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쓸데없이 흘려보내도 좋은 것인가?
C라는 친구가 있다.
C로 말할 것 같으면 몇 년 전 같이 디자인 수업을 들으면서 담배 친구이면서 술친구로 오랫동안 만나 오는 친구다. 그는 그 수업을 기점으로 4 년 정도 디자인 회사에서 근무 중이다.
오랜만에 만난 C는 고민이 많아 보였다. 자신은 지금 직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고, 소위 부랄친구들과의 관계도 소원해졌다고 했다ㅡ 자신에게 너무 많은 조언을 한다라든가, 지금은 너무 성장해버린 친구들을 보며 비교가 된다는 둥의 식으로.ㅡ 앞으로는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회사 월급은 최저시급 이하 이상도 아니었고, 디자인 부에는 직원이 그를 포함해 두 명이었는데 그나마 한 명이 나가서 혼자 일하고 있으니 배울 것도, 발전성도 없어 보였다.
나는 도와주고픈 마음에 ‘일단 시작하고, 포트폴리오는 짬짬이 업무 시간에 만들어서 올려도 늦지 않다’며 조언을 했다. 그는 ‘아니야. 포트폴리오 먼저.’
그렇게 몇 달을 같은 이야기로 반복하고 있지만...
어느 날에는 ‘책이 있다. 이 책이 너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한들 그는 역시나 ‘그게 안 맞으면 고문이다.’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지치는 대화 자리는 그저 ‘술을 먹는 자리’로만 남았다.
물론 잔소리로 들릴 수도 있겠다. 자신의 처지와 나의 처지랑은 다르니, 감히 무슨 말로 나를 위로하며 조언하려고 하는거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잔소리와 조언은 분명히 다르다. 분명 그의 배경, 생각에 대해서 깊이 생각했고, 그러한 세세한 이해까지 아니더라도 현실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며 배려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결국에는 무의미한 시간으로 남았으며, 입에 맴돌았던 배려들은 서서히 줄어가게 되었다.
무언가 확실하지 않으면 나도 주변 사람들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며 도움을 찾는 편이다. 조언들을 종합해보면 여러 가지로 갈리는 편이기 마련이다. 그 모든 조언을 다 들어버리면 균형이 깨져 버리는 결과를 낳아버릴 것이 분명하다. 분명 개중에는 전체 일부에만 치중해서 ‘이건 안돼, 불가능해.’라든가 ‘너 잘못하고 있어.’라든가는 잔소리로 치부해버리지만, 나머지 조언들을 취합해서 나에게 맞는 방향을 잡아서 나아가는 게 가장 슬기로운 결정이라고ㅡ 생각하고 있다.
무엇을 바라고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분명 내 마음은 무시당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마음을 다해 조언을 한들 상대방이 듣지 않으면 그것은 나의 오지랖과 노력 낭비, 시간 낭비밖에 되어버리지 않는 것이다.
나는 진정으로 그가 잘 됐으면 좋겠다. 어느 친구가 자신의 주변 사람들이 잘 되길 바라지 않겠는가? 함께 나누고 즐기려면 공생은 불가피하다. 그러기 위해서 쓰는 마음은 결코 기꼽게 여겨져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 친구도 내 마음을 조금이라도 듣고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