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이렇게 살다간 결국 성공할 듯]
월요일과 아침. 참 끔찍한 단어의 조합이다. 어릴 적에 가장 우울한 시간을 꼽자면 일요일 저녁 7시 무렵이 떠오른다. 한참 즐겁게 보고 있던 개그콘서트가 끝나고 밴드가 엔딩곡을 연주하기 시작하는 그 순간, 협찬 광고 배너가 줄줄이 뜨는 그 순간마다 심장에 무리가 왔던 것 같다. 개콘이 없는 요즘은 침대에 누워 유튜브의 알고리즘에 갇혀 헤매다가 더 이상 눈알이 블루라이트를 견딜 수 없을 때쯤 잠이 든다. 그렇게 잠깐 눈을 붙였다가 떼면, 어김없이 푸르스름한 하늘과 차가운 공기가 반겨주는 아침이 찾아온다. 상상만 해도 피곤하지 않은가? 더구나 저질 체력에 미약한 저혈압이 있는 나는 뼈 시린 계절이 찾아오면 더더욱 눈이 안 떠지곤 한다. 그런 나약하고 평범한 직장인인 내가 요즘은 월요일 아침에도 미소를 머금으며 출근할 수 있게 되었다.
비법은 총 3가지다.
잠들기 전 명상, 일어나자마자 글쓰기, 대충 하는 스트레칭.
써놓고 보니 참 별 거 없다.
첫 번째 '잠들기 전 명상'은 나의 뇌가 정말로 잠에 들 수 있게 스위치를 꺼주는 행위라고 생각하면 쉽다. 잠들기 직전까지 유튜브 숏츠와 인스타그램 피드로 괴롭힘 당한 우리의 뇌는 눈을 감고 잠든다고 해서 절대 쉴 수 없다. 아마 머릿속에서는 모든 스낵 콘텐츠가 비빔밥 마냥 뒤섞여서 말도 안 되는 꿈을 만들어내고 있을 거다. 깨어났을 때는 그 과정을 기억을 하지 못할 뿐, 뇌는 밤새 쓸데없는 공장을 가동했기에 아침이 피곤할 수밖에 없다. 지금보다 상쾌한 아침을 맞이하고 싶다면 이렇게 해보자.
1. 잠에 들 준비가 됐다면 불을 끈다. (혹은 간접조명만 키는 것도 좋다.)
2. 자리에 아빠 다리로 앉거나 천장을 보고 똑바로 눕는다. (척추만 일자로 되어있으면 문제없다.)
3. 마음이 편안해지는 음악을 켜고 명상을 시작한다. (명상 음악, 요가 음악 키워드로 검색하면 좋은 음악이 많이 나온다.)
명상을 할 때는 눈을 편안하게 감고, 호흡을 최대한 길게 늘여주면 좋다. 잡생각이 떠오를수록 호흡에 집중하면 더 도움이 된다. 숨을 들이쉴 때와 내쉴 때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관찰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꾸 다른 생각이 나더라도 자책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떠오르면 떠오르는 대로 다시 흘려보내고, 흘려보낸 순간 스스로 칭찬해주고, 다시 호흡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몸의 긴장이 이완되어있을 것이다. 이때 우리의 뇌도 비로소 잠에 들 준비를 마친다.
두 번째, '일어나자마자 글쓰기'는 명상보다 더 쉽다. 준비물은 좋아하는 수첩과 잘 나오는 펜. 이 두 가지를 잠들기 전에 가까운 곳에 두고, 눈을 뜨자마자 쓸 수 있게 준비하면 좋다. 무얼 쓰느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냥 일어나자마자 드는 생각을 쏟아내는 작업이다. 별로 할 말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 그대로 쓰면 된다. 나는 대충 이런 것들을 쓴다.
'아침 공기가 차다. 겨울인가. 다시 눕고 싶다. 어제 먹은 방어회가 맛있었는데. 옷 좀 사야겠다.'
정말 하찮고 별 것 없는 문장의 나열이다. 하지만 매일매일 조금씩 쓰다 보면 점차 인상적인 문장이 나오기 시작한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지내는구나, 내 본심은 이런 거구나. 글을 쓰면서 내 마음을 솔직하게 마주할 수 있게 된다. 아침에는 뇌가 외부로부터 우릴 방어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보다 날 것의 진심이 드러나는 것이다. 나만 보는 수첩에 걱정, 기대, 우려, 희망, 바람 같은 것들을 토해내고 나면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세 번째, '대충 하는 스트레칭'에는 '대충'이라는 단어를 넣은 이유가 있다. 난 이걸 지키는 게 제일 힘들기 때문이다. 스트레칭은 보통 평소에 잘하지 않는 동작을 애써 해내는 행위이지 않은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그런 부자연스러운 행위를 하기란 쉽지 않다. 만화 주인공들이 보통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 대략 이런 표정으로 시원하게 기지개를 켜곤 하는데, 일종의 만화적 허용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그만큼 내겐 쉽지 않은 습관이기에 마지막 순서로 넣었다. 명상과 글쓰기까지 해냈다면 스트레칭도 할 수 있다. 이미 글쓰기를 하며 뇌가 어느 정도 깨어났기 때문에 몸을 움직이는 것도 한결 쉬워진다. 나처럼 기립성 저혈압을 앓고 있는 마이크로 근육 인간이라면, 침대에서 상체 위주로 간단한 스트레칭 먼저 하는 것을 추천한다. 목 돌리기, 팔 당기기, 손목 털기부터 시작해서 다리 찢기, 고양이 자세와 같은 나름 역동적인 자세로 넘어가면 몸에 무리가 덜 간다.
별 거 없어 보이는 이 세 가지 행동을 루틴으로 만들어보자. 별 것도 아니니 더 따라 해 보기 쉽지 않은가? 딱 3일, 아니 하루만 해보고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공유해주면 좋겠다. 나는 한 달 정도 이 세 가지를 습관으로 만든 결과, 월요일 아침에도 내 기분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왕 가야 하는 회사, 죽상으로 출근하지 말고 차라리 광기 서린 미소를 머금어보자. 그렇게 시작한 하루는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