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치는 것

어떤 형태로든 다시 스치길.

by josee




스치는 것


스치는 것은

너와 내가 온전히 같아졌다

떨어지는 것


한 번 맞닿은 몸은

서로를 잊지 않기 위해

스쳐 베인 부분을 남기고


스친 부분은 그리움을 피워내

새살이 돋아날 때까지

서로를 찾아 헤매게 만든다


그렇게

상처가 아물며 우리가 만났고

서로를 안으며 상처를 덮는다




취미인지 습관인지 모르는 일이 하나 생겼다.

가만히 멈춰,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곤 했다. 이건 사람을 세세히 관찰하며 쾌감을 느낀다는 말이 아니다.


대학에 입학하기 직전,

J가 나무가 됐다.

그이는 영영 볼 수 없는 곳으로

미리 여행을 떠나버렸다.

나는 결국 멈춰, 어느 방향으로 갈 엄두도 못 낸 채, 그저 가만히 중력에 순응할 뿐이었다.


방향을 가지고 계속 걷는 그들에게서

무언가 생명력이 느껴졌기에,

그 지향성과 생명력이 부러웠기에,

나와 다르게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을 보곤 했다.


다들 어딜 그리 가고 있을까.

무엇을 위해 걷고 있을까.

그러던 중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걷는 사람들은 의식하지 않겠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이 서로를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스쳐 지나갈 때에는 명확한 특징이 보였다.


분명 두 사람이었다.

분명 두 사람이었지만,

스쳐 지나가는 순간,

하나로 완전히 겹쳐 보였다.


그들은 자신을 스쳐 지나간,

한순간 완전히 똑같아진 사람들을 기억할까.

아니, 나는 날 스쳐 지나간 이들을 기억하는가.


그 찰나 떠오른 것은 나를 스쳐간 사람들이었다.

그중에서 내가 사랑했던, 그리고 이별했던 사람들.

즉,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었다.


스치는 순간만큼은 우린 같아졌다.

그렇다면 돌고 돌아 그 걸음의 방향을

처음 스쳤을 때처럼 서로에게 향하게 할 순 없을까.

결국 다시 만나게 할 수는 없을까.


우리가 한번 스쳤다면,

그렇게 한 번이라도 온전히 같아졌다면,

몸은 스쳐 베인 부분을 남길 것이고,

피처럼 뿜어져 나오는 그리움을 피워낼 것이다.

한번 피워낸 그리움은 서로를 향한 발걸음을

내딛게 할 것이고, 결국엔 다시 스치며 만날 것이다.

그렇게 상처가 아물고, 새살이 돋아날 것이다.


나는 내가 스친 것들을 다시 마주하기 위해서라도 걸어야만 한다.

언제가 되든, 어떤 형태이든, 꼭 다시 만나기 위해

내 생명력을 걸고 걷는다.




J,

어떤 형태로든 너에게 다시 스칠게.

그땐 내 생명을 온전히 전해줄게.


-2025년 겨울, J, 너의 나무 옆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