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에서 내 작품을 매입하는 작가가 되었을 때
전통공예를 업으로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통과의례로써 만나는 존재가 있다.
그 존재에 대해서 전통공예 선후배들 혹은 스승님께 제대로 들으면, 존재감이 너무 무거워서 애써 모른 척 하게 된다.
'그래, 내 실력에 무슨...... 거기 가려면 아직 한참 멀었지.'
이것이 보통의 정상적인 반응이다.
그와 달리, 하룻강아지 범무서운 줄 모르는 자는 그 존재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어서 아무렇게나 그 곳에 발 들이고 매운 혼꾸녕으로 한동안 엄두도 못 내는 곳이 있다.
그 이름.
그 존재.
전통공예 동네에서 통과의례처럼 되어 버린 그 곳.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고,
한 번 발들이면 히말라야 정상 마냥 수많은 사람들을 좌절하게 만들었던 그 실재.
바로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 되시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들은 적도 없는 대회이다. 혹시 전통에 관심있는 분들은 수상작 전시회를 보신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일 년에 한 번씩 열리는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에서는 전통공예를 여러 분과로 분류하여 작품을 모집하고 우리나라에서 권위있는 관련 학과 교수님들, 무형유산 선생님께서 직접 심사하여 수상작을 결정한다. 한 차례 심사에 그치지 않고 여러 차례 반복하여 심사하고, 실제로 제작하는 모습까지 확인하여 결정하는 아주 공들인 행사이다. 대통령상부터 시작하는 권위있는 대회라서 여러 공예가들은 일생에 한 번은 본상 이상의 수상작을 만들기 위해서 오랫동안 애쓰고 고민한다.
전통공예도 예술분야라서 객관적인 지표를 가지고 평가하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고, 관련 전문가들도 두텁지 않아서 전통공예를 대상으로 하는 대회는 그 시작부터 험난하다. 그래서 이 동네 공예가들은 전승공예대전을 통해서 자신의 작품과 실력을 점검하는 기회로 삼기도 한다. 여러모로 어려운 대회라서 이런 말도 있다.
"전승공예대전에서는 국무총리상 한 번 받은 작가보다 입선 세 번 내리한 작가 작품이 훨씬 더 어렵다"
아마도 수상이 쉽지 않은 대회라서 만들어진 말일 것이다.
이미 명장님이라고 불리는 선생님들 작품도 출품되고, 너무 유명한 선생님 작품도 여기에 있고, 거대한 작품들이 나타날 때마다 도대체 저런 규모로 제작하려면 몇 년을 작업하신걸까, 절로 주눅드는 작품들도 원서접수창구에서 만나게 된다.
전통자수를 하는 내게도 전승공예대전은 꼭 해내야 할 숙제이다. 한 해가 시작될 때마다, 올해에는 꼭 의미있는 작업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하는 동력이기도 하다.
그리고...
나는 운이 좋게도...
수상 경력이 두 차례 있다.
이 자수 동네에서 아마추어가 아니라는 뜻이다.(흐뭇)
남은 생애 내내 이력서에 쓸 수 있는 귀한 스펙이기도 하다.
전문가 눈에도 비루하지 않은 작품이라는 사실,
주관적 작업에 객관적 평가라서 오랫동안 뿌듯한 결과였다.
그리고 수상에서 끝나지 않는다. 수상작들은 또 다른 과정이 남아 있다.
상받는 것 이상으로 실질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간이 작가들에게 남아 있다.
[작가님들, 기대하시라,
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
그것은 바로!
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
그것은 바로!
국가에서 매입해야 할 작품들을 추리는 과정이다.
상장 이름만큼 중요한 순간이다. 매입대상작품으로 결정되면 실무담당자가 작가들에게 개별연락을 한다. 이 때만큼은 뿌듯함에 취해 있으면 안된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자. 작품판매가격을 논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격을 잘 받아야 다음 대작(大作) 작업할 때 재료비 및 간접비를 걱정하지 않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경제적으로 미미한 예술가의 일상에서 정말 중요한 순간이다. 협상의 순간은 언제나 느닷없이 찾아온다. 나라에서는 정해진 예산범위에서 매입해야 하고, 작가는 작품가치를 높이고 싶다. 작가 스스로 작품에 대한 직접비 및 간접비를 미리 계산해두어야 갑자기 걸려오는 실무자 전화에 대처할 수 있다.
[경험상 작품값을 항상 깎기 때문에 기본 초기값을 잘 설정해두자!!]
전통공예 작가로서 전화를 받지 않고 똑부러지는 사업가 마인드로 전화를 받아야지 마음 먹는데도 한 번에 무너지는 실무자님의 한 마디.
"지금, 이 순간부터 작가님 작품은 국가 소유입니다!"
'어휴~ 나 처음에 그 얘기 들었을 때, 김구 선생님이랑 통화하는 줄.
순간, 애국심 불타올랐잖아.
실무자님의 당당한 말씀에 기운이 말려들었어...
두 번째 같은 말을 들었을 때도 이미 졌어...
실무자님이 가격을 막 깎고 있는데도 웃으면서 좋다고 했어.
아... 정말 국가소유라는 말은 너무 심하게 매력적이야.
다음에 국가소유, 또 그 얘기해도 또 넘어갈거야 아마...'
첫 번째 작품이 국가 소유가 됐을 때는 나라에서 쓰인다는 사실만으로 얼마나 명예스러운가 싶었고,
두 번째 작품이 국가 소유가 됐을 때에는 어느 곳에 내놓아도 자랑스럽고 아름다운 작품이 되어야겠구나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는 기회가 됐다.
세상의 잣대로는 인건비도 안된다고 다음에는 제값 잘 챙겨 받으라고 하는데, 소박한 예술가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만다.
뭐랄까......
더 큰 욕심을 부리기에 아직 내 실력이 매우 소심익익하다는 메타인지력도 녹슬지 않았다.
아휴~ 다음 병풍 제작비도 건졌고, 내 작품 홀대하지 않을 곳에 잘 보냈으면 그걸로 됐지 싶다.
(이래서...... 나는 영세업자인 것일까? ㅎㅎㅎ)