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서 겨울숲으로

by 조제

겨울숲, 캔버스에 유화



유화 그림을 그려보고 싶었다. 그렇지만 물이 아니라 기름을 사용해야 하고 그 특유의 냄새가 걱정되어서 쉽게 손에 들지 못했다. 그러던 중 발견한 게 바로 수용성 유화 물감이다. 물로 사용 가능하고 냄새도 별로 안 난다고 했다.


조금 비쌌지만 얼른 주문하고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오자마자 포장을 뜯고 물감들을 쫘르륵 만져보았다. 기분이 좋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청색 물감을 일단 캔버스에 슥슥 칠하고 이제 뭘 할까 생각했다. 그러던 내 눈에 보인 물휴지!


아, 이건 '수용성' 유화 물감이지. 그럼 물기가 있는 물휴지로 무언가 재미있는 걸 해볼수 있겠구나 싶었다. 우선 물휴지를 뽑아내서 그림에 조금 문질러보았다. 푸른 색의 그림에 하얀 자국이 생기며 신비로운 숲속 같아 보였다. 그런 느낌이 좋아서 계속 슥슥 물휴지로 자국을 내주었다.


그러다보니 가을의 숲에서 겨울의 숲으로 바뀌는 장면을 포착하고 싶어졌다. 갈색 물감을 손에 들고 색칠했다. 또 물휴지를 손에 들고 하얀 자국들로 가을숲을 만들기 시작했다.


가을숲은 하얗고 빛나는 자국들과 함께 겨울의 숲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다 완성하고 바라본 겨울의 숲 그림은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사람 보는 눈은 다 비슷한지 이 그림은 인기가 있었고 전시회 때 팔렸다. 이제 직접 내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좋아하는 그림이 누군가에게도 좋은 그림으로 보였다는 건 기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