손꼽아 기다리다 간 그날 저는 생애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거의 100% 이해받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모임원 중 누군가 무슨 말을 해도 다 이해할 수 있었고 제가 하는 고통의 말들도 이해받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 경험은 제가 살아가는 힘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그 모임을 참여하면서 저는 우울감이나 무력감이 조금씩 줄어들었습니댜. 세상에 제가 혼자가 아니었으니까요. 알콜중독가족 글에서도 썼지만 이렇게 같은 일을 겪은 사람들이 모인 자조모임은 참 좋은 영향을 줍니다.
성폭력 생존자 자조모임을 하면서 저는 나의 성폭력 경험에 도움이 되는 책도 보고 글도 쓰고 상담도 받으면서 나아지기 위해 부단히도 애를 썼습니다. 왜냐하면 한번 사람답게 행복하게 살고 싶었거든요.
그과정에서 가해자인 오빠에게 전화로 따지고 사과를 받기도 했습니다. 진심인진 모르겠지만 내가 용기를 내서 나자신을 위해 화를 냈다는 게 저에게는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친족성폭력 생존자분들과 글을 모아 수기집을 내기도 했습니다. 제목은 <죽고 싶지만 살고 싶어서>입니다.
이렇게 좋아지기까지 참 머나먼 길을 걸어왔는데 어떻게 좋아졌는지 말하려니 단계가 참 간단하네요. 하지만 그 한단계 한단계를 올라가기 위해 참 많은 눈물과 아픔이 있었답니다.
다시 정리해서 말씀드리자면 친족성폭력을 겪고있거나 겪었다면 한국성폭력상담소(https://www.sisters.or.kr/)에 상담하는 것을 권합니다. 지방에도 이런 비슷한 상담센터는 찾아보면 있을 것입니다.
거기에서 상담을 하면서 자조모임에 나을수 있으면 나오면 좋습니다. 지방에 사시는 분들이 마음에 걸리네요. 지방에도 이런 모임이 있으면 좋을텐데...
그리고 증상을 다스리기 위해 정신과를 다니시고 심리상담을 받는걸 권합니다. 트라우마는 밖으로 발설할수록 그힘을 잃으니 그것에 대해 말하고 쓰는 것은 아주 좋습니다.
성폭력 치유를 위한 책으로는 <아주 특별한 용기>라는 책을 추천합니다. 많이 두껍지만 아주 좋은 책입니다.
저는 공소시효가 지났고 가해자인 오빠가 조현병이라서 처벌까진 하고 싶지 않아서 사과만 받았지만 처벌을 하고 싶으신 분들도 있을테니 성폭력상담소와 의논해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지금 성폭력이 현재진행중인 분들은 상담소와 의논해서 쉼터에서 생활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절망하고 포기하지 말고 자신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어떻게든 찾아내기를 부탁드립니다.
우리도 생존만이 아니라 살아가는 것처럼 살아갈 수 있습니다. 제가 그 증거입니다. 저는 조울증이 있고 힘들 때도 있지만 몇년 전과는 몰라보게 다르게 평온하게 살고 있습니다. 인생이 더이상 고행이 아닙니디.
모두 자신을 구하고 행복해질 수 있길 바랍니다.
제가 항상 응원하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